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스크랩] 삼성 비자금 파문, X파일의 재탕인가

순수한 남자 2007. 11. 8. 10:58


6일 참여연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을 대검찰청에 고발함으로써,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불거진 이른바 ‘삼성 비자금’ 파문은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삼성그룹이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뇌물공여의 꼬리를 밟혔다는 점에서, 또 이를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2005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X파일 사건‘과 닮은꼴이다. 지금까지의 전개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 X파일 사건과 닮은 꼴 = 2005년 당시 검찰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면서 수사를 회피하려 하였다. X파일의 내용이 안기부가 1997년에 녹음하였던 것이므로 2002년에 이미 뇌물죄의 공소시효 5년이 완성되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것은 얄팍한 속임수였다. 수뢰액이 5천만 원 이상일 때는 특가법이 적용되고, 그 공소시효는 10년이어서 2007년에야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검찰은 “고발인 측에서 로비대상 검사의 명단을 공개해야만 수사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자세라고 한다. 해당 검사를 수사팀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인데, 이것 또한 수사를 회피하거나 지체하기 위한 술수로 보인다.

 

고발인 측에서는 검찰이 일단 수사에 착수하면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하므로 수사팀 중 연루된 검사가 있으면 그때 가서 배제해도 충분하다. 피고발인들과 공범 관계인 김용철 변호사가 처벌을 감수하면서 폭로한 사실들은 그 자체로 대단히 신빙성 높은 증거이므로, 수사를 회피하거나 지체할 목적이 아니라면 검찰이 머뭇거릴 이유는 전혀 없다.

 

◇ 검찰 수사 제대로 될까 = 2005년 X파일 사건 수사를 회피하던 검찰은 여론에 밀려 수사를 하기는 했다. 아니 수사하는 시늉을 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관련자 몇 사람을 불러 조사하고는 “준 사람도 아니라고 하고, 받은 사람도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증거가 없다”며 슬며시 수사를 종결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것은, 심증만 있어도 사돈에 팔촌의 계좌까지 뒤져서 기어코 증거를 찾아내던 열혈 검찰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마저도 “차라리 특검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까 싶다.

 

이번 사건도 검찰이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폭로대로라면 검찰 고위직을 포함한 다수의 전현직 검사들이 고구마처럼 매달려 있을 텐데, 그 동안 자신들의 비리에 대하여 몇몇 꼬리를 자르는 선에서 무마해오던 검찰이 과연 제 손으로 모두 캐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 믿을만한 불신 = 2005년의 X파일 사건은 결과적으로 검찰에게 전화위복의 찬스가 되었다. 덕분에 사상 최초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뇌물혐의에 대해서는 극구 수사를 회피하던 검찰은, 이미 2004년에 공소시효가 확실히 지난 안기부의 불법도청에 대해서는 그 이후의 불법도청 증거를 찾겠다며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함으로써 힘의 우위를 과시하였다.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거대 재벌그룹과 권력기관을 맺는 음습한 공생의 카르텔에 관한 증언과 자료들이, 그 본질이 실종된 채 오히려 검찰권력을 한층 살찌우는 도구로 악용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신을 떨칠 수 없다.

 

비슷한 경험이 누적되어 생긴 이러한 불신을 너무 탓하지는 말라. 거대 재벌그룹과 검찰의 불법을 오로지 검찰만이 수사할 수 있고, 검찰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어떠한 세력도 존재하지 않는 참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후진적인 시스템 속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안전장치는 불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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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죽림누필의 잠복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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