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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 국가의 운명 그리고 진보의 혼혈시대

순수한 남자 2010. 10. 21. 17:40

레이어 국가의 운명 그리고 진보의 혼혈시대
번호 208707  글쓴이 라이프펜 (LifePen)  조회 522  누리 188 (188-0, 8:25:0)  등록일 2010-10-21 10:18
대문 8


레이어 국가의 운명 그리고 진보의 혼혈시대
(서프라이즈 / 라이프펜 / 2010-10-21)


간만에 글을 쓴다. 딴지일보를 봤더니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비판하는 산하님의 글이 있었고, 본인도 글 말미에

“북한에 대해 모른다.” “국가보안법적 시각이다.” “누구를 이롭게 할 것이냐.”는 말씀 말고 반박을 기대해 봅니다. 제 글의 팩트가 틀렸다던가, 인용한 글이 사실이 아니라던가 하는 지적이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이제 이와 관련한 긴 글 쓰기는 자제하려고 합니다만, 토론을 마다하진 않겠습니다.”

라고 했다. 마침 오랫동안 생각해 본 주제여서 겸하여 이 기회에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딴지에도 송고할 생각이다. 너부리 편짱이 채택할진 모르지만.


1. 민노당이 진보가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진보신당이 유일한 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 나는 생각한다)

산하님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이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신당계 논자들이 과연 이 논쟁을 유지할 동력이 있을지도 심각하게 의문이 들고. 사실은 “종북을 하는 민노당 놈들 나빠요. 그리고 진보신당 좋아요.” 이 한 문장이 산하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머지는 민노당의 종북주의가 왜 나쁜지에 대한 긴 증명이다. 여기에 지난 오랜 세월동안 PD계 인사들이 NL계 인사들에게 당한 수모(?), 또는 개인적 경악의 증거를 나열하는 것은 본인도 이제 지칠 대로 지칠 것이다. 본인 입장에선 지극히 옳기 때문에 논증의 지겨운 자기 반복이다. 게다가 사실 나는 산하님이 틀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잘못된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의 본질을 보자.

경향신문의 이모 논설위원을 비롯한 범 진보진영계(그러니까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민노당을 공격해서 다가오는 정치의 재구성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 진보신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민노당의 지분을 빼앗아서 진보신당의 곳간을 채우겠다, 그 목적으로 이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상대방에서 오는 반응이 순순히 ‘니가 하는 말이 옳다’가 아니라, ‘나는 말하지 않겠고, 나에게 말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매카시즘’이라는 방어전략이니 산하님 이하 진보신당 논객들은 바보가 되는 거다. 더 말하지 않겠다는 상대에게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너 말 안 하니까 비겁해’, 이게 다다. 상대방을 비겁자를 규정하고 나면 사실 산하님류가 정말로 원하는 논쟁의 지속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걸로 논쟁은 이미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하님은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사실 전혀 연결할 수 없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작한 침공이니, 이건 공격자(산하님)가 극도로 좌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1. 민노당이 종북주의자고 죄다 병신들일 수는 있으며 북한을 떳떳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민노당은 진보가 아닐 수도 있다.
  2. 그러나 이 종북주의자들이 진보가 아님이 입증된다고 해서 진보신당만이 오직 유일한 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파악해야 이 논쟁이 진정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아닌가?

진보신당은 창당 이후 일관되게 한가지만을 말해왔다. “진보신당만이 유일하고 순수한 진보”라고.

민주당도 진보가 아니며,
참여당(친노)도 진보가 아니며,
당을 깨고 나온 민노당은 더욱 진보가 아니니.

결국 이 땅의 진정한 진보, 순수하고 순결한 진보,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고 나갈 강철의 대오는 결국 오로지 진보신당밖에 없다는 프레임이다.

과연 이런 순혈 진보 지향의 프레임이 정말 옳을까?
 

2. 한반도에서 자생적 종북주의자들은 왜 자꾸 자꾸 자꾸 생기는가? - 레이어 국가의 운명

다행스럽게도 나는 북한의 3김 세습에 대해 매우 개또라이 같은 짓이라고 당당히 말해줄 수 있는 입장이다. 그런 식으로 국가를 운영할 거면 차라리 국가를 민영화해버리던지, 차리라 중국에 주권을 넘겨서 국민들이나 굶겨 죽이지 말라고 야유를 퍼부어주고 싶다. 그러나 내가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한다고 해서 나는 누가 북한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적에 가하는 비판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도 적이라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사유한다.

한반도의 지형을 보자. 대한민국은 북쪽으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치하고 있고, 서로는 중국과 동으로는 미국과 남으로는 일본과 접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까지.

이런 구조적 지형에서 미국과 한국의 우호가 지속되면 좋겠다. 까놓게 말해서 미·한이 결속하면 자신의 재산도 늘어나고 자기 가족도 편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 좋게 말하면 친미파 나쁘게 말하면 미국 간첩이 생겨나는 것이 숙명적이다. 친일파도 마찬가지고, 친중파, 친러파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보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서로 침략 (지들말로는 진출) 하는 시기에 필연적으로 이런 부류들이 자연발생한다.

내가 감히 생각건대, 한반도 거주인의 이런 자생적 외세 추종 성향은 역사적 유래가 깊다. 예를 들어 조선은 전 세계 천주교 선교사에 유례가 없는 희한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책으로 서학을 배우던 조선의 선비들이 스스로 서학으로 개종하고 천주교 선교사를 청하는 사건이다. 여기서 좀 더 나가서 외세를 끌어들여 조선왕조를 전복시키려고 한 황석영 백서사건 같은 것이 그러하다. 본거지에서 시작한 사상이 대륙의 마지막에 도착한 뒤 한반도인들이 끝까지 부여잡는 지독한 근성, 조선왕조 말기의 매몰적 성리학 추종과 최근의 메가처치(Mega-Church)로 대변되는 반예수 성향의 기독교의 번성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리적 풍토가 그 지역 사람들의 성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실체를 경험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필링만으로 이거다 싶은 것에 확 꽂히는 사람들이 한반도에는 필연적으로 많이 태어난다 (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친미주의자, 친일주의자, 친중주의자, 그리고 산하님이 증오하는 친북(종북)주의자들이 겹쳐진 레이어 국가. 아무리 <산하님의 논리>로 말살하려고 해도 자생적으로 또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는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지리적 운명. 한두 국가도 아니고 지구 상에서 한가닥 한다는 강력한 타국으로부터 반도의 인간들에게 대단한 에너지가 수시로 공급되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군사력 1위, 러시아 영토 1위, 중국 인구수 1위, 일본 AV 1위. 응?)

한국이라는 국가는 단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유교적 풍토의 관료제 (중국), 식민지 침탈 목적이긴 하나 근대화를 시도한 해양세력의 밑그림 (일본 특히 법률제도), 승자 독식 사회제도(미국),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러시아, 구소련, 만주국)까지. 한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데 사용된 사상적 개념들을 원저작자들이 다 가져가겠다고 레이어를 거두어들이면, 오로지 <한국만의 것> 이라고 주장할 것이 남아있는지나 의문이 들 정도로 주변국가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맞다. 이들은 조금은 간첩일 수 있고, 약간은 확신범일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기회주의자고 대한민국과 타국이 겹치는 레이어의 경계선 부분에 깨알 같은 독점적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외부세력에 편향된 태도를 취하고, 일부는 정말로 타국과 밀접해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선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런 신념을 투사하려고 애쓰는 나라. 이것이 내가 보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런 간첩(?)들의 리더쉽에 어쩔 수 없이 영향받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이 땅의 주권자들이다.

나는 산하님의 우려와 달리 진보가 설득해야 할 주권자들이 진보의 순수를 애타게 사모하는 순결한 사람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땅의 주인들은, 이 나라의 주권자들은 지독하게 특이하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전혀 순수하지 않다. 그들의 내면 속에는 박근혜와 이명박과 노무현과 유시민과 이정희가 태풍처럼 회오리치고 있다.

그러니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런 정치적 모순은 필연이다.

스윙보우트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유권자의 이런 본질적 모순을 제대로 응시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진보는 미래가 없다 (고 나는 확신한다). 정치를 말하는 자가 이 땅에서 이러한 모순이 왜 생기는지를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으면 절대로 ‘순결한 진보’ 따위가 지갑을 줍는 일(집권하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3. 진보는 혼혈이 되려는 노력으로 시민들에게 자신이 진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산하님은 순수한 진보가 아니면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땅의 진보가 “우리는 불결한 누군가를 숙청하고 배제해서 순수합니다. 얼마나 위대하고 훌륭합니까? 참 잘난 우릴 찍어주세요”라고 시민들에게 말하는 것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다른 정치세력도 척척 말살할 정도로 독한 놈들이 내부에 어쩔 수 없는 모순을 품고 있는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얼마나 독하게 굴지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진보신당은 모순된 사람들에게 자신들만의 순결한 진보를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절대로 안 속는다. 그것에 속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돈의 솔류션’이 더 신뢰가 가지 않는가.

그보다는 “우리는 사실 못났습니다. 워낙 못난 놈들이기 때문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연대해서 발생하는 이익이 있다면 저희가 가지지 않고 여러분들께 돌려 드리겠습니다. 저흰 오만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고 모순된 세력들이 불가능한 방법론을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보가 시민들을 설득하고 나아갈 길이라고 믿는다.

진보의 새로운 날개는 ‘순혈’이 아닌 ‘혼혈’이 아닐까?

진보가 해결할 것은 한반도인들의 내면을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후대에 해결할 수 있도록, 논의와 사고 연산의 결과를 쌓아두는 것이며) 진보의 재구성은 그 지점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다. 사람들에게 진보를 보여준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설령 깨지고 자빠지고 안되더라도, 당장 연대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진보다.

사람들의 모순을 순수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모순을 위해 혼혈이 되는 것. 6·3 세대 할아버지의 피와 486세대 아버지의 살을 함께 이어받는 것.

그래 운명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은 친미주의자며, 친중주의자며, 친일주의자며, 친러주의자며, 종북주의자다. 우리가 남한 내에서 북한에 편향된 소위 종북주의자들과 어떻게든 공존할 수 있다면, 권력을 평화적으로 나눌 수 있다면. 한반도의 가장 큰 모순인 이 지긋지긋한 분단의 비극도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결코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하님이 든 예를 보면 어마무시한 성향의 종북주의자들이 민노당 안에 잔뜩 응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불쾌한 이들에게 산하님처럼 “너는 김일성주의 병신이니까 민노당 재산 다 내놓고, 내 새끼발가락이나 핥아”라고 자신의 은밀한 욕망을 투사하는 것은 정말 인생 낭비다. 그건 상대방의 변화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과도 계속 차분히 눈을 맞추고 억지 같은 논리를 견디어내는 인내심과 설득력을 내가 키우면 될 일이다. 그러니까 내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을 참아낼 수 있을 정도로 내 내면이 강해지면 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진보의 밀물이 들어오면 모두가 다 떠오른다는 것은 이런 진보의 혼혈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개인적인 비위 강화가 완성되는 것은 2013년이 아니라, 2017년에 완성하는 것도 깊게 각오하고 있다.

언제나 남의 변화보다 나의 변화가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법이다.

참으로 어렵겠지만, 진보가 강해진다는 것은 내가 지지하는 정당끼리 단순히 권력을 서로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진보를 추구하는 개개인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르러 내면의 혼혈체가 되는 것이다.

아.
갈 길은 참으로 멀다.


4. 이제 다음 단계로 민노당의 위기가 아니라 진보신당의 위기를 논해보자.

산하님과 같은 분이 아무리 노력해 봐야 이제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당 대 당 통합은 끝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아무리 공격해도 민노당은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이 있는 한. 레이어 국가에서 북한이라는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있는데 어째서 민노당의 종북주의 세력이 사라지나.

그러나 이 논의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발전시켜 보자.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

현재 상황은 이거다. 민노당은 욕이라도 할 이유가 있는 정당인데 과연 진보신당은 욕이라도 할 가치가 있는 정당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노당 주류는 이미 눈치까고 있다. 이정희가 안 싸운다. 그냥 잠깐 욕 들어 먹고 말겠다는 거다. 사실 언젠 욕 안 먹었나? 분당 당하고(?) 핀치에 몰릴 대로 몰려도 결국 살아남은 게 민노당이다. 지금의 논쟁 따위는 무시해도 좋다는 전략이다.

반면에 진보신당은 6.2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오버페이스로 달렸다. 그렇다. 진보신당의 빚 (재정 부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선거 초반 노회찬과 심상정 모두 최소한 15%의 득표율은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상당히 규모 이상으로 레이스를 했다고 들었다. (나는 노회찬이 어째서 무죄로 풀려났을까. 노회찬의 무죄판결은 야권분열을 기획한 정권의 플랜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아무튼)

안될 거로 생각하면 아껴서 안 썼을 텐데, 정말로 될 거다(노회찬) 안되더라도 최소한 반타작은 보전받을 거다(심상정) 라고 생각해서 상당히 무리해서 선거 운동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노회찬과 심상정 모두 후원비 입금도 약했고 선거비 보전을 거의 받지 못한 상태. 이 심각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특별당비를 거두려고 했지만, 일단 촛불당원의 숙청 (촛불 시위 무렵에 들어온 친노 자유주의 성향의 당원들이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내부에서 배제하는 숙청 과정이 진행되었다.)되면서 자발적 활동성도 상당히 떨어지고 진중권이 후기지수라고 칭찬했던 한윤형 같은 젊은 논객 당원들도 염세주의에 빠져서 탈당하고 있는 상황.

이정희 “내년 상반기 통합” - 노회찬 “부채질하겠다”… 글쎄?

그런데 이 시점에서 만약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서로 이야기가 잘 되어서 일대일로 당 대 당 통합을 하기로 했다고 치자. 그럼 마지막은 누가 누구를 책임질 것인가. 민노당이 진보신당의 부채를 책임질 것인가가 결국 가장 큰 화두가 된다.

헌데 산하님한테 잔뜩 욕 들어 먹은 민노당의 종북주의자 강경파들이 과연 진보신당의 빚까지 떠맡으면서 진보신당과 하나가 되고 싶을까? 산하님의 비판에 따르면 그들은 그리 사리취의한 대인배는 결코 아님이 분명하고. 분명히 왜 빚을 지면서까지 진보신당이랑 합치느냐고 깽판 놓을 대의명분이 있지 않은가. 돈 문제야말로 가장 선명하게 해야 할 일이고, 조직통합에서 핵심 아젠더가 아닌가.

비슷한 상황이 바로 여권에도 있다.

한나라당이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와 합당을 결의하고도 미래희망연대의 채무 증여세 13억 3000만 원을 못 내겠다고 하고 합당을 뭉그적거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똑똑한 거지. 이제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사들일 가치가 미래희망연대엔 이제 없으니까. 박근혜는 한나라당 안에서 어차피 승부를 볼 각오를 하고 있으니.

설령 총선 직전 남은 기간동안 진보신당 당원들의 피땀 어린 희생으로 억지로 부채를 다 탕감한다고 해도 그 시점의 진보신당의 체력은 이미 0. 객관적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에 제대로 된 플레이어를 내보내지 못한다는 것을 민노당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판에 진보신당이 “아, 대의를 위해서 우리가 후보를 내지 않겠습니다. 다음에 우리 봐주세요.”라고 해도 다른 야권 정당들은 “에이, 어차피 못 나오는 주제면서 대의를 위해 안 나오는 척 쇼하지 마세요.” 할 텐데.

진보신당 강경파의 당면한 목표가 진보정치의 성공이 아니라 민노당 강경파에 대한 원한을 푸는 것이듯, 민노당 강경파들은 당면한 목표도 진보 정치의 완성이 아니라 진보신당만 죽으면 (야권 연대에 못 들어오게 하고) 유권자들에게는 우리는 또 양보했습니다 하고 넙죽 한 번 자존심 숙이면 더 큰 이익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좌파계열이 헤엄칠 진보의 바다, 북으로부터 종북주의의 에너지가 무한 공급되는 한국의 좌파영역은 오로지 자신들만 킹왕짱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 텐데.

그러니 솔까. 이런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서 산하님 같은 친 진보신당계의 논객들이 마지막으로 혼신의 피칭을 하고 있는 상황인 거다. 어떻게든 진보신당 살려보려고. 그러므로 나는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마지막 플레이를 반대하지 않겠다. 민노당을 탈당할 때의 대의가 순수한 진보주의의 발화라는 정치실험이었으니, 마지막으로 한번 확 타올라 보는 것도 그들의 자유. 어쩌면 아름답지 아니한가. (솔직히 산하님 같은 분의 마지막 헌신으로 나도 질리는 민노당 안의 골수 강경파들이 조금 기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긴 하다.)

그러니까, 그리하여, 그러므로.

나 같은 연대주의자는 이왕 시작된 산하님의 논의를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다.

진보가 혼혈이 되어야 하는 시대에 참으로 고지식하게 다른자들의 진보를 부정함으로써 자신만의 순수한 진보를 보여주려 애쓴 진보신당이 우리 정치사에 마지막 빛을 발하고 나면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고 (찍을 놈 없다고 투표하지 않는 멍청한 짓) 연대정치 세력으로 잘 인도하기 위해 연대를 지지하는 나 같은 평범한 시민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 (2017년까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고민하고 노무현 (력을 명하게) 할 때다.

 

라이프펜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8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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