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이번엔 막걸리는 아니겠지
국정원, 이번엔 막걸리는 아니겠지 |
| ||||||||||||||||||
얼마 전에는 ‘작전계획 5027’ 등 군 작전계획과 교범 등을 넘겨준 간첩 혐의로 ○군사령부 참모장으로 근무하는 K 소장이 연행되어 조사 중이라고 한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대북관계가 급속도로 악화가 되니 냉전주의자들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국가안보, 정말 중요한 과제다. 안전, 안보라는 것은 백번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 시기와 방법이 문제다. 정보에는 정보와 역정보가 있고, 공작에도 공작과 역공작이 있다. 간첩을 잡을 때도 직접 때려잡는 방법이 있고, 밑밥을 던져놓고 낚시질로 잡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안 관계자들의 수사방법은 역사를 통해 검증이 되었듯 과학적인 기법보다는 물리적이고 강압적이며 속전속결식 마무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눈 녹으면 흙 드러난다.’고 했듯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공안 수사과정에서 얼마나 억울했던 피해자가 많았던가. 심지어 사형까지 당하고 시간이 흘러 무죄로 입증된 사례들이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은 막걸리 법이고, 군사보안은 고무줄’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다. 요즘 또다시 메카시즘 광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간첩 때려잡으며 밥 먹고 사는 이들이 부쩍 신난 것 같다. 이에 편승한 IT보안 관계자들도 덩달아 깨춤을 추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6월 9일 경남도민일보 지면을 통해 알려진 모 기업에 들이닥쳐 난리법석을 벌였던 수사관들은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 뿐만이 아닌 국정원(국가정보원) 관계자들도 함께 있었음이 밝혀졌다. 중국과 북한의 해킹관련 사건 조사과정에서 두 기관이 합동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과정에서 기업 보안담당자가 지면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 문제로 두 기관에서 서로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당시 참여했던 조사관들 중 기무사 소속 요원들이 국정원은 제쳐놓고 기업에 우호적이었던 기무사를 오히려 비난하느냐는 목소리들이 나왔기에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혀 드리고자 한다. 그 후속 과정에서 또 한 번 무리한 속전속결식 마무리가 있었다. 최초에 북한으로 알려진 해킹이 중국으로 밝혀졌고, 해킹을 통해 자료 유출이 된 엔지니어 외 나머지 업무 관계자들은 해킹 우려가 있는 전산기기로 드러났다. 하지만 마무리 과정에서 그들도 함께 해킹을 통해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 해킹 우려가 있다는 것도 실은 개인 메일 주소가 떠돌아다니는 것을 국정원에서 포착해 IP 주소를 추적한 것에 불과했다. IT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기본 상식조차도 그들은 억지 주장을 하며 해킹을 통해 많은 자료들이 빠져나간 것으로 수사종결을 하고 만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 보안담당자는 과학적으로 사실 관계가 분명히 밝혀지지도 않은 가설, 추정만으로 개인의 신상정보가 수사선상에 공개되고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기업의 대표이사까지 결재가 끝난 것에 분개하여 항의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 기업의 보안부서장은 사실 관계를 입증할만한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하라는 담당자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중이다. 기업보안,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 힘들게 연구 개발한 각고의 노력들이 산업스파이들로 인해 정보가 유출되면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도 총성 없는 전쟁으로 알려진 산업스파이들의 활동은 계속 진행 중이다. 남의 피와 땀으로 얻어진 결실을 손쉽게 도둑질하여 이용하려는 자들도 괘씸하지만 자기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당사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문제는, 국가와 기업 보안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하는 기관원들이 왜 평소에는 일상적인 관리만 하다가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할 때만 덩달아 난리를 치느냐는 것이다. 일 잘하고 욕 듣지 말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은 막걸리 법이고, 군사보안법은 고무줄이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잘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동일한 사건에도 상황에 따라 또는 그 대상에 따라 묵인 할 때가 있고 법을 집행할 때가 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고무줄처럼 움직였던 것이다. 필자가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면에 알리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을 말이 된다고 우격다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의 진실공방은 더 이상 파헤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우격다짐으로 보고서가 마무리되고 최고경영자의 결재까지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이없음을 곱씹고 쓴 커피를 마시며 보고서를 만든 한심한 장본인을 오늘도 마주 보고 있다. 그 보안부서장은 5공, 6공 시절 대공과장을 지낸 사람이고 필자는 젊은 시절 노동현장에서 시위를 하던 사람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인가 악연인가. “악연으로 만났지만 좋은 인연으로 만들자”고 늘 말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건 아픈 뒷머리뿐이다. 6.2 지방선거 전후로 잠시 주춤했던 대북심리전을 본격적으로 진행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등 아이돌 가수들의 영상물을 이용해 심리전을 한다고 전해지는데 웃음이 나오다가도 씁쓸해진다. 예외석 / 시인, 소설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