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민심의 바다에 <일기>를 띄우자

순수한 남자 2010. 6. 10. 13:52

민심의 바다에 <일기>를 띄우자
번호 169894  글쓴이 개곰 (raccoon)  조회 1034  누리 549 (549-0, 24:79:0)  등록일 2010-6-10 01:27
대문 31


민심의 바다에 <일기>를 띄우자
(서프라이즈 / 개곰 / 2010-06-10)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두 달도 안 지나서 의회의 부르주아 의원들은 모두 국왕의 매수에 넘어갔다. 의회는 의회의 결정을 뒤엎는 거부권을 국왕에게 줄 것인가를 논의했다. 국민을 대변한다고 모인 의원들이 다시 국민의 뜻을 국왕에게 고스란히 갖다바칠 경우 구체제가 다시 살아나는 셈이었다. 부르주아 의원 중에서는 오직 로베스피에르만이 강한 반대 의사를 비쳤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가 연설을 하기로 한 전날 의회는 논의 종결을 선언하고 3분의 2의 찬성으로 국왕에게 거부권을 주기로 결의했다.

로베스피에르는 의회에서는 고립무원이었다. 그가 낸 동의안은 국왕에게 매수된 동료 의원들에 의해서 철저히 배격당했다. 로베스피에르는 프랑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연설문을 인쇄해서 국민에게 배포했다. 그는 이제 의회에서 연설을 할 때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호소했다. 로베스피에르의 호소는 인쇄물을 통해서, 또 마라 같은 개혁 언론인을 통해 프랑스 서민들에게 알려졌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모두 준비된 도지사다. 농촌 운동으로 시작해서 남해 군수를 지내면서 기자와 공무원의 유착을 없애면서 청렴한 행정을 펼쳤고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3번째 도전에서 이긴 김두관 도지사는 누구보다도 경남을 샅샅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안희정과 이광재도 각각 고향 충남과 강원도 도지사 출마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통해서 지방자치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굴러가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들을 결코 호의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노무현 대통령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언론의 농간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고립을 피하는 길이 있다. <도정일기>를 인터넷에 쓰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물어뜯는 것을 보면서 질려버리기 전까지 나는 송영길 의원이 쓰던 <의정일기>를 즐겨 보았다. 기쁜 일부터 잘 풀리지 않는 일, 고민 이런 것을 다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일기 형식으로 올리면 많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프라이즈에서 <도정일기>, <시정일기>, <의정일기>를 모아서 가령 <일기> 같은 범주로 아예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분들이 서프라이즈에 글을 올리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홈페이지에든 어디든 <일기>를 올린다면 거기에 링크를 걸 수도 있을 것이다.

도지사만이 아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를 헌신적으로 도운 안동섭 민주노동당 위원장의 일기도, 경선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인 김진표 의원의 일기도, 부산시장 선거에서 당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퇴하고 김정길 민주당 후보의 선거를 헌신적으로 도왔다는 김석준 진보신당 위원장의 일기도, 또 도봉구청장 선거에서 막판에 양보한 이백만 국민참여당 후보의 일기도 엿보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엿보고 싶은 일기는 광주에서 당선된 이병완 기초의원의 일기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꼭대기에서 나라 전체의 살림을 거시적으로 보다가 의회 민주주의의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 나라 살림의 가장 미시적인 구석을 들여다보는 것은 누구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일기는 가장 흡인력 있고 설득력 있는 글의 형식이다. 블로그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도 그것이 일기체라서다. 악의적 언론에 두드려맞아 절해고도에 유배당하는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민심의 바다 위에 <일기>의 배를 띄워보자.


※ 사실 이 글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 김정길 민주당 부산 시장 후보가 쓰신 <지하철에서>라는 글이 서프라이즈에 펌으로 올라온 것을 읽고 나서 썼습니다. <지하철에서> 같은 글을 서프라이즈에서 바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하철에서 / 김정길


출근하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동백역에서 벡스코역까지 별로 멀지 않은 구간이지요. 저녁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따금 걸어 다니기도 하는 거리이기도 하답니다.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는데 요즈음은 예전 지하철을 탔을 때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지신 탓이랍니다. 앞자리에 앉으신 부부가 힐끗힐끗 쳐다보시며 가만히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김정길 씨 아니야?” 이렇게요. 그냥 미소를 지었더니 남편 되시는 분이 목례를 해 주십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사실 지난 일요일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도 했습니다. 산청에서 학교를 다니는 늦둥이가 낙선한 아버지를 위로한다고 부산에 왔습니다. 오전에 성당에서 같이 미사를 드리고 늦둥이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한 편 보았지요. 페르시아 왕자인가 하는 영화였습니다. 저에게는 별로 재미없게 느껴지는데 늦둥이는 그 영화를 아주 재미있어하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늦둥이와 바깥에서 저녁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한 분이 목례를 하시기에 목례로 답하고 동백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분도 동백역에서 내리시더군요. 역사에서 악수를 청하시면서 낙선에 대해 위로를 해 주시더군요.

밥을 먹으러 이따금 가는 식당에 들렀지요.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가씨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다가 돌아오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기꺼이 사인을 해 드렸지요. 제가 마치 아이돌스타가 된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정치인인 저에게 사인부탁이라니.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제 다시 정치현장으로 돌아왔다는 실감을 합니다. 선거를 워낙 급하게 치르다 보니 정말 시간에 쫓기면서 깊은 고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지금 그 선거에 대한 무게감이 하루하루 더해져 갑니다. 제가 지난 선거에서 시민분들께 한 약속을 꼭 지켜야 하겠다는 그런 무게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부산시민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낙선 후에 별다른 인사를 드리지 못하였고 그 인사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그냥 제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냥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쓰는 글은 공식적인 인사가 아니니 너무 깊이 마음쓰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곰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69894

최근 대문글
[권양숙 여사님의 편지] 대통령님 1주기를 잘 마쳤습니다 - 권양숙
민심의 바다에 를 띄우자 - 개곰
설계도면에 적힌 ‘프로펠러’ 표기, 북에서는 쓰지 않는다 - 민중의소리
스폰서검사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발표, 역시 검찰 자정 불가능 - 이정희
주연 검찰, 감독 MB… 강원도민 우롱에 실패하다 - 希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