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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홍보전략에 숨은 배경

순수한 남자 2010. 11. 11. 11:50

G20, 홍보전략에 숨은 배경
번호 212569  글쓴이 마케터(펌)  조회 4579  누리 1081 (1101-20, 48:160:2)  등록일 2010-11-10 11:31
대문 56


G20, 홍보전략에 숨은 배경
(마케터의 아이디어 Lab / 마케터 / 2010-11-10)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적 또는 국가적 이벤트가 몰아치는 해다. 올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6월의 남아공 월드컵 대회, 그리고 11월에 광저우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행사만 연이어 3개다. 4년마다 돌아오는 사이클이니 02년이 이랬고, 06년이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보니 매스컴들은 경쟁적으로 특별 방송을 편성하고 중계전쟁에 나선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의 호기로 판단하고 광고 메시지를 다듬어 물량을 쏟아낸다. 정부 역시 이런 행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국민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참여를 독려하며 이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적절히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올해는 홍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겐 어쩌면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

근데 올해는 이들을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울트라 이벤트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런지 밴쿠버의 김연아 추억, 남아공 월드컵의 16강 진출이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불과 일주일 앞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 과연 어떤 녀석이길래 이리 강력할까? 다들 아는 바대로 그 녀석의 이름은 바로 ‘G20 정상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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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9월, G20 정상회담이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이 확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담’을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설정하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매진해왔다. “단군이래 ~~”라는 수식어가 하루가 멀다고 등장했으며 행사의 경제적, 국제적 성과 등을 예측하는 자료들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국격 상승’이라는 메시지로 구체화하여 홍보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홍보전략은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선진화에 도달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자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이 이야기하는 선진화가 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유추하건대 자신들을 지지하는 기득권층이 유리한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간다를 뜻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그들이 원했던 건 선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모멘텀이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G20 정상회담의 개최와 이 목표가 맞물리게 되었고 현 정부는 모든 자원을 긁어모아 G20에 올인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대로 현재 그들은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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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볼 때 G20 행사가 본질을 잃고 변질되었다는 건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속된 말로 솔직히 까놓고 말해 G20 정상회담은 올림픽이나 엑스포 같은 국제적 컨벤션이 결코 아니다. 대규모 관광객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오랫동안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G20 정상회담의 본질은 각국의 이해관계의 대립과정이다. 글로벌 매스컴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G20 정상회담을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 행사로 치부하고 이를 국내외에 선전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히틀러와 같은 모습이다. 마찬가지로 G20의 선전활동은 당시 선전활동과 매우 흡사하다.

현재 국민 대다수는 G20의 정상회담의 의제가 뭔지, 쟁점이 뭔지 모른다. 그저 뭔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초대형 행사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말에 기대감과 두려움을 갖게 되고 행사 편의를 위해 뭔가 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체제에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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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이야기하자면, G20 정상회담은 국가 간 이해관계의 조율장일 뿐이다. 따라서 집중한다면 거기에 매진해야 한다. 그나마 G20 서울 행사는 그마저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별반 회담의 성과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본질을 넘어 뭔가 다른 걸 원하고 있다.

그건 바로 G20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마치 대한민국의 국격을 검증하러 온 검증 사열단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통해 국민들을 (묘한 착각 속에서) 통제하려는 모습이 바로 현 정부의 홍보전략인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묘한 자뻑과도 같은 메시지에 담긴 의미는 70,80년대 장학사가 학교에 방문하니 환경미화에 철저해야 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현 정부의 사고체계의 본질과도 같다. 그들이 사고방식인 ‘내무검열, 사열, 환경미화, 민방위 훈련’ 등등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란 거다. 물론 50대 이상 세대들에게 이 말이 정치적으로 먹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층을 담금질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들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은 인정할 만 하기도 하다. 어쩌면 진보진영이 배워야 할 점(?)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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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해서, G20 정상회담을 통해 국격을 높인다는 현 정부의 논리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본질은 따로 있는 일종의 기만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국격 상승과 G20 정상회담 행사의 본질과 어울리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G20 행사를 마치 누군가에 우리의 모습을 인정받고 검사받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현 정부의 정치적 이해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에 불과하고 그들의 지지자를 규합하고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마케터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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