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100억 달러, 만성부채 공기업에까지 손 벌리나
수출입은행, 공기업 주식 현물출자 요청… 국민 세금 추가로 쏟아부을 듯
(민중의소리 / 조태근 / 2011-02-10)
한국수출입은행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비 100억 달러 조달을 위해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수출입은행에 공기업 주식의 현물출자 등을 추진해 왔는데 UAE 원전 수주를 위해 다른 공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부담을 지게 되는 형국이 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임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9일 “100억 달러를 대출하게 되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본금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이 어려우니까 정부 보유 주식 등을 현물출자 하는 방안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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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뉴시스 |
이 말이 무슨 뜻일까?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민중의소리> 단독보도와 지난달 MBC ‘시사매거진2580’ 보도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12월 27일 186억 달러 규모의 UAE 원전을 턴키베이스로 수주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00억 달러를 한국이 지원키로 했다.
100억 달러 자금조달을 맡은 수출입은행은 당초 지난해 3월 국내외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대주단(채권단의 모임)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전혀 진척된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자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100억 달러를 직접 조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데 수출입은행이 원전 자금 100억 달러를 UAE에 대출해 줄 경우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출자자가 투자한 자본, 여기서는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이므로 정부가 출자한 자본)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적으로 은행의 건전성 기준인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 곱하기 100)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BIS비율이 떨어지면 은행의 건전성이 낮아져 신용도가 떨어지게 되고 투자자들이 이탈하거나 발행하는 채권의 조달금리가 올라간다. 심각할 경우 IMF 외환위기 때처럼 은행의 파산까지 갈 수도 있지만 수출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는 BIS비율을 국제적 건전성 기준인 8%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기자본을 늘려주기 위해 추가로 출자하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현재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은 6조 원이며 자기자본비율은 11.3%이지만 100억 달러(약 11조 원)를 UAE 원전에 지원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은 8% 밑으로 떨어진다.
김용환 행장이 이날 “자본금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UAE 원전 100억 달러 지원으로 BIS비율이 낮아질 수 있으니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수출입은행에 추가로 출자해 달라는 의미다.
한편 김 행장은 “정부 보유 주식 등을 현물출자 하는 방안”을 거론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의 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으로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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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 중 ⓒ기획재정부 |
실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서 공기업 보유 주식을 수출입은행에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정부는 지난달 UAE 원전 100억 달러 자금조달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박영준 지식경제부2차관 주재로 열린 비공개 원전 수출금융 대책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공기업들 중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의 주식을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관련 부처들은 법률적인 문제와 해당 공기업의 부담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표시해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의 이날 발언은 이들 공기업 주식의 현물출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렇지 않아도 부채난에 허덕이고 있는 해당 공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2005년 3조 3천억 원이던 부채가 지난해에는 14조 5천억 원으로 증가해 부채 증가폭이 지식경제부 산하 23개 공기업 중 가장 높은 339%를 기록한 상황이다. 광물공사 역시 작년 부채증가율이 100%를 넘어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기업이며 도로공사도 2009년 말 부채비율이 93%에 달해 지난해에는 부채축소를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추진해 왔다.
이처럼 그렇지 않아도 문제투성이인 공기업의 주식을 현물로 수출입은행에 출자할 경우 해당 공기업은 더욱 부실화돼 결국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처럼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UAE 원전 사업을 위해 수출입은행에 이어 공기업까지 더 깊은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의미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UAE 원전 100억 달러 지원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지만 부실한 공기업까지 수출입은행 지원에 끌어들이는 것은 자칫하면 더 큰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622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