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평

고유가에도 우리 경제가 '튼튼한' 이유

순수한 남자 2007. 10. 30. 16:13

고유가에도 우리경제가 "튼튼한" 이유

보낸이
대전충남참평포럼
07-10-30 10:38
세부정보

고유가에도 우리 경제가 '튼튼한' 이유
 - 3분기 실질국민총소득 개선…유가·환율 변수 대증요법 피해야 


재정경제부 조원동 차관보 


분기별 경제성적표라 할 수 있는 GDP(국내총생산)와 GDI(국내총소득) 속보치가 지난주 발표되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사뭇 차분하기만 하다.

통계치가 발표될 때마다, GDP와 GDI의 격차에 초점을 맞추어 단골메뉴를 장식하곤 했던 체감경기 얘기도 찾아볼 수가 없다. 3/4분기 들어서도 국제유가가 최고치 갱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유가 급등에도 생산 늘고 소득도 같은 수준으로 늘어 

실제로 3/4분기 중 GDI 증가율은 5.1%로서 GDP 증가율 5.2%와 거의 근접해 있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전체로는 무역손실액 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작년도에 우리 경제가 5% 성장했지만 실질국민총소득 증가가 2.3%에 그쳤음을 감안해 보면 가히 괄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의 유가 급등세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물론 최근의 유가급등세가 아직 우리 수입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 현물시장에서 유가가 오르더라도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우리의 원유수입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약간의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에도 무역손실이 나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올해 2/4분기 이후 가파르게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분명히 유가상승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불가항력적으로 입게 되는 무역손실을 보충해 주는 다른 요인이 있을 것이다.

최근 유가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입단가 상승에도 우리 기업들의 수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출입 화물로 가득한 부산항 모습.<사진=연합뉴스>

그 첫 번째 요인은 수출단가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단가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수출단가도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1~2년간 수출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던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우리 수출품이 달러표시 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출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국 통화도 절상되면서 수출품 가격 올릴 여지 많아져 
     
이는 물론 우리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이 개선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환율절상이 우리만이 겪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도 크게 기인하다. 최근 들어 원 달러 환율이 910원대의 최저치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엔화, 위안화 등 주변 경쟁국 통화의 절상률은 오히려 우리보다 가파르다.

경쟁국 수출품의 달러표시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 수출품도 달러표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의 환율절상에 대한 업계의 우려 목소리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듯하다.


수입단가 오르면 수입물량 감소…시장원리 작동

또 다른 요인은 수입단가 상승이 수입물량 감소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원유이다. 지난 3/4분기 중 전년에 비해 원유도입 단가가 5.3% 상승하였지만, 그 기간 중 원유 도입물량은 6.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금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 감소하였다. 앞으로 동절기에 가까워지면서 원유 도입물량이 추가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는 하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수요도 줄어드는 시장원리가 우리 경제 전체로는 어느 정도 작동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유류세 인하로 인해 가계 기업등 개별 경제주체의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유류 소비가 줄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체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사진은 가격 표시를 아예 가려버린 서울시내 한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유류세 내릴 경우 기름 소비 줄지 않으면 경제 전체로는 손해

이러한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유류세 인하 주장에는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바로 비록 유류세 인하로 인해 가계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의 부담은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유류 소비가 줄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체로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원유 도입단가는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 경제 전체로는 원유소비가 줄지 않음에 따라, 결국 경제 전체로는 무역손실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외여건 변화에 대증요법보다 엄격한 거시경제 관리가 더 중요

유가·환율 등 대외환경 변화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는 우리 경제가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시장 개입, 유류세 인하 등의 대증요법은 오히려 우리 경제의 대외 교역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증요법의 유혹이 달콤하기는 하나, 전 미국 FRB 의장인 그린스펀이 회고록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9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이 고통스러웠던 생산성 제고노력과 엄격한 거시경제 관리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