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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는가.

순수한 남자 2010. 9. 13. 11:32

'공정'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는가.
번호 199538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024  누리 289 (289-0, 18:37:0)  등록일 2010-9-13 07:57
대문 20


‘공정’이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하는가
‘공정’타령 말라, 국민 가슴에서 횃불 솟는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13)


카운트다운을 하겠다. 34분부터 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니 셋부터 하기로 하자. 시작한다.

쓰리! 투! 원! 제로!

아아! 대한민국에서 또 한 사람의 생명이 지구를 떠났다. 자살이다.

며칠 전 대한민국에서 34분 만에 한 사람의 자살자가 나온다는 통계를 보고 몸을 떨었다. 아아 그렇게들 떠나는구나. 자살은 엄청난 비극이다.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의 자살률이 제1위라니 이건 무슨 금메달이라고 불러야 하나.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특채(특혜)’와 ‘공정’이다. ‘공정’이 언제 존재하기나 했던가. 존재하는 것은 오직 ‘불공정’뿐이었다.

외교부 직원들은 얼굴을 들고 다지지 못한 지경이다.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 때문이다. 참으로 치사한 특채를 했다. 헌데 유명환뿐이 아니라 전직 장관들도 혐의가 있다. 국정감사에 3명의 장관이 증인으로 불려나오니 개망신도 그런 게 없다.

외교부라고 하면 엘리트 집단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다는데 이제는 ‘특채부’라고 해야겠다.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이제는 ‘불공정’ 경쟁을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엘리트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

외교부 ‘상실의 시대’ 외교통상부가 유명환 전 장관의 딸 특채논란과 전직 장관 3명 국감 증언이 예정된 가운데 외교통상부 직원들이 승강기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에는 화나는 일이 많다. 줄 서 있는데 새치기하다가 ‘몰매’ 맞고 병원에 실려가는 꼴도 봤다. ‘불공정’에 대한 분노다. 요즘 세상이 더럽게 됐다. 웬만한 ‘불공정’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체념을 한다. 힘없는 백성 도리 없지. 물론 속으로는 불길이 타오른다.

유전무죄는 전형적인 ‘불공정’이다. 재판받아 형이 확정됐는데 얼마 안 가 특사 되는 이건희도 엄청난 ‘불공정’이다. 사면까지 됐다. 공식석상에 얼굴 내밀고 로봇 같은 걸음이 메스껍다. 재벌과 중소기업의 ‘공정’이 가능한가. 원청업체와 하청기업의 ‘공정’은 가능한가. ‘불공정’의 원흉들이다.

박연차란 괴물이 있다. 역사에 기록될 죄인이다. 그 인간을 이제 아주 풀어 줄 모양이다. 우울증이 악화되어 환경을 바꿔야 한다.? 교도소에 가 봐라. 우울증 안 걸린 사람이 하나 둘인가. 어떤 법관이 도장을 찍었는지 낯짝 좀 보고 싶다.

달리기를 하면 출발점이 같아야 한다. 어느 놈은 50미터 앞에서 출발하고 어떤 놈은 100미터 앞에서 뛰면 이건 불공정이다. 사기다. 도둑놈이다. 십수 년이 걸리는 승진인데 ‘특채·특혜’바람에 하루아침에 상관으로 온 인간을 어떻게 상관으로 여기겠는가. 이게 ‘기회균등’인가.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예민한 것이 ‘공정성’에 관한 것이다. 특정지역 출신이면 좋은 자리 높은 자리 다 차지하고 타 지역 출신들은 칼을 간다. 이게 공정이고 기회균등인가. 이러면서 무슨 화합인가.

여론조사를 보자. 국민의 70.4%가 불공정하다고 했다. 틀린 것 같은가. 취업의 기회나 분배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불공정’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고위공직자의 경우도 같다. 특채가 판을 치니 더 말할 게 있는가. 취업의 기회, 분배 등 사회생활의 지역별 공정성에 대해서는 모든 영역에 걸쳐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정부 고위직 인사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74.5%로 공정하다는 응답(19.2%)보다 압도적으로 높아 고위직 인사에 대한 불신이 극심한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검찰은 물론이고 사법부의 판단도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절만을 넘는다. 뇌물검찰 특검은 어떻게 됐지. 물어보나 마나다. 이미 국민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환 외무장관이 큰 기여를 했다. 도둑놈도 쓸모가 있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왜 자살자가 늘어나는가.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 없는 돈에 죽어라 대학 나와 취직 좀 하려고 하면 하늘의 별 따기다. 3D업종에는 일자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찾아오는 건 좌절이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다. 세상은 엉망으로 돌아간다. 가진 자들은 흥청망청이다. 절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남이 행복하게 웃는 게 미워서 살인을 했다는 이 기막힌 사고와 좌절과 현실.

노인들은 의지할 곳이 없다. 자식들도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자식 보기 미안하다. 갈 곳이 어딘가. 자식 짐 덜어주자고 자살을 택한다. 젊은이들은 좌절로 자살하고 늙은이는 외롭고 자식 부담되기 싫고 몸 아파도 치료받기 힘들고 그러니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누구만 살아가는가. 사람들은 불공정하다고 한다.

세계 최고권위의 세계경제포럼(WEF)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지수를 올해 또다시 3계단이나 하향 평가했다. 특히 참여정부 때 11위였던 국가경쟁력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내리 추락하면서 22위로 무려 11계단이나 떨어져 정확히 반 토막이 났다. 

MB 정권은 늦게야 철이 들었는지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공정’을 들고 나왔다. 매사를 공정 무사하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인간끼리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바로 지금 MB 정권이 닥친 최대의 딜레마다. 도대체 국민이 믿어줘야 뭘 해 먹을 거 아닌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국민은 안 믿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MB 정권이 명운을 건 4대강 사업도 국민의 70%가 반대다. 왜 반대인가. 못 믿어서다. 얼마나 말을 바꿨나. 거짓말을 얼마나 했나. 지금 4대강 개발이라는 말을 믿는 국민이 거의 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낫다.

천안함 사건도 그렇다. 국민 셋 중에 둘은 정부발표를 믿지 못한다고 한다. 누가 믿을 것인가. 왜 발표 때마다 말이 다른가. 믿으라고 애걸하는 정부가 불쌍할 지경이다.

MB의 러시아 방문도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가 저렇게 급해서 허겁지겁 달려갔지? 초청받지도 못하고 자청해서 갔다지? 그레그 전 미국대사가 한마디 할 것 같으니 천안함 사건 매달리려고 간 거 아냐? 푸틴에게 무슨 약속을 했을까.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정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말 한마디로 정책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개성공단을 하나 더 만들어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있는 거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비웃는다. 쌀은 남아돌아 저장할 곳도 없는데 북한에는 못 주고 동물사료로 쓴다는 발상까지 하는 정부의 행동을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는가.

리서치엔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수도권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폭락했다. 서울의 경우 8월의 수치인 57%에서 무려 16%포인트나 폭락한 41.1%로 나타났다. 대전과 충청의 경우도 8월의 49.8% 보다 12%포인트 추락한 37.8%로 조사됐다. 가을바람이 불어서 추풍낙엽인가.

20대와 30대에서 ‘MB 거부감'은 극에 달했다. 30대의 경우 MB의 지지도는 지난 8월 조사 때 42.5%를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23.6%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부정적 평가는 8월 조사의 43.1% 때보다 26.2%포인트 급상승해서 69.3%로 나타났다.

왜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느냐고 국민을 원망할 것인가. 그럼 한 번 돌아보자. 무엇이 MB의 지지를 오르게 할 수 있는가. 추석물가 오르니 따라서 지지율 오를 것이라는 망상은 하지 않겠지.

8.8개각인가, 외교부 ‘특채.특혜’인가, 국회의원 사찰인가, 박연차 특혜인가, 영포회의 전횡인가, 천안함 사건인가, 4대강 사업인가, 쌀값 하락인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인가,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인가. 왜 임태희는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게 공정한 일인가.

뭔가 칭찬을 해 줄 만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 1개의 가격이 몇천 원이라고 한다. 시금치 한 단에 몇천 원. 식당에 가면 김치 달라기가 눈치 보인다.

이제 MB 정권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택시를 타면 거침없이 쏟아진다. 말기적 현상이다. 마치 불을 댕기면 폭발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어쩔 것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34분 만에 자살은 계속된다.

 

2010년 9월 13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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