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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예비노인의 천박한 복지론

순수한 남자 2010. 10. 22. 10:28

김황식 예비노인의 천박한 복지론
번호 208805  글쓴이 율리우스 (julius)  조회 1916  누리 401 (401-0, 22:50:0)  등록일 2010-10-21 15:47
대문 30


김황식 예비노인의 천박한 복지론
(서프라이즈 / 율리우스 / 2010-10-21)


후보검증 시 총리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도무지 판단키 어려웠던 김황식 총리가 후보검증 쓰나미의 충격에서 벗어났는지 처음으로 의욕 넘치는 발언을 날렸다.

그런데 그 품질이 문제다. 정동영을 한방에 ‘훅~ 보내버린’ 노인폄하 발언의 위력을 몰랐던 것일까. 그의 소신스러운 첫 작품으로 ‘노인폄하 Season 2’를 들고 나서는 모습이 아무래도 휘발유통 들고 불섶에 달려드는 꼴로 보인다.

물론 그 정도는 되어야 여론의 중심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고육지책의 판단 때문이라면 굳이 그것을 실패한 것으로 폄하하긴 그렇지만, 글쎄다. 아무리 보아도 자신의 발밑에 구덩이를 파는 짓으로 보이니 하는 말이다.

▲ 경향신문 10월 21일자 1면


첫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권 문제를 건드렸다

필자는 그 제도가 참으로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물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노인분들이 지하철을 이용하여 어디든 무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노인복지 관련 제도 중 가장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친구사이인 노인 분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소싯적 친구지간이니 살아온 환경과 직업에 따라 빈부의 차이가 분명히 있을 터이다. 온양온천에 가서 목욕하고 밥 먹고 오기로 했다. 현재 제도에서는 모든 노인분들이 무상으로 전철을 탈 수 있어서 서울-온양 왕복 차비뿐만 아니라 집에서 출발하여 귀가할 때까지 전철을 이용하는 한 편하게 무상으로 다녀올 수가 있다.

온천욕을 하고 잘사는 친구가 ‘내가 한턱 쏠게’ 할 수도 있고, ‘이번엔 김 회장이 쏘지’하고 채근 거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십시일반으로 갹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철을 타고 내리면서 누구는 무료승차권을 받고 누구는 표를 사는 구분이 생긴다면 그 여행이 즐거울까? 어지간해서는 지하철 탈 일이 거의 없을 것이 분명한 김황식 예비노인께서는 그런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 것 같다.

김 예비노인 머릿속에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상 혜택을 주되 잘사는 노인 분들까지 굳이 혜택을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나름 합리적인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것이 지하철의 적자폭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도 있으리라는 다목적 구상이 떠올랐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문제는 경계선에 있다. 저소득층 노인과 잘사는 노인의 구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의 여부다. 그것은 무상급식에 있어서 혜택을 주어야 하는 학생과 잘사는 층으로 분류되는 학생의 구분에 있어서도 동일한 문제를 유발한다.

과거 어느 학교에서는 그 지역 대부분의 학생들이 신도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서 잘살고 못살고의 구분이 모호하여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삼았다가, 소형 평수 학생들이 ‘쪽팔려서 학교 못 다니겠다’며 큰 평수로 이사 가자고 부모에게 조르는 바람에 문제가 심각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한 구분이 비교육적인 것은, 빈부격차의 문제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던 급우들 사이에 기껏 밥 한 끼 먹는 문제로 계층 간 구분을 뚜렷이 그어야 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괴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것을 구분하는 기준 또한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일거리 하는 탑골공원 노인 분들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무임승차 없으면 여기도 못 나와” “우리랑 원수졌나… 총리 사임해야” 등 대다수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 기사 중에서) 

노인 문제가 별다를까. 은퇴 후 재벌기업 명예회장일 수도 있고, 가진 재산을 모두 물려주고 소박하게 사는 분도 계실 것이고, 재산이 있어도 달랑 집 한 채 남아 있는데 소득은 전혀 없는 노인분도 계실 터이고, 재산은 전혀 없지만 잘사는 자식들로부터 생활비를 풍족하게 받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지하철 티켓 한 장으로 그것을 구분하겠다는 발상이 경이롭다.

김황식 예비노인께서는 대한민국에서 지하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도시 노인분이 몇 %이며, 노인분들 중 아예 승용차만 타는 분들은 몇 %이고, 오로지 지하철만 타는 노인분들은 과연 몇 %인지, 그리고 굳이 과금을 했을 때 대상은 몇 명이며 얼마나 Save 되는지 한번 제대로 따져보기나 했나 물어보고 싶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득의 유무를 떠나 노인분들이 어디로 이동을 하든 무료승차가 가능하다는 것은 연세 드신 분들이 마실 다니시기에 편하고, 자식 손주들 만나시기에 편하고, 그러한 왕래가 가족 간의 유대관계뿐만 아니라 노인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 김황식 예비노인께서는 명심해야 할 일이다.


둘째, 노인수당에 관한 문제다

김황식 예비노인께서 뭘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노인수당이 한 달에 몇만 원 나오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줘야지 왜 (잘 사는) 나한테도 주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노인수당은 분명히 계층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한다.

UN에서 정한 65세를 기준으로 소득과 재산이 적은 하위 70%에 해당하는 계층에 지급하되 소득과 재산의 정도에 따라 산출하고 연금수령 여부 그리고 부부 혹은 단독인 경우 등에 따라 정해진 요율을 적용하여 차등 지급하고 있는데, 어느 노인분이 잘사는 자기에게 왜 주느냐고 말했다 하여 정책의 기본 틀을 흔드는 발언을 그리 쉽게 할 수 있는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더욱이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부동산에 남다른 재주를 가졌던 분들이 많고 보면, 재산은 많지만 자신의 명의로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부동산 귀재들로부터, 아무 재산도 소득도 없지만 자산의 명의로 자녀의 부동산이나 기타 재산이 물려 있는 경우엔 노인수당 지급에 있어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당제도가 노인분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례를 통해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장모님 하루 일과 중 대단히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는 시간이 아파트 내 경로당에 가서 동네 노인 분들과 어울려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것이다.

돌고 돌아 그 돈이 그 돈이고 좀 땄다손 쳐도 아파트 입구 1톤 트럭 과일 한 꾸러미 사서 나눠 드시는 게 전부지만, 하루 몇 시간 정도 소일거리로 친목 다지기에 그만한 놀이문화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경로당 노인 분들의 노인수당 사용방법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

노인수당이 나오면 한 달에 1인당 3만 원씩 모으신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전체 회식을 하시는데, 그날 만큼은 동네 식당이나 가게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여 경로잔치 마냥 즐겁다 하신다. 그렇게 경비를 쓰고 남는 돈은 좋은 일에도 쓰신다 하니 노인수당이 단지 생활비 지원의 차원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노인수당에서 갹출한 3만 원을 제하고 남는 돈은 쌈짓돈으로 갖고 계시다가 손주들 오면 용돈을 주시기도 하는데 자식으로부터 받는 용돈 외에 고정수입이 있을 리 없는 노인분들로서는 순수한 자신 몫의 돈으로 손주에게 용돈을 주는 의미가 또 다른 느낌이신 것 같고, 그러한 뿌듯함이 노인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금전적 계량이 불가능한 차원이라 생각된다.

물론, 노인수당을 전적으로 생활비로 쓰셔야 하는 어려운 분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긴 하지만, 노인수당 지급 여부의 경계선에 계신 많은 노인 분들이 겪고 계신 한 단면이 필자의 장모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노인수당을 사용하는 방식의 사례일 수 있는 것이다. 변화에 민감하고 정서적 영향을 크게 받는 노인분들에겐 수당이 깎일지 모르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염려가 된다.

만약 자신의 생활이 풍족한데 노인수당을 지급하는 정부에 대해 불만인 분이 계신다면, 우선 그분은 자신의 부동산이나 재산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다른 형태로 전환해 놓은 결과가 아닌지 조용히 짚어 볼 일이다. 그렇지 않고 떳떳하다면 그 돈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용하거나 기부를 하면 될 일이고, 그런 문화를 정착하는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나은 일이 아닐까?

글찮아도 이제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데 경로당 난방비 지원 중단으로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 노인 분들이신데 무료승차권마저 나오지 않게 되면, 며느리 눈치 보며 집안에 콕 들어앉아 계시기만 할지도 모르니 이제 ‘며느리 연합’에서 가스통 들고 서울광장에 모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황식 예비노인. 말 많고 탈 많았던 후보검증에서 코마 상태에 빠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헤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혼수상태를 자청하는 그가 측은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율리우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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