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5.18, 변하지 않는 5.18 |
번호 96898 글쓴이 일산사람 조회 1501 누리 471 (471/0) 등록일 2008-5-17 08:51 | 대문 38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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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8은 신문과 방송 어디에서도 특집 한 편 없이 지나간다. 80년 5월은 이제 잊혀가는 걸까. 28년의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렸으니 잊혀질 만하다. 그러나 긴 시간은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세상은 미국산 쇠고기로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유언비어, 괴담 그리고 배후세력이란 말들이 판치고 있다. 80년 5월도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군부와 언론은 유언비어, 괴담, 배후세력이라는 단어들을 국민의 머릿속에 세뇌시켰다. 광주민주화 운동 초기, 수많은 민간인들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고 칼에 난도질 되어 죽었다는 소문은 유언비어였고, 괴담이었다. 그리고 지금 2008년 5월, 광우병의 위험은 유언비어이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부산물들이 수입되는 것이 괴담이라 한다. 전두환 군부는 광주에서 사망자는 군인 2,3명만 있었고 시민 사상자는 한 사람도 없다 했다. 이명박 정부는 수입되는 쇠고기가 미국인이 먹는 것과 같은 쇠고기라면서 수억 원을 들여 광고까지 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광주'에서 '광우병'으로 바뀐 것뿐이다.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항거에 의해 공수부대가 쫓겨나자 전두환과 언론은 광주에서 간첩과 불순분자들,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해 폭동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은 쇠고기 광우병 앞에서 촛불을 들고 일어선 국민들 뒤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호도한다. 계엄군을 몰아낸 광주, 전두환 정부는 광주사태라고 명명하며 폭도들로 인해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한다고 선전하였지만, 진실은 반대였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는 평소 일어났던 절도나 강도 사건 한 번 없는 완벽한 치안유지와 더불어 세계정치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2008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는 철없는 10대들이 공부하기 싫어 촛불시위 하고 있다고 조중동이 모독하지만, 그들은 어느 어른들도 따라갈 수 없는 자발성과, 어느 언론사 논설도 흉내 낼 수 없는 똑 부러진 논리정연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리에 떨어진 촛농 하나도 말끔히 청소하는 10대들의 모습에서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다시 살아남을 본다. 80년 5월 말 새벽, 계엄군의 재진입과 함께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끌려가면서 암흑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에서 광주라는 단어는 말끔히 지워졌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대학 교정에서도 광주는 금기의 단어였다. 대학 잔디밭은 물론 강의실에 녹음기를 든 형사들이 드나들며 감시했다. 그리고 2008년 5월, 사복형사가 고등학교에 찾아와 공부하는 학생을 불러내었다.
광주의 거리에 핏자국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종교인들은 구국기도회를 열어 피비린내가 가득한 전두환의 손을 잡고 구국의 영웅이라며 은사를 내렸다. 2008년 조찬기도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미국 부시 별장에서 카트만 운전하고 온 이명박의 머리 위에 은혜 가득하길 기도했다. 이명박 지지율 23%. 한나라당이 쇄신안을 내고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다고 한다.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연이은 실정과 폭정으로 민심이 흉흉해질 때마다 소위 대책회의를 했다. 청와대와 안기부, 검·경찰의 고위간부들이 모여 밀실회의를 했고 곧바로 보도지침이 떨어졌다. 2008년, 5월 인터넷에서 쇠고기 글을 삭제하려 하고 방송에서 프로그램 삭제를 요구하는 신(新)보도지침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며칠 후면, 국회가 한나라당으로 가득 찬다. 당이 여럿 있다고 해도 대표들 대부분 한나라당 출신이다. 80년 5월 이후의 국회, 전두환 군부는 민정당의 과반은 물론이고 민한당이라는 2중대 당을 만들어 독재정권의 기반을 갖추었다. 국회뿐인가, 지방자치단체는 한나라당 일색이고, 이미 권력의 시녀로 돌아선 검찰과 경찰, 이번 쇠고기 청문회에서도 보았듯 몇 달 사이에 딴 사람들이 되어버린 공무원들, 그들은 모든 것을 갖추었고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촛불뿐인가. 변한 것 없는 5월, 그래서 내 가슴에 면도칼로 남은 광주를, 다시 내 심장 깊이 붙들어 매어야 할 5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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