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시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자칭 보수들의 마음 속에 있는 노무현에 대한 두려움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10-08-14)
안녕하십니까. 서영석입니다.
원래 제 생각은 이번 월요일부터 다시 본격적인 서프 글쓰기를 시작하려 했습니다만, 오늘 아침 8시12분부터 무려 6시간여 자전거를 타고 오후 2시반쯤 공덕동의 옥탑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니, 정말 황당한 뉴스 탓에 자판을 두들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찰청장 후보자라는 이명박의 심복 조현오가 한 발언은 물론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봅니다만,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느냐 하는 점은 다시 한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의 상황을 반추해보면, 당시 자칭 보수라는 이 땅의 기득권세력들과 자칭 보수언론들은 있는 사실, 없는 사실을 다 작문해가면서 노 대통령 죽이기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자칭 진보라는 세력들과 언론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노 대통령의 서거는 말하자면 이러한 전방위적인 '몰매'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최후의 저항이었습니다.
어쩌면 노 대통령은 자칭 보수들의 그것보다도 "진보가 살기 위해서는 노무현이 죽어야 한다"며 이들에 편승해서 몰매를 때렸던 자칭 진보들의 공격이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노 대통령의 최후의 저항으로 인해 이들은 '공식적인' 공격은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자칭 보수들의 마음 속에 있는 노무현에 대한 두려움은 가시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의 두려움은 외면으로 대개 전환됐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멸시'로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서거한 이후에도 그러한 '멸시'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강남 3구의 '땅부자'들은 조현오의 말을 듣고 "그러면 그렇지"하면서 자신들의 '멸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여념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조현오의 발언을 통해 노무현의 진정한 복권까지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기도 하겠거니와, 그 중간지점에는 기필코 달성해야 할 개혁세력들의 재집권이 놓여 있다는 게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이런 조현오 같은 인간을 새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검찰에 대한 장악을 강화하고, 국정원의 사찰활동을 강화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임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 누수, 즉 레임덕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정운찬이 실패하자 김태호를 기용하고,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사회생한 이재오를 특임장관에 임명하고, 민간인 사찰 의혹의 핵심이자 이상득과 이명박의 여러 심복들 사이에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박영준을 지식경제부 차관에 기용하는 등 일련의 인사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태호-이재오-박영준 라인의 구성은 일차적으로 여권 내부의 단속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에게로 쏠릴 수 있는 권력의 추를 다시 이명박 쪽으로 갖다놓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겁니다. 겸찰과 검찰, 국정원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는, 한나라당 의원들, 그리고 여권 내부의 인사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한명숙이나 유시민, 정연주나 문국현처럼 털어도 안 나오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한나라당이나 여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고의 메시지가 겁날 게 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처방은 '땜질용'에 지나지 않습니다. 김영삼 말기 검찰총장을 했던 김태정은 'DJ비자금'을 까발리라는 김영삼의 지시를 거부합니다. 노무현 시절에는 검찰이 알아서 깁니다. 이명박의 BBK의혹은 결정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 보수 내부에서도 이명박은 안된다는 여론까지 일었지만 결국 '무혐의'로 결론내립니다.
이명박이 아무리 심복들을 요소요소에 심어놓는다 하더라도 결국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새벽이 오기 전에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를 양산할 뿐입니다. 이명박의 임기 초반 그에게 맹종했던 이명박의 검찰, 이명박의 경찰, 이명박의 국정원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차기 대통령에 근접한 사람들 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 이명박은 모두가 배신하고 혼자만 들판에 쓸쓸이 남아 있는 자신을 발견할 날이 그리 머지 않았습니다.
항간에는 김태호의 등장을 놓고 박근혜도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돈다고 합니다. 강남의 부자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유독 그럴듯하게 흘러 다닌다고 하더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박근혜의 본선 경쟁력은 의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최소한 한나라당 내부의 예선경쟁력이란 점에서는 어느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습니다. 총리란 자리를 이용해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를 흔들어보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영삼입니다. 김영삼은 이홍구 이수성 등을 총리로 기용해 이회창을 견제하려고 했습니다. 이회창은 결국 본선에서 엎어졌습니다만, 예선에서는 김영삼의 의도를 완전히 뭉개버리는데 성공합니다.
이회창이 총리를 거친 뒤 대권주자가 되자, 온갖 송사리들도 덩달이 뛰어보려고 합니다만, 이회창이 단지 총리란 자리를 거쳤기 때문에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회창은 이미 대법관 시절 선거관리위원장을 하면서, 서슬이 여전히 시퍼렇던 노태우 시절에 영등포 재선거에 출마했던 여당의 후보들을 비롯한 전원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로 연결됐던 그 엄혹한 시절에서는 그야말로 '사건'이었던 것이죠.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서 노태우를 조지기 위해 바로 그 이회창을 감사원장에 기용합니다. 이회창은 감사원장으로 있으면서 '율곡 비리' 감사를 통해 김영삼의 여망대로 노태우를 작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게 김영삼에게만 좋았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겠지만, 이미 선거관리위원장 시절부터 '대쪽'이니 뭐니 하면서 주가를 올렸던 이회창의 인기까지 덩달아 올려놓았던 겁니다. 질투에 사로잡힌 김영삼은 이회창을 감사원장에서 잘라버리지만, 임기말 각종 비리로 정권이 흔들거리자 할 수 없이 이회창의 인기를 이용하기 위해 그를 총리에 기용했던 것입니다. 이회창은 그래도 박근혜와는 달리 나름대로 '통치의 철학'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회창은 총리 시절에도 '법대로'를 외치며 김영삼과 대립하다가 결국은 총리직에서도 쫓겨나는데, 어떻든 이회창은 이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직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총리를 했다고 '개나 소나'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결국 누가 총리가 되든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명박과 대립해야 하는데, 정운찬도 결국 거기에 실패해서 비참하게 쫓겨났던 것이고, 김태호 역시 지금 늘어놓는 언사로 미뤄 '4대강 총리'만 하다가 나중에 별볼일 없이 퇴장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전망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이 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요. 나는 아마도 박근혜를 거세게 압박하다가(김태호도 압박의 수단 중에 하나겠습니다만), 종국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타협하겠다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이란 한때는 전두환이, 한때는 노태우가 시도했던 것인데, 물론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20년만에 부활한 전두환과 노태우의 '아바타' 이명박 역시 예외없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시도할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이란 껍데기는 박근혜에게 주고, 총리를 비롯한 권력의 알토란은 이명박의 하수인이 갖는다는 시나리오, 실현가능성이 제로란 사실만 빼놓으면, 이명박에게는 상당히 달콤한 유혹이 될 것입니다.
물론 세상이 이명박과 박근혜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설사 박근혜가 받아들인다 해도 성공할 확률이 희박합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임기말 나락으로 갈땐 가더라도 몸부림은 쳐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이재오를 전면에 내세워 이런 전략을 한번 시도는 해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명박을 보좌하는 참모진들도 나름대로 일류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권력과 온갖 잔머리를 총동원해 해 볼 수 있는 시도들은 모두 해볼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해가 서쪽으로 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아니겠습니까. 조현오의 막가파 발언을 보면서 저는 이명박이 벌이고 있는 민주주의의 파괴, 그리고 유시민의 용어를 빌린다면 '문명역주행'의 행태들도 이제 끝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느낄 뿐입니다.
(cl)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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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2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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