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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스포츠, 정치라는 전쟁.

순수한 남자 2010. 6. 9. 18:58

정치라는 스포츠, 정치라는 전쟁.
번호 169402  글쓴이 내과의사  조회 970  누리 244 (249-5, 10:33:1)  등록일 2010-6-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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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는 스포츠, 정치라는 전쟁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06-09)


정치는 스포츠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선거개표 방송을 보고 있자면 더더욱 ‘정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든다. 시시각각 온갖 화려한 그래픽 동원해서 득표율 보여주는 화면과 올림픽에서 국가별 메달 수, 경기기록 보여주는 화면은 다르면서도 짝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네 삶이 규정되는 비장함보다 짜릿한 승부의 긴장감이 주인공이라는 말이다.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 찍는 투표 양상을 두고 온갖 분석과 추측과 비판이 난무하지만, 정치는 스포츠라는 명제를 대입하면 문제는 무척 단순해진다. 대구는 삼성팀, 부산은 롯데팀, 광주는 기아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프로야구와 지역이 지지정당을 좌우하는 정치는 다를 바 전혀 없다고 이해하면 그만이다.

정치를 스포츠라 받아들인다면 진보신당의 정치놀이도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게임이 된다. 올림픽 정신이 바로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아마추어들의 순수한 잔치라는 올림픽이 상업주의와 국가주의에 오염되어 프로화된 엘리트 체육선수들이 메달을 휩쓰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어도, 아직도 참가하는데 의미를 둔 선수들을 올림픽 경기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정치는 스포츠이다. 그렇다면 선의를 가지고, 게임의 룰을 지키며, 신사도 보다 깨끗한 스포츠맨의 매너로 최선을 다했다면 정책의 결과가 어떠하든, 선거의 결과가 어떠하든 그 어떤 정치인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래서 SK가 우승하던, 기아가 우승하던 프로야구는 재미있는 프로야구이고,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민주당이 집권해도 대한민국은 고만고만한 정치인들이 해먹는 대한민국일 뿐이다. 

정치는 전쟁이다. 정치의 목적은 권력이다. 권력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정적을 범A법자로 몰아가 제거하는 일도, 파렴치한을 모범시민으로 둔갑시키는 일도, 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재물을 취하는 일도, 심지어 ‘파란 매직 1번 어뢰가 초계함을 격침시키는 일’도 가능하게 해준다. 전쟁에서 패하면 모든 것을 잃듯, 선거에서 깨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래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정치는 전쟁이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주먹으로 안되면 칼로, 칼로 안되면 총으로, 총으로 안되면 대포라도 끌고 와서 상대방을 죽여버려야 한다. 면전에서 상대하기 버겁다면 뒤통수에서 독침을 꽂든, 음식에 독을 뿌려서라도 죽여야 산다. 노무현에 대한, 한명숙에 대한 사법 권력의 집요함은 정치는 전쟁이라는 명제의 담백한 증거이다.

역사는 승자의 손으로 기록된다. 한나라당의 대한민국에서는 뉴라이트가 우국지사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친일인명사전을 뒤져보면 뉴라이트의 영웅들은 가증스러운 부역자 패거리에 불과하다. 솔직히 누가 승자가 되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무리들이 승자가 되는 대한민국과 그렇지 않은 대한민국은 나에게 지옥과 천국의 간극 이상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정치는 전쟁이다. 천국과 지옥의 명암을 가른다.

정치는, 대한민국 정치의 본질은 스포츠인가, 전쟁인가. 관점을 달리해서 의문을 가져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포츠 같은 정치인가, 전쟁 같은 정치인가. 역시 나는 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지금 현실 권력을 장악한 무리들에게 있어 정치는 절대로 스포츠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선의를 가져야 한다. 게임의 룰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신사도보다 깨끗한 스포츠 맨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우리의 정치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경기장 반대편에서 나오는 선수들은 정정당당한 운동경기가 아닌, 권력을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가 정의를 창조하는 전쟁을 치르러 나온다는 사실이다.  

모순이다. 부조리이다. 맨몸에 발로만 공을 다루어야 하는 축구팀과 온갖 보호구 착용하고 손발로 공을 다루는 럭비팀 간의 경기도 대한민국 정치보다 모순적이고 부조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우리가 이 모순과 부조리로 우리의 어떤 실패도, 좌절도 합리화 시켜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명제이다. 그렇다. 공상과학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스포츠로 전쟁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거다.

주먹패 고등학생 둘이서 시비가 붙었다. 결국 학교 뒷산에서 맞짱을 뜬다. 갑자기 형사 같기도 하고 양아치 같기도 한 ‘자칭 형아’가 심판으로 나선다. 그리고 ‘싸움의 규칙’을 설명한다.

“자! 원타치 마따이로 쪼개고 세군데 아상 피나면 스톱, 논타이틀 매치니까 누가 이겼다 해서 삥뜯기 없고! 다구빨 당연히 없고, 맞았다고 경찰에 신고하기 없고, 깽값은 본인부담. 그리고 행여 문제가 커지면 나는 등산가다 우연히 본 걸로 하기...”

학생들은 ‘일진’ 자리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승부가 한쪽으로 기울 무렵, 수세에 몰린 녀석이 칼을 빼든다. 자기가 지는 것을 인정 못하는 거다. 규정 위반이다. ‘자칭 형아’는 척 보니 칼도 쓸 줄 모르는 놈인데 어설프게 설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칼을 빼든 녀석은 다짜고짜 ‘자칭 형아’를 칼로 찌른다. 형아는 가볍게 몸을 피하면서 깔끔한 주먹 한 방으로 녀석을 K.O 시킨다.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한 장면이다. 현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나약한 인간도 있고 비열하고, 잔인하고 나쁜 종자들도 있다. 하지만 ‘강철중’ 같은 존재는 천연기념물이다. 권선징악 액션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강철중’은 우리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허깨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오늘 ‘강철중’이 미치도록 보고 싶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어쩌면 그것이 내가 미치도록 보고 싶은 ‘강철중’의 현신(現身)은 아닐까.

정치는 스포츠이다. 정치는 전쟁이다. 스포츠로 전쟁을 이겨야 하는 모순과 부조리이다. 그래도 내가 인간으로 살기 위해 그 모순과 부조리를 씹어 삼켜야 한다.  

정치를 전쟁으로 삼는 무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황당한 모순과 부조리를 모르쇠 한 채, 그저 나의 순수함을 과시하고 증명하기 위해 정치를 스포츠로 즐기려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이다. 메달 욕심 없이 참가하는 데 마냥 행복해 하는 선수들과 상대하며 게임 뛰는 일만큼 신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영웅 ‘강철중 형사’는 영화의 마지막 칼에 찔린 상처를 안고 악당 두목과 주먹으로 ‘원타치 마따이’로 붙는다. 매너 넘치고 의리 있는 두목인 척 하던 악당은 강철중의 상처만 노려 공격을 퍼 붓는다.  

‘다구빨’ 당하던 강철중 형사는 갑자기 총을 꺼낸다. 그리고 두목의 몸, 꼭 자기가 칼 맞은 그 자리에 총알 하나 박아 넣고 총을 집어 던진다. 그리고 다시 ‘원타치 마따이’를 시작한다. 그래야 공평한 거란다. 역시 강철중은 멋진 사내이다. 

결국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전쟁도 아니다. 그저 “원타치 마따이"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기면 정치는, 세상은 스포츠처럼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들이 이기면 정치는, 세상은 전쟁터가 되고 약육강식 밀림이 되는 거다. 우리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L) 내과의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69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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