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다큐멘터리 3일...그 뒷 이야기! ^^(김경수비서관)

순수한 남자 2008. 5. 4. 17:52
다큐멘터리 3일...그 뒷 이야기! ^^(김경수비서관)
여명의눈동자(여명의눈동자) | 2008-05-04 17:42 조회/점수 4 / 0 글씨크기설정

 

안녕하세요...

며칠째 말썽이던 숙소의 인터넷이 드디어 연결이 되었습니다. 숙소에 사람이 적지 않은데다 각 방마다 인터넷을 써야하는 상황... 봉하마을에 내려와 입주할 때 아예 무선 인터넷을 깔았댔습니다. 요 며칠 갑자기 말썽을 부리길래 무선 인터넷 설비 탓만 했는데 알고보니 엉뚱하게 무선 발신기에 연결되어 있는 집 바깥의 케이블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시골이다보니 곳곳에 이런 '기본 인프라'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

 

조금 전 KBS 1TV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3일'을 숙소에서 한솥밥 먹는 식구들(다큐 3일의 핵심 등장인물로 나온 농사담당(?) 김정호 비서관, 봉하찍사 2(일명 봉투, 요즘 봉하사진관의 최고 인기맨), 봉하찍사 5(일명 봉오리) 등등)과 함께 봤습니다. 촬영 당시에도 그랬지만, 다큐 3일팀의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잘 녹아 있더군요.

 

사실 다큐 3일팀의 촬영 요청을 받고 비서진들은 많이 망설였습니다. 퇴임 후 지금까지 대통령께서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 직접 접촉을 하지 않고 계십니다. '다큐 3일' 내용 중에도 나왔지만, 퇴임 대통령 역할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 때문입니다. 그냥 대접받고 사는 원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시민들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대통령은 만들어가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 대통령에게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는 또다시 '대결의 한 축에 서 있는 정치인 노무현'의 길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큐 3일팀은 대통령과의 직접 인터뷰 없이 찍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큐 3일팀의 담당 PD는 알고보니, 예전 대통령께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체험 삶의 현장'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촬영을 담당했던 바로 그 PD였습니다. 당시에도 출연한 사람이나 촬영하는 사람이나 서로를 고생시키면서 무척 힘들게 찍었던 모양입니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고생시키는 묘한 악연(?)... 꼬박 3일간 카메라 4대가 봉하마을 곳곳을 샅샅이 찍고 다니는 바람에, 대통령 내외분과 우리들은 팔자에 없는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내외분께서 밤마실 나가도 편하게 산책을 할 수가 있나, 새벽 등산을 가도 앞뒤로 카메라가 따라 붙고... 촬영팀은 촬영팀대로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나중엔 카메라 맨들이 안쓰러워질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여사님께서 새벽 등산을 마치고 사저로 들어가시면서, 비서진들에게 저 사람들(촬영팀) 아침밥 꼭 사 먹이라고 신신당부까지 하셨을까...

 

마을이나 들판, 화포천에 나갈 때 대통령과 우리들의 이동수단은 대부분 자전거입니다. 문제는 촬영팀이 미처 이런 상황을 파악 못해, 자전거를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첫날은 카메라 들고 뛰다 아예 포기해 버리고... 뒤늦게 차량 타고 �아오고... 허둥지둥... 나름 꽤 재밌는 볼거리(?)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습니다.ㅋㅋ... 다음 날 노사모 자원봉사 지원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렸더군요. 앞에서 한 명이 운전하고 뒷자리에 또 한 명이 앉아 촬영을 했습니다. 홍일점 여성 카메라 우먼이 뒷자리를 차지했더군요. 문제는 마을 들판길이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골길이라 울퉁불퉁 거의 자갈길 수준이라는 점... 단지 몸무게가 적게 나간다는 정말 단순한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뒷자리에 앉았던 카메라 우먼, 엉덩이는 화끈화끈 눈물은 그렁그렁... 그녀는 그날 이후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습니다. 우린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둘째날 밤 환경감시단과 함께 화포천에 나갔던 촬영팀은 뜻하지 않게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화포천에 수달이 산다는 것은 마을 주민들에게 가끔 듣긴 했지만, 직접 촬영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종의 특종인 셈이죠...  마침 그날 밤 환경감시단을 따라 나선 카메라맨이 얼마전까지 환경 다큐를 담당했던 분이라 깜깜한 밤 중에도 수달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촬영을 해 냈다더군요... 그 분은 그 날 이후 환경감시단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수달 촬영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하신 분이 대통령이었습니다. 몇 번을 정말이냐고 되물으시더니 "하... 거참... 허허허"를 되풀이 하셨습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헤어질 때도 그 카메라 맨은 "정말 수고했다. 큰 일 했다"는 대통령의 아낌없는 격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큐 3일팀이 촬영하고 있는 기간에, MBC 뉴스데스크 탐사보도팀과 KBS 아침뉴스팀이 내려와 1박2일 촬영을 해 갔습니다. MBC는 일요일 밤(4.27) 뉴스데스크, KBS는 월요일(4.28) 아침뉴스타임에 보도가 되더군요... 봉하마을의 모습과 대통령의 활동을 나름대로 잔잔하고 따뜻하게 보도했습니다. 다만 뉴스 시간의 짧은 보도로는, 1박 2일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수박 겉핥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물론 3일간의 기록으로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 만들기'를 다 담아내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릅니다. 실제로 이번 다큐 3일에서도 시민주권 마당을 위한 웹 2.0 사이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봉하마을'을 대상으로 했던 다큐 3일팀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 그러나 대통령은 그 3일 동안에도 베타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는 '웹 2.0 사이트=민주주의 2.0' 개발 기획에 매달려 있느라 작은 몸살을 앓을 정도였습니다.

 

어쨌거나 촬영 시작 전부터 방영될 때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던 '큰 숙제' 하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은 편하게 발 뻗고 자야겠습니다. 낮에 자원봉사자들과 장군차 밭에서 차나무보다 높이 자란 잡초를 낫 들고 사정없이(?) 베고 다녔더니 온 몸이 욱신거리네요... 사실 일을 그리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역시 아직 완전히 농사 체질로 변신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내일은 일요일인데다 연휴기간... 물론 봉하마을은 '휴일'이 아니라 '대목'입니다. 오늘 미처 다 베지 못한 장군차 밭의 잡초도 내일 베러 나가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네요... 이만 줄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

 

회원님들도 편안한 밤 되시고.. 황금 연휴 즐겁고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봉하마을에서 김경수 드림...  

 

 

*김경수펜카페 http://cafe.daum.net/smilekks

 

정태춘 - 시인의 마을





정태춘 - 시인의 마을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에 새찬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장 던져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여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하늘에 빗긴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되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