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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후보자의 강연 전체를 보았습니다.

순수한 남자 2010. 8. 17. 22:16

경찰청장 후보자의 강연 전체를 보았습니다.
번호 193233  글쓴이 논가외딴우물 (msmwjp)  조회 1805  누리 400 (400-0, 17:52:0)  등록일 2010-8-17 17:59
대문 21


경찰청장 후보자의 강연 전체를 보고 나서…
(서프라이즈 / 논가외딴우물 / 2010-08-17)


보도를 통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사실이 아님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잘못된 정보 때문인지, 아니면 이너서클끼리 공유해오던 유언비어를 평소에 사실이라고 확신해 왔던 것에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3월에 있었던 강연 내용이 왜 이즈음에 문제로 불거지는지 실로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문제의 동영상 전체를 보게 되었다.

예상보다는 부드러운 어투로 이어가는 강연을 보면서 그의 경찰에 대한 자부심과 경찰 동료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강연의 많은 부분이 경찰의 현장 고민과 대처 방법에 대한 그의 견해였던바, 충분히 경찰 지휘관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쇠고기 반대 집회 등에 참석했던 시민들을 선동하는 ‘법질서 파괴세력’이 있다거나 ‘무정부주의자’가 선동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은 어쩌면 그가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처해온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한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언어 구사는 경찰 지휘관답게 예사롭지가 않다. 전반적으로 일반 시민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기술적 대상으로 보는 사고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경찰만이 가질 수 있는 권위의식의 일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가 기자와 정치인은 잘 보호해야 한다고 강연에서 훈계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전직 대통령을, 그것도 불행하게 최후를 맞은 전직 대통령을 이름하여 “노통”이라 지칭할 수 있으면서도 현직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깎듯이 “오세훈 시장님”이라 지칭하는 그의 언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청와대 진격투쟁’을 외치는 무리로 시민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시위 참여 시민에 대해 ‘모여드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무심코 흘려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모이는 것과 모여드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피상적(皮相的) 존재로 시위 군중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인데, 혹시라도 왜곡된 정보에 현혹된 시민, 군중심리에 매몰된 생각 없는 시민만이 시위에 참여한다는 사고를 그가 가지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연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에 있다. 내용인즉슨,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법치주의이므로 법치를 지켜내는 경찰이야말로 진정한 민주투사”라는 그의 언급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는 굳이 표현하자면 층위(層位)를 달리하는 개념이다. 이 정도는 중학생 나이만 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를 동일 선상에 놓고 법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찰 총수를 국민이 용인할 수 있을까?

강연을 보건대 그의 머릿속에 군중은 하나의 대상에 불과하며, 좌파적 이념을 가진 시민이거나 좌파 세력, 법질서 파괴세력, 무정부주의자 등에 현혹된 시민일 뿐이니, 그의 사고 수준은 성숙한 민주 시민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시위의 양상이나 대처 방법 등 현실적 대응 판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위 발생의 원인과 참여한 시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성숙함마저 경찰에 요구하는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에게 경찰이 집 지키는 개가 아니라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정도의 시대정신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일반상식적 요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시민 개개인에 대한 인본적(人本的) 고민과 존중이야말로 법치주의와 헌법 명문을 초월하는 궁극적인 가치일 것이다.

강연의 말미에서 헌법적 가치를 운운했던 그가 우선 가져야 할 것은 공정하고 공평한 잣대이다. 번드르르한 말과는 달리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해 이를 경찰 간부들에게 마치 사실인 듯 주지시키는 언변이나 시민을 수동적으로 모여드는 저급한 존재로 치부해 말하는 행동이야말로 작은 듯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크게 왜곡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경찰 총수가 될 자격이 없다!

 

논가외딴우물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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