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과 거리 먼 ‘친이 일색’… 안팎 ‘대립 불씨’ 그대로
ㆍ한나라당 전대 의미와 전망
ㆍ수직적 당·청 관계 큰 변화 없을 듯
ㆍ3위 나경원 저력 확인… 정두언 ‘단일화 특수’ 4위
(경향신문 / 이용욱 / 2010-07-15)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체제가 14일 출범했다. 한 달여의 비상대책위 체제 끝에 집권 후반기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나갈 여당 지도부가 구성된 셈이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참패, 민간인 사찰 등 잇단 악재 돌출로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권을 수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날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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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14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안상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두언, 나경원, 안상수, 서병수, 홍준표 최고위원. | 우철훈 기자 |
◇ 득표 분석 = 이번 전당대회에선 1인2표제로 실시된 대의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지도부를 선출했다. 안 신임 대표(합산 20.3%)는 여론조사(20.3%)에서 나경원(23.9%)·홍준표(23.2%) 최고위원에게 뒤졌지만, 대의원 투표(20.3%)에서 압도했다. 친이계 조직표의 집중 지원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최고위원(18.1%)은 선거 막판 안 대표의 병역기피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당심에서 안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홍 최고위원도 “역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3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나경원 최고위원(13.6%)은 일반 여론조사 1위는 물론 대의원 투표에서도 당선권 내인 5위를 기록했다. 대중성과 저력을 확인시킨 셈이다.
정두언 최고위원(11.5%)은 남경필 의원과의 단일화 특수를 누리며 4위를 차지했다. 남 의원을 지지했던 중도성향 표심, 친이 조직표 등을 고루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가 난립한 친박계에선 서병수 최고위원(9.1%)이 당선됐다. 단일화에 실패했지만, 공멸 위기감이 작용한 듯 친박계 대의원들이 ‘이심전심’으로 한 표를 모아준 것으로 보인다. 초계파 쇄신후보를 자임했던 김성식 의원(3.1%)은 11명 중 10위에 그쳤다.
◇ 투표 의미 = 안상수 체제의 출범은 친이계가 여당의 확고한 주류이자 다수임을 확인시켰다. 안 대표가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혀온 강경 친이계라는 점에서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에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친이직계이고,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도 범친이계다. 친이 일색의 지도부가 구성된 것이다.
친박계는 서병수 최고위원이 당선권에 턱걸이하는 데 그쳤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지도부 때도 친박계는 허태열 전 최고위원 1명이 포함됐지만, 당시 전대에서 3위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외견상 세력의 후퇴로 비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친박계로선 청와대·친이계가 주도하는 여권의 집권 후반기 정국운영에서 방관자적 위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또 최고위원회 내부에서의 계파 불균형은 2012년 총선 공천, 대선 경선에서 계파갈등을 촉발시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여권의 정국운영 기조도 6·2 지방선거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고 했지만, 그가 원내대표 시절 충돌을 감수하며 쟁점법 처리를 밀어붙였던 전례를 감안하면 향후 국회운영 등에서도 야당과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의 수직적 당·청 관계에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 과제와 전망 = ‘안상수 체제’ 앞에는 여러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친이 일색의 지도부는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는 데다 당 안팎의 균열도 봉합해야 한다. 친박계를 끌어들여 여권 내 구심력을 통합시켜야 한다는 과제는 기본이고, ‘권력 사유화’ 논쟁으로 촉발된 친이계의 집안 싸움도 해결해야 한다. 안 대표 개인의 캐릭터가 지니는 한계도 있다. 청와대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점에서, 독자적 판단을 밀고 나갈 추진력과 활동 공간은 취약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단 새 지도부는 7·28 재·보선을 계기로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8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적 의미가 큰 선거다. 안 대표도 수락연설에서 “첫 시련”이라고 밝혔다. 패한다면 ‘안상수 체제’는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반면 선전할 경우 새 지도부는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얻는 등 안착할 수 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141827215&code=9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