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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천안함 사태를 가져 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

순수한 남자 2010. 5. 3. 10:28

[천안함] 천안함 사태를 가져 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
번호 140623  글쓴이 독고탁 (dokkotak)  조회 8664  누리 1665 (1670-5, 76:226:1)  등록일 2010-5-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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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천안함 사태를 가져 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
이 문제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0-05-02)


아직까지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도 나기 전에 대책에 대해 논한다는 것이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고 난 이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을 짚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나름대로 로드맵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 또한 그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순서대로 펼쳐보려 합니다. 또한, 우리가 천안함 사태를 불러온 원인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고 타진하는 가운데 이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군 소위시절 LSM(상륙함)에 근무하면서 수송 혹은 정훈지원활동을 위해 백령도를 세 번 정도 갔었습니다. 비행기 활주로로 쓰인다는 매우 단단한 모래사장 정도가 백령도라는 섬에 대한 기억의 전부입니다만, 구글맵을 확대해서 보는 화면만으로도 백령도가 이토록 아름다운 섬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해도를 펼쳐놓고 백령도 주변을 훑어보고서야 백령도가 안고 있는 자연적 환경으로 인한 해상교통의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백령도의 자연적 환경(Environmental Circumstance)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시면 좋겠습니다.


1. 구글맵으로 본 백령도

백령도는 서해안 최북단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어떻게 우리 땅이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인천에서 거리로 대략 180km, 배로 약 4시간 거리입니다.

통상 '서해 5개 도서'라고 하면 위에 표시된 다섯 개의 섬을 말합니다. 제일 왼쪽부터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입니다. 연평도와 우도는 상대적으로 인천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입니다.


2. 대동강의 토사가 흘러와 쌓이는 곳 - 백령도

백령도를 안 가봤던 것도 아니면서, 제 머릿속에 백령도는 먼바다 밖에 있어서 암반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물론 섬이야 그렇겠지만, 섬을 둘러싼 주변에는 아주아주 오랜 세월 동안 조류에 실려 와 쌓인 토사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위 해도에서 보시면 대동강으로부터 엄청난 토사가 흘러와 백령도 인근에 쌓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동강의 모래는 규조토이며 규사는 유리의 원료입니다. 대동강 모래의 품질이 양질의 유리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여서 남북합작 유리공장이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규조토는 매우 입자가 고운 모래입니다. 따라서 조류를 따라 멀리 이동합니다. 백령도의 ‘사곶’ 역시 대동강으로부터 흘러온 규조토가 쌓여 다져진 지형입니다. 썰물이면 길이 3km, 폭 300m의 천연비행장이 펼쳐지는 곳,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이라는 천연비행장이 사곶에 있었습니다. (1999년 방파제를 쌓는 바람에 비행장기능은 없어졌다고 하지요.)

위 해도에서 백령도와 대청도를 휩싸고 있는 하늘색 부분은 수심이 얕은 지역, 즉 저수심 지역을 표시한 것입니다. 어선이 아닌 한 항해에 주의를 요하는 지역인 셈입니다. TV 화면에 잡힌 백령도와 대청도는 그저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외로운 섬 같았는데, 해도를 펼쳐놓고 보니 주변이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 않습니까?


3.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백령도

헬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 백령도와 대청도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요. 구글맵이 해결해 줍니다. 고도에 따라 보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적당히 올라 백령도와 대청도가 한눈에 보이는 위치에서 바라다본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규조토 해안의 바다는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습니다.

넓고 푸른 바다에서 어디서 어디로 이동을 한 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습니다. 노란 점으로 표시된 두 지점, A에서 B로 이동하거나, B에서 A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4. 바다에도 길이 있다

위의 사진 아래에 있는 스케일을 참조하여 어림잡아보니 20킬로가 채 안 돼 보입니다. 배를 기동해서 가면 금방 갈 것도 같고, 대충 섬을 끼고 좌측으로 돌아가면 되겠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그렇게 만만한 길이 아닙니다. 바다 밑을 보면 경악할 수준입니다.

위의 해도에서 하늘색은 저수심 해역을 뜻하며, 어선 등 소형선박이 아닌 경우 상당한 주의가 요구되는 해역입니다. 빨간색 점은 이번에 천안함과 관련된 좌표들입니다. 2해역사령부의 작전상황도에 명기된 최초 좌초 지점, 반파사고 지점, 함미 발견 지점 그리고 함수발견 지점의 좌표입니다. (이젠 다 아실 테니 해도 상 좌표 설명은 생략했습니다.)

백령도 인근해역은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고, 저수심 지대가 넓게 분포해 있기 때문에 항해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어제 대문에 오른 ‘까삐딴엑스’님의 글에서 “어떤 선장도 3-5노트의 강한 조류, 어장과 어초(Fish Haven), 그리고 천수(shallow water)가 존재하는 해역은 가지 않는다. 가끔 직업병처럼 꾸는 나쁜 꿈에나 나타나는 그런 곳이다.”라는 표현은 상선 선장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신 표현입니다.

이론적으로 흘수 2.5미터의 선박이 수심 4미터인 지대를 항해하면 1.5 미터의 여유가 있으니 괜찮을 것 아니냐 싶겠지만, 그것은 좌우로 5센티 여유 있는 공간 사이로 버스를 몰고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천수(Shallow Water, 얕은 해역)에서는 선박의 속도에 비례하여 트림(Trim)과 흘수의 상한이 제한됩니다. 즉, 배가 가라앉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천수효과(Shallow Water Effect)라고 하는데 다음 기회에 상세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넓은 바다 위의 두 섬을 보다가, 위의 해도를 보니 갑갑해지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어느 정도 규모의 선박이 운행 가능한 길을 도로 표시하듯 그려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선박이 항해 가능한 항로를 초록색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중간에는 상당한 넓이의 암초 지대가 존재합니다. 가운데 지역에는 수심이 채 2m가 안 되는 지역이 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수심이 얕은 지역을 하늘에서 보면 좌측의 모습과 같습니다. 하얀 점은 암초 혹은 여(礖, 밀물 때 잠기는 암초)이며, 희뿌연 부분은 저수심이 드러나 보이는 부분입니다.

대청도 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 키보다 얕은 저수심의 면적이 거의 대청도 전체의 면적과 맞먹을 정도로 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역을 피해서 항해를 해야만 한다는 현실입니다. 협수로입니다. 상행선 하행선 모두 협수로입니다. 상행선은 더 심각합니다. 저조 때는 통행을 하지 않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하행으로 몰리겠지요.

정말 문제는, 협수로와 저수심의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협수로에 들어가기 전, 그리고 협수로를 빠져나오고 난 직후, 교차로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도로라고 해도 신호등을 상당히 신경 써서 배치해야 할 정도인데 문제는 물 위에 뜬 배들이 이곳에서 정지신호 없이 각자 알아서 판단하여 항해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연안항해는 많이 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열악한 교통환경을 가진 해역을 대한민국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토사로 인한 저수심, 암초 지대, 협수로 게다가 강한 조류까지… 이러한 환경을 이대로 방치해 놓고 해난사고가 안 나길 바라고 있었다면 그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을 겁니다.

이곳을 주간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오고 가며 초계근무를 서야 했던 대한민국 해군 장교분들께 깊은 경의와 존경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5. 이번 천안함 사건의 핵(核) - 작전상황도를 다시 보겠습니다

작전상황도 상에 나타나 있는 ‘최초 좌초’ 별표 마크가 있는 지대(노란색으로 표시) 역시 저수심이며 사주로 형성된 해안단구지형입니다. 대동강으로부터 흘러 토사를 싣고 온 조류가 백령도에 부딪히면서 와류를 형성하며 백령도를 휘감아 돕니다. 그때 조류의 속도가 다소 떨어지면서 실려온 토사 중 일부가 가라앉기 시작해 길게 이어집니다.

그런데 조류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로 흐르는 조류와 대청도 외곽으로 흐르는 조류가 갈라지면서 가라앉던 토사들도 두 갈래로 나뉘어 가라앉게 됩니다. 그래서 ‘ㅅ’자 형태의 긴 사주(沙柱)가 생성되고 육지까지 이어져 단구(段丘)처럼 형성된 것입니다.

이 해역에서는 바로 저 별표 위에 있는 암초와 함께 손가락으로 표시된 아래쪽, 마치 개불 끝자락처럼 생긴 저수심 지대에 등대(암초 위)와 해상부표(저수심 위)를 설치하여 야간에도 불빛으로 경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함은 물론,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협수로 역시 유사한 해양교통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천안함 사고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의 해군 초계업무는 쉼 없이 지속되고 반복될 것이며, 아직도 22척이나 있는 우리 초계함 역시 같은 해역에서 같은 작전에 투입되어 같은 활동을 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실을 밝히는 일은, 단순히 사실을 바로 알자는 의미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어떠한 면에서 우리가 보완을 해야 하며,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어 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총체적인 방향설정뿐만 아니라 예산편성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각도로 방향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안에 어구나 그물 많은 거야 다 아는 사실이고, 저수심에 좌초까지 한 배가 부랴부랴 빠져나오느라 황망한 가운데 정신이 없었을 것이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해상교통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충돌사고를 겪었다고 한들, 크게 이상할 것 없습니다. 연안 저수심과 협수로가 얽히고설킨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상 유례가 없이 막강한 함대, 그것도 이지스함만 세 대 포함 수십 척의 전함이 훈련 중인 서해안에서,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는 버블제트 어뢰를 구해다가, 소리없이 다가와 함선 바로 밑 3미터 지점에서 폭발시키고 달아난다는 일은, 700톤의 함수가 수km나 떠내려가는 조류를 가진 서해 바다에서, 철기시대 이후 수 천 년간 쌓였을 쇳조각 중에 맘에 드는 한 조각을 고르는 일보다 더 황망한 일일 것 같기에 상식과의 충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천안함의 진실은 그리 머지않아 밝혀질 것입니다.

 

독고탁


덧글 : 지난 금요일 평택 2함대에 다녀왔습니다. 천안함의 함미와 함수를 보았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세세한 이야기를 전해주길 기대하신 분들께는 조금 섭섭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제 판단에 비추어 별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특이사항이란, ‘제가 예측했던 범위 내에서의 모든 일’이라고 전제하시면 될 것입니다. 한두 가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조금 더 깊이 있게 분석하고 판단한 후, 저의 조사활동과 관련하여 제가 앞으로 행하는 일로서 보여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쏟았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이니 조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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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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