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2차 준비기일 공판 결과 보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서프는 전쟁 중입니다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1-01-19)
지난 월요일 오전 10시 천안함 침몰사건 제2차 준비기일 공판이 있었습니다. 작년 10월 25일 1차 준비기일 공판에 이어 예정대로였다면 작년 12월13일 2차 준비기일 공판이 열렸어야 하지만, 검찰의 공소장에 대한 변호인 측 의견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는 변호인단의 연기요청이 받아들여져 이번 1월 17일에 열리게 된 것이지요.
민변 소속이신 열 분의 변호사님께서 도와주시는데 제가 뵙기가 송구할 정도로 고생이 많으십니다. 무엇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제가 작성한 칼럼의 양 자체가 많고, 그에 더하여 언론매체들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며 가졌던 강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들을 검토하고, 그 내용의 사실 관계와 법적 요건을 따지고, 증거 자료들을 취합하는 일이 참으로 방대한 분량이었습니다.
물론, 그 모두를 조사하고 정리하여 69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을 작성하고 두 박스에 달하는 조사기록을 편철하신 검사님과 수사관님께서도 방대한 작업에 고생이 많으셨을 것임은 말할 나위 없겠습니다만, 그만큼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이 취합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그 몇 배의 분량을 만든다 해도 고행길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정부와 국방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견해도, 언론의 문제제기도, 해외 과학자들의 실험과 분석 결과도, 심지어 관련학계 400여 교수들의 추천을 받은 교수님의 실험결과가 상반된 결론을 보여 줌에도 그들이 내린 결론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집중취재를 하고 방영을 앞둔 프로그램에 대하여 특정부분(가리비)을 완전삭제토록 압력을 행사하고, 방송에서도 비추어졌듯이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노출하였음에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취재진에 대한 징계까지 거론하는 현실을 보며, 이 사건이 정치권력의 단맛에 물든 집단으로부터 벗어나 <사법부>에서 심리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 했습니다. 그러나 군은 명령을 목숨처럼 따르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사실 그대로 밝혀져야 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대다수의 선량한 군인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군인의 모습일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군의 명예가 회복되고 두 번 다시 군의 명예가 권력에 휘둘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같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제2차 준비기일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대한 변호인단의 의견서를 제출완료 하였는데 공소사실(34항목) 한 항목당 10~30페이지 분량의 의견서가 작성되어 전체 분량이 대략 500페이지에 달합니다. 말하자면 두 달 만에 두꺼운 전문서적 한 권을 출판한 셈인데, 앞으로 제출하게 될 증거자료들까지 포함한다면 분량이 배 이상으로 늘어나겠지요.
그 많은 내용을 변호사님들께서 분담을 하여 작성하고 회람하고 검토하고 의견을 내고 회의를 통해 조율하는 일을 반복하였습니다. 제 경우 설명이 필요한 부분 등에 대하여 수시로 만나고 논의하기를 반복하였는데, 겨우 A4 서너 장 분량에 불과한 제 칼럼 하나에 대하여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들을 검색하여 인용 혹은 첨부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문장 하나하나의 뉘앙스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그저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말씀 외엔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제3차 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갖기로 결정
이번 준비기일에서는 증거자료들, 증인신청목록 등에 대해 준비할 여력이 없어 제출하지 못하였기에 지금 이후 그에 대한 준비에 착수해야 하고, 검찰 역시 이번 미네르바 헌법소원에서 위헌 판정난 <전기통신법> 관련 부분은 배제하여 공소장을 새로 작성하는 등 조정해야 하는 부분 등을 고려하여 본안 심리에 들어가기 전 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갖기로 모두가 동의하고 재판부에서 그리 결정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제가 집중해야 할 일은 사건의 전체 흐름을 구성하고 있는 과정 과정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존재하므로, 그 사건과 관련된 증인 신청목록을 작성하는 일과 기존의 군 주장을 탄핵하기 위한 추가 증거자료의 확충과 보완 그리고 그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데 도움이 되는 증언을 해 줄 분들을 찾는 일 등이 될 것입니다. 간략하게 정리를 해 보았는데도 최소 100명 이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사건과 관련 군의 주장과 저의 견해는 이미 모두 온라인 상으로 펼쳐져 있는 상황이므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았을 때,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분들을 법정에 오게 하고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과정이야말로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유효한 절차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도 나오게 될 것이고, 새로운 증거도 제시될 것이고,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사고 다음 날인 3월 27일 오전 7시30분경, 천안함 함수가 용트림 바위 앞에 떠있고 그 주위를 해경 253호정이 맴돌고 있는 사진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럼에도 군은 천안함 함수 발견 발표를 하지도 않고, 이후 해경정과 함수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그날 오후 기자의 질문과 국방부 대변인의 답변에 의해 그 사실을 군이 알고 있었음이 밝혀지지만 그 사실은 묻혀버립니다.
27일 아침 떠오른 함수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할 분들은 해경(253 정장, 상황실장, 해경청장)과 국방부(보고접수자, 대변인, 결정자) 그리고 목격자 포함 최소 7명의 증인이 신청되어야겠지요. 그분들의 증언을 통해 253호정이 본청에 보고하고, 본청이 해군에 보고하고, 해군이 국방부에 보고한 상황과 역으로 그 보고가 조용히 묵살되고 253호정이 현장을 떠나는 끔찍한 과정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증인선서까지 한 법정에서 누군가는 거짓진술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진실을 말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말이 사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구분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해경이든 군이든 그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을 터이고 자연스럽게 그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덮어져 있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임에 분명한 것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서프는 전쟁 중입니다
서프가 지나온 궤적에는 거짓과의 전쟁, 위선과의 전쟁, 조작과의 전쟁, 잘못된 정책과의 전쟁, 부조리함과의 전쟁 그리고 부당한 권력과의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제 또다시 ‘진실을 찾기 위한 전쟁’의 길로 접어들며 우리 서프앙님들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2005년 이후 서프를 맡아 지금까지 꾸려 오면서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서프를 믿어 주시고 아껴 주시는 수많은 눈팅 서프앙님들의 격려와 응원,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에도 매월 일정 금액을 CMS로 약정해 주신 님들과 서프계좌를 통해 후원해 주신 분들의 도움이었습니다. 서프가 아직까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데에는 서프앙님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이었음에도 2005년부터 광고수익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습니다만, 지금부터가 가장 어려운 고비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번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군량미가 소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방대한 분량의 서류들을 열 분의 변호사님께 나누어 드리기 위한 복사비 항목 하나만으로도 몇백만 원을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정말 전쟁은 전쟁이다’ 하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또한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께서 대가 바라지 않으시고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계시지만, 거의 이 일에만 전념하시는 변호사님들도 계시는데 그분들께 헌신만 하시도록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고, 전쟁을 끌어가는 자세도 아니란 생각에 늘 송구한 마음입니다. 저 역시 서프와 함께 지금까지 버텨 오는 동안 소유했던 것들을 하나씩 처분해 왔던 상황이라 어려움이 더더욱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하여 우리 서프앙님들께 ‘전비 마련 및 서프 돕기 특별후원금’으로 지원해 주실 것을 외람되이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동참하시어 서프가 훌륭하게 전쟁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서프계좌를 통해 특별후원금 보내기 : 외환은행 061-22-05514-9 서프라이즈
- CMS 약정을 통해 매월 후원금 보내기 : ☞ 클릭
두 가지를 다 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독고탁 드림
덧글 : 오랜 세월 후원도 하시면서 서프를 도와주신 분들 가운데 서프 살림살이가 어떠한지 궁금하게 생각하실 분들도 적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여 차제에 그동안 후원해 주셨던 내역들을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보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계속 유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의견을 수렴하여 후원하시는 분들의 명단과 내역이 스크롤 되거나 조회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여 조만간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