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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패배, 안타깝지만 소중한 자산을 쌓았다

순수한 남자 2010. 6. 4. 12:13

유시민의 패배, 안타깝지만 소중한 자산을 쌓았다
번호 165541  글쓴이 스나이퍼 (kwonsw87)  조회 597  누리 304 (309-5, 12:44:0)  등록일 2010-6-4 11:07
대문 14

2010년 6.2 지방선거 결과 분석 보고서 (경기도편)  

6.2 지방선거의 열전이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극도로 위축되어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는 민심이 승리한 선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차분하게 선거결과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정국의 흐름을 짚어본다. 그리고 범야권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이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기로 한다. 각 시도별 선거결과를 살펴보고 시리즈 마지막에서 전체적으로 결산하는 글을 올리기로 한다. 

▣ 서울과 경기는 인물선호도, 인천은 세력선호도가 좌우  

서울의 경우 총 25개 구청장 가운데 민주당이 21개를 휩쓸었다. 한나라당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지역 3개 구청장과 중랑구 등 4개에 그쳤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어야 당연한 듯 하다. 하지만 결과는 오세훈 후보의 승리였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경우 총 31개 기초단체장에서 민주당이 19개지역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은 11개 지역, 무소속이 1개 지역이다. 

반면 인천의 경우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동반하는 현상이 나왔다. 범야권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승리한 8개 지역에서 송영길 후보가 승리했고, 패배한 2개 지역에서 역시 패배했다. 이것은 그만큼 인천지역의 경우 ‘인물론’보다는 ‘세력(정당)’ 선호도가 좌우했음을 보여준다.  

유시민의 안타까운 패배, 그러나 소중한 자산을 쌓았다 

                       김문수              유시민                  표차             무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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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득표수     2,271,492        2,079,892             (-)191,600        183,388

정당득표수     1,864,637      2,138,288(범야권)   (+)273,651

차이               (+)406,855        (-)58,396

먼저 표를 보면서 이야기하자. 통계는 경기도 선거결과가 서울과 비슷하다는 걸 보여준다. 즉 정당(세력) 지지도에 있어서는 범야권이 27만여 표를 더 많이 얻었다. 하지만 후보자 간 득표에서는 19만여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여기에는 서울보다 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특히 서울과 마찬가지로 정당(세력) 지지도가 그대로 후보자 지지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고로 인천지역의 경우 서울과 경기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는데, 표를 보자. 

                        안상수           송영길             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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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득표수      469,040         556,902          (+)87,862

정당득표수      409,359         517,645         (+)108,286

                     (+)59,681        (+)39,257

인천지역 득표결과를 보면 후보득표와 정당득표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수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상수와 송영길 모두 정당(세력) 득표수보다 조금 더 많은 표를 획득했다. 이 차이는 무소속이 가져간 표 때문이다. 후보간 표 차이는 8만7천여 표, 정당(세력) 간 표 차이는 10만여 표로 거의 수렴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에도 옹진군과 강화군을 제외하고 범야권이 모두 승리하였는데, 후보간 대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이는 후보 간 대결과 정당(세력) 간 대결이 동조현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처럼 투표가 되었다면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한명숙과 유시민이 승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도 참고할만한 지표다. ‘인물’과 ‘세력’이 매치될수록 진보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문수, 인물론으로 신승했지만 한계에 갇히다 

오세훈과 김문수의 공통적인 승리요인은 ‘인물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직 시장과 도지사라는 프리미엄이다. 현직이기 때문에 4년간 다져온 지역기반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현직 지사를 교체한 한나라당이 강원도와 경상남도에서 패배한 것과 연결시켜보면 알 수 있다.(충청도의 경우 현직을 내세웠지만 세종시 이슈가 덮어버렸다. 이는 지역적 이슈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서 여타 지역과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김문수과 오세훈의 한계가 되어버렸다. 차기 대선 주자를 꿈꾸는 두 사람에게 이번 선거는, 비록 가까스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는 죽어버렸다. ‘강남구청장’으로 자리매김한 오세훈과 ‘경기도지사’로 자리매김한 김문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김문수의 경우 정당(세력)에서는 한나라당이 27만여 표 뒤졌지만, 후보자간 인물 승부에서 19만여 표 앞섰다. 이를 뒤집어서 보면 유시민의 한계가 잠재력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오세훈과 김문수라는 인물이 강했다는 분석을 하자, 이를 한명숙과 유시민이 인물에서 밀렸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들이 있어서 첨언한다. 진보진영 인물이 모자라서 패배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쯤은 충분히 알 수 있을텐데 말꼬리 잡기 수준에 불과하다. 오세훈과 김문수가 현직 프리미엄과 들여놓은 공 덕분에 승리했지만, 그들은 지역에 갇혀버렸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전국적인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한계를 보여준 선거였다. 반면 진보진영의 한명숙과 유시민은 비록 후보 개인으로서는 패배했지만, 세력의 승리를 일구어냈다. 이는 지역을 넘어서는 리더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 지도자를 넘어선 큰 지도자의 가능성 확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시민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그가 야권 단일화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지 않았다면 선거결과는 180도 달라졌을 것이다. 천안함 정국을 돌파한 사람 역시 유시민이었다. 무모할 정도로 천안함 이슈를 정면으로 되받아친 사람이 유시민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가 ‘민주당 vs 한나라당’의 승부가 아니라 ‘범야권 vs 한나라당’의 승부임을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준 인물이 유시민이다. 

비록 유시민 본인은 패배했지만, 선거구도 자체에 바람을 일으키고, 범야권을 살려낸 것 역시 유시민이다. 혹시라도 이런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각 후보가 잘나서 이번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한다면 곤란하다. 

선거는 <구도>가 가장 중요하다. 구도가 만들어진 다음에 <세력>과 <인물>이다. 그리고 이런 바탕 위에 <정책과 이념>이 자리 잡는다. 따라서 유시민의 가장 큰 공헌은 선거구도를 만들어낸 지점이다. 그 스스로 불리한 조건의 경선을 승리하여, 전체 구도를 완성시켰다는 것은 높이 사야 한다. 그리고 젊은층의 투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임을 확인했고, 새로운 미디어(트위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를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인으로서 그 잠재적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잠재적 가능성을 현실적인 힘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향후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유시민의 한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비토 

다만, 이런 부분이 유시민의 한계가 되어버렸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경기도지사 김문수’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먼저 경기도의 각 지역별 현황을 보자. 

유시민 승리지역

김문수 승리 지역

수원시 (5,813)

안양시 (6,343)

부천시 (4,132)

광명시 (14,587)

안산시 (12,050)

의왕시 (동률)

시흥시 (3,824)

군포시 (6,057)

 

총 7개 지역

 

성남시 (10,598)

의정부시 (6,697)

평택시 (19,545)

양주시 (12,011)

동두천시 (8,249)

고양시 (7,918)

과천시 (2,093)

의왕시 (동률)

구리시 (4,217)

남양주시 (10,703)

오산시 (722)

화성시 (4,818)

하남시 (6,242)

파주시 (14,531)

여주군 (11,674)

이천시 (15,490)

용인시 (29,147)

안성시 (5,868)

김포시 (11,880)

광주시 (11,259)

포천시 (16,786)

연천군 (7,079)

양평군 (16,337)

가평군 (10,542)

 

총 23개 지역

 

동률을 기록한 의왕시를 제외하고 유시민은 불과 7개 지역에서 승리했고, 나머지 23개 지역에서 패배했다. 한명숙의 경우 비록 구청장 선거 결과와 매치되지는 않았지만, 4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승리를 했다. 비교적 정당(세력) 지지도와 동반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났다. 하지만 유시민은 극단적으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기초단체장 선거결과는 다음과 같다. 위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선거결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야권 승리 지역

한나라당(무소속 포함) 승리 지역

수원시 (48,626)

성남시 (31,537)

의정부시 (8,317)

안양시 (10,835)

부천시 (70,019)

광명시 (34,600)

평택시 (11,272)

안산시 (11,518)

고양시 (32,635)

의왕시 (4,578)

구리시 (17,241)

오산시 (8,565)

화성시 (17,737)

시흥시 (23,576)

군포시 (18,711)

하남시 (5,563)

파주시 (6,227)

용인시 (11,606)

김포시 (7,507)

 

총 19개 지역 승리

양주시 (3,257)

동두천시 (야권 후보 없음)

과천시 (야권 후보 의미없음)

남양주시 (352)

여주군 (5,200)

이천시 (20,458)

안성시 (3,490)

광주시 (6,497)

포천시 (18,474)

연천군 (3,792)

양평군 (야권 후보 없음)

가평군 (야권 후보 없음)

 

 

총 12개 지역 승리

특히 야권 후보가 압승을 거둔 지역을 보자. 대표적으로 부천시의 경우 김만수 후보가 7만여 표가 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지만 유시민은 고작 4000여 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수원시와 성남시, 고양시도 비슷하다. 3만에서 5만에 육박하는 표 차이로 야권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유시민은 그 반대로 1만여표에 가까운 표 차이로 김문수에게 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 가지 지점이 있다. 하나는 김문수가 다져온 지역기반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설명이 하나고, 또 하나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비토라는 설명이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먼저 김문수 개인의 인물이 크게 먹혔다고 볼 수 있다. 부천시의 경우 김문수의 지역구가 있던 지역이다. 그리고 그 보좌관을 했던 차명진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도지사를 별개로 보고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김문수가 그동안 경기도지사로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에 보여준 ‘경기도 이익 지키기’의 헌신성은 지역 지도자로서 크게 각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문수의 포지션은 지역을 넘어서기 힘든 장애와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김문수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그간 경기도의 이익 사수를 위해 내뱉었던 무수한 말과 행동이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개인의 인물론이 먹혔다 하더라도 부천과 성남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 강한 지역이다. 그래서 민주당 후보들이 많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보여준 압도적인 지지와는 달리 유시민은 거의 냉혹하다 싶을 정도로 비토를 놓았다.  

안타깝지만 유시민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같은 투표행태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범야권 단일화와 정책공조는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는 점이다. 

나중에 총평에서 언급하겠지만, 범야권 지지표를 분석해보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 나머지를 참여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무당층 등이 메꾸고 있다. 이들 군소세력의 협조없이 민주당은 이번과 같은 선거결과를 다시 얻어내기는 힘들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상호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이 지점에서 혹시나해서 덧붙이자면 유시민의 패배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의 비토로 결론 내리는 것 역시 무모하다는 것이다. 일부 그렇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유시민이 얻어낸 표와 범야권이 얻어낸 표 차이가 불과 6만표 정도에 불과하다고 본다면 총량으로는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유시민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범야권 세력의 연대와 연합’을 추동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효표의 정체와 진보신당 

경기도지사의 경우 서울시장과 달리 심상정 후보가 사퇴했다. 하지만 투표용지 인쇄 후에 사퇴를 하는 바람에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다. 그것도 역대 선거 결과에서 볼 수 없었고,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무려 18만여 표가 무효가 되었다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당초 경기도 판세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앞서 설명한 바 있듯이 기초단체장 투표결과가 광역단체장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크고, 두 번째가 18만표를 넘는 무효표의 존재가 또 다른 이유라 하겠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후보의 경우 후보사퇴를 했지만 당내에서 거센 반발을 받아야 했다. 사퇴하기 전 심후보의 지지율이 5~8% 사이였다고 한다면 무효표 18만표의 정체를 짐작은 해볼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 증거는 없다. 18만표의 무효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짐작으로만 남겨놓는다. 어차피 외생변수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진보신당이 독자출마를 강행했듯이, 경기도에서도 그러기를 바랐던 진보신당 당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자유이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스스로 감당하면 될 것이다.

이런 저런 변수가 있었다고해도 이는 말 그대로 변수에 불과하다. 유시민이라는 정치인 개인의 역량과 자질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걸어온 발자취의 결과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경기도지사 선거결과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분석을 해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성적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잠재력을 확인한 것으로도 충분하다. 단순히 경기도라는 지역선거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전국선거를 이끌었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는 점도 유권자들이 기억할 것이다. 가만히 따져보면 유시민에게는 얻은 것이 많았던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2012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모색할 때이다. 

범진보세력을 지지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유시민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진보세력의 과제

- 범야권 정책공조를 통해 지방정부를 운영하여 유권자들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 사실상 선거를 포기한 경기도의 동두천, 연천 등 경기북부 지역과 양평, 가평 등 경기동부 지역에 조직을 다져야 한다. 그냥 버리는 지역은 없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전국 모든 지역에 조직을 갖추고 있는 한나라당을 배워야 하며, 중앙당 차원의 지원으로 취약지구를 보완해야 한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65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