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조선일보는 한국은행이 상향조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세계경제 호황 덕분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무임승차 경기’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저성장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장기 호황에 ‘무임승차’해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상승했지만 ‘그래 봤자’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시각이다.
이 분석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10.6%를 기록했고 하반기에는 11.4%로 전망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세계경제 호황과 자유무역 확대에 ‘무임승차’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기사에서는 물론 수출 증가의 배경이 된 세계경기 호황에 관한 내용이 여러 전문가들의 발언으로 인용됐으나 원화 강세와 고유가처럼 수출을 발목 잡는 불리한 요인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팩트(fact)'를 취사 선택해서 특정 부분을 부각하고 또다른 부분은 누락시키면서 현실을 왜곡해 재구성한 기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분석 가장한 단선적인 주장 나열 이는 수출증가율이 감소했을 때 이는 오로지 세계경기 불황에 기인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조선일보의 보도처럼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는 분명 수출 호조세의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출 증가와 경기 상승세는 환율하락과 높은 국제유가, 원자재가 상승과 같은 수출 악재 요인들 속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시장 다변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어느 정도를 결실을 맺어 나타난 성과다..
올해의 수출호조세를 ‘무임승차’로 폄하하는 것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 대한 흠집내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와 브랜드파워를 높여 품질경쟁력과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가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격이다.
조선일보가 왜 이런 억지 용어까지 만들어가며 경제정책 성과를 폄하하는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독자들에게 올바른 경제시각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정책을 흠집내고 흔들기에만 몰입한 결과다.
이는 똑같이 한국은행의 경제분석 결과를 다룬 한겨레신문의 기사과 비교하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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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경제분석 결과를 보도한 조선일보(왼쪽)와 한겨레신문 11일자 기사 |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소비도 성장을 주도할 정도로 힘있는 회복세는 아니지만 상반기 4.0%, 하반기 4.1%로 제 몫은 하고 있다"면서 이번 경기 회복세가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하고 있는 '쌍끌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이나 신용카드 대책 같은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 않아 오히려 경기 회복세가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이같은 다각도 분석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한겨레 기사에서는 미국경제와 국제유가가 향후 우리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변수라는 사실이 설득력을 갖는다.
악의적인 용어 만들어 애써 성과 폄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고 내년에도 경기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회복세에 불안요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경기상승세가 경기지표의 일시적 미세조정에 그칠지 지속적인 경기회복세로 이어질지는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와 정부의 경제 운용에 달려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사항이다.
소비심리 개선이 고용 부진 등과 맞물려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나 환율과 금리가 경제 불안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 뚜렷한 신규 성장동력이 발굴되지 않아 경제회복을 장기적으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모두 경제주체와 정책입안자들이 유념해야 할 지적들이다.
문제는 비판의 건전성과 객관성이다. 균형잡힌 비판은 정부의 정책 입안과 운용, 국민경제에 큰 자산이 되지만 의도된 오독, ‘무임승차 경기’와 같은 편향된 악의적 프레임 설정은 경제심리를 호도하는 독이 된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무임승차형 경기구조는 세계 경기가 위축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협박성 경제전망’으로 기사를 끝맺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헐뜯고 국민의 경제심리 안정을 해쳐서 어떤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것인지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