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쪽방촌 투기’ 이재훈 감쌀까
야당·언론, 지식경제부 장관 부적격 판정… 청와대 ‘버티기’ 가능성
(미디어오늘 / 류정민 / 2010-08-21)
‘8․15 경축사’에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쪽방촌 투기’ 논란을 일으킨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를 감쌀 것인지는 이번 인사청문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후보자를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기용한다면 ‘8․15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진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훈 후보자는 지난 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이미 받았다.
‘쪽방촌 투기’ 논란은 이재훈 후보자 부인이 지난 2006년 2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단층 건물을 지인과 함께 7억 3,000만 원에 매입한 것에 대한 논란이다. 야당에서는 이재훈 후보자의 쪽방촌 매입 시점이 뉴타운 지정 1년 전이라는 점에서 투기 목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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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
이재훈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쪽방촌 투기’ 의혹에 대해 “경위가 어떠하든, 또 집 사람이 한 것이지만, 부덕의 소치이고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후보자는 의원들의 지적에 거듭 “죄송하게 생각한다” “부덕의 소치다”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투기 논란 등 치명적인 도덕성 논란이 벌어지면 당사자는 강하게 부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재훈 후보자는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쪽방촌 투기라는 문제를 “그럴 수도 있는 일”로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이다.
한겨레는 21일자 <‘장관 부적격자’로 확인된 이재훈 후보자>라는 사설에서 “오피스텔과 상가 등을 세 군데나 가지고 있는 재력가가 노후 걱정 때문에 쪽방에 손을 댔다고 주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집 한 칸, 예금 한 푼 없는 대다수 서민들이 이런 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받았지만, 장관 임명은 국회 인준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면 그 내용을 대통령이 보고 판단하게 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라면 그 내용에 따라 대통령이 장관에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이 대통령이 이재훈 후보자를 감쌀 것인지, 낙마시킬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요한 점은 이재훈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청와대가 몰랐었는지, 알고도 지식경제부 장관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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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8월21일자 1면 |
청와대가 각종 의혹을 알고서도 이재훈 후보자를 내정자로 발표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기류는 엇갈린다. 그 정도면 장관직 수행에 결격사유가 안 된다는 의견부터 국민 일반의 정서를 무시하면 더 큰 화를 입는다는 견해까지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우리는 시장경제에 필요한 윤리의 힘을 더욱 키우고 규범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를 강조했지만, 대통령이나 이재훈 후보자 본인이나 이번 일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비판 정서와 무관하게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이재훈 후보자 역시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쪽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훈 후보자는 지난 20일 인사청문회에서 “기회를 준다면 친서민 정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야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이재훈 후보자가 쪽방촌 부동산 투기로 서민을 울리고, 대형 로펌에서 15개월간 5억여 원의 전관예우를 받은 점은 서민적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누가 봐도 공직을 포기한 행동”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