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도곡동 땅 소유" 기록 또 나와
- 1993년 발간 '실록 공직자 재산공개' 보고서
- "차명재산 누락"…<경향> <세계일보>도 보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자신의 소유인 도곡동 땅을 은폐했다는 내용이 담긴 언론보도와 책자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특히 당시 민자당이 이 당선자 등 소속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용을 검증한 뒤 보고서까지 만든 것으로 27일 확인돼, 민자당의 '재산공개 검증 보고서'와 언론보도 등에 대한 특검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을 지냈던 국어학자 남영신씨가 1993년 4월 펴낸 <실록 공직자 재산공개>라는 책 325쪽을 보면, '부동산 감추기와 팔기'라는 제목 아래 "이명박 의원(전국구·경북 영일) (1) 85년 강남구 도곡동 165일대 나대지 1313평을 구입해 아내 김윤옥씨의 동생 재정(44살)씨 이름으로 등기해 놓고 이번 재산공개 때 이를 누락시켰다"는 대목이 나온다. 저자인 남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너무 오래된 일이라 어떤 자료를 가지고 책을 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고서나 보도자료 같은 공식자료에 근거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당선자가 '도곡동 땅을 처남 명의로 은닉했다'는 1993년 3월27일치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기사가 지난해 대선 막판에 대통합민주신당에 의해 폭로된 바 있다. 이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오래된 오보"라고 일축했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주돈식씨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993년 당시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검증하고 펴낸 보고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주 수석은 민자당에 설치된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위원장 권해옥)'와 함께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검토했었다. 주씨는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의 도곡동 땅 소유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의 위원장을 지낸 권해옥 전 의원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안 좋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특검, '도곡동 땅 의혹' 이번엔 밝힐 수 있을까?
문제의 도곡동 땅은 지난 1985년 상은씨와 이 당선자의 처남 김재정씨가 현대건설과 전모씨로부터 16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두 사람은 10년 뒤 포스코개발에 263억 원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는 해당 부동산이 이 당선자의 차명 보유 재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같은 해 8월 "김씨의 지분은 본인 것이 맞고 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 참고인들이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더 이상의 수사가 어렵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따라서 특검팀이 제3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핵심 참고인들의 진술이 필수적이고 이들이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수사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특검팀의 수사선상에 오른 핵심 참고인은 상은씨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이영배씨,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 도곡동 땅 원주인 전씨, 김재정, 이상은씨 등이며 이들 대부분이 조사에 응할 예정이어서 일단 초반 수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가장 먼저 특검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인 이병모씨는 상은씨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을 관리하면서 2002년 7월부터 5년 동안 상은씨 계좌에서 매달 1000만~3000만원을 인출해 누군가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져 의혹을 밝혀줄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씨와 함께 상은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된 이영배씨는 1983년부터 20년간 김재정씨가 운영하던 세진개발에서 일했고, 김씨와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의 계열사 홍은프레닝의 이사를 지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검찰에서 한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나 이후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으며, 검찰 수사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3~4차례 은행 심부름만 했을 뿐 재산을 관리한 사실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들를 상대로 현금 인출 경위와 경로, 도곡동 땅의 실소유 관계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지만 두 이씨가 상은씨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함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특검팀은 도곡동 땅을 상은씨와 김재정씨에게 팔았던 전씨의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보고 있지만 전씨가 현재까지 잠적 중이어서 실제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팀이 의혹을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결국 광범위한 계좌추적 및 회계자료 분석을 통해 매각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을 흐름이 명료하게 파악될 경우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게 됨은 물론 참고인 조사시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검팀은 현재 회계사 출신 특별수사관 여러 명을 투입해 회계자료 정밀분석에 집중하고 있으며 조만간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나서는 등 매각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포스코개발이 도곡동 땅을 매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김모 상무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으며 부지 매입 가격을 임직원들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제3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4월 총선에 커다란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도곡동 땅 문제는 새 정부 초기 정국의 뇌관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정호영 특검팀은 27일 김경준씨(42.구속 기소)가 제기했던 검찰의 회유·협박 의혹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김씨를 조사할 당시의 녹음·녹화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김학근 특검보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김씨 조사 당시 녹음·녹화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12월 회유·협박 의혹이 제기되자 "조사 과정 대부분이 녹음·녹화돼 있고 변호인 입회 하에 조사를 진행했다"며 "김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은 녹음·녹화 자료 분석작업을 통해 조사 과정에서 수사 검사와 김씨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녹음·녹화 자료가 임의로 편집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해당 자료와 김씨 및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오재원 변호사의 진술을 비교 검토하면서 검찰이 조사 당시 김씨를 협박했는지, 형량협상(플리바게닝)을 시도했는지 등을 확인한 다음 수사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 및 김씨와의 대질신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