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개월 남은 대통령, 아니 12월 대선이 끝나면 실질적인 임기가 두 달 약간 넘게 남은 대통령을 언론들이 이제야 진짜 대통령 취급해 줍니다. 막말로 몰아붙였던 노 대통령의 어투가 솔직, 직설화법이라는 단어로 바뀌고 저급하다고 비아냥 듣던 노 대통령의 스타일도 소탈하고 격의 없는, 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노대통령이 실질적 대통령 취급을 받는데 딱 4년 7개월이 걸렸네요.
사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오해의 소지를 만듭니다. 정권 연장을 위한 북풍 만들기 아니냐, 불리한 대선 정국의 흐름을 바뀌기 위한 정략 아니냐,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담에 국민이나 언론이 강력한 반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까지 지켜봐 온 노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속보이게 정권 연장에 북한을 이용할 사람은 아니라는 판단을 국민이 했던 것이고 큰 무리 없이 정상회담의 추진이 진행된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정부시절 집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집권 말년 차에는 그 어떤 정치적, 외교적 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레임덕에 걸릴만한 큰 과오 없이 국정을 운영해 온 참여정부의 정책 스타일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실현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자신의 임기 중에는 단 하루가 남더라도 할 일은 하자, 라는 노대통령의 통치철학이 반영된 것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었습니다. 이제 집권도 끝나가니 대충 정리하자, 라는 생각을 노 대통령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건 한국에서 대선을 하건, 그것과 관계없이 세상은 끝없이 새로운 문제를 쏟아내고 세계의 정세는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국가를 운영하는 최고 수장에게 잔여 임기 여부는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임기를 핑계로 중요한 국정을 차기로 미루고 그것이 당연한 듯 조장하는 언론들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이죠. 임기가 다 하는 그날까지 국민이 부여한 자신의 권한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의무입니다.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나와 같은 노빠의 시각이 아닌 대통령의 바라보는 일반국민의 눈도 대통령에 대한 든든함과 자신감이 보였을 겁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일정의 하루 연장을 제안했을 때 그냥 덥석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서진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 라고 발언한 것을 보고 나 또한 깜짝 놀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했을 경우 정상회담이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어서이죠.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노 대통령의 즉답 지연이 이번 회담에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사람은 덥석덥석 무는 사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김정일 위원장을 더 긴장케 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1인 독재국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김정일 위원장의 제안에 마치 성은을 입은 것처럼 즉시 그럽시다, 하는 것도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의도에 말릴 우려가 있었는데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사안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들게끔 만든 것도 협상 도출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여러 행사 참석 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던 언론들도 정작 하루 연장을 제의한 김정일 위원장의 제의에 즉답을 안 한 노 대통령에게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겠죠. 노무현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구나.
그렇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노 대통령의 모습은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그야말로 든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꿀리지도 않고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으며 준비해 간 전략에 따라 치밀하게 회담에 임하는 것을 보며 국민도 노대통령에 대해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지금 노 대통령의 방북을 정략이라 생각하는 일반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수구 언론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폄하하기 위해 여러 기사를 내보내긴 합니다만 그것이 국민의 생각마저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임기가 다 하는 날까지 국정에 전념하는 사람이 노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을 국민은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고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 눈앞에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는 거죠.
금년 8월 여행수지 적자가 15억 달러라고 하더군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경제파탄 난 나라치고는 국민의 해외여행이 너무 잦습니다. 금년 추석이 유례없는 호황이었다고 하더군요. 민생 파탄 났는데 그래도 조상은 모셔야 한다고 없는 돈 끌어모아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후손들의 갸륵한 생각이 전국적으로 나타난 모양입니다.
소비지수가 110이라고 하고 4분기 연속 증가추세라고 하더군요. 코스피가 또 2,000을 돌파했더군요.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내년 경제 성장률이 5.1%라는 분석이 민간 경제 연구소에서 나오더군요.
유가가 80달러로 치솟아도 원화가치가 900원대 초반임에도 죽겠다는 소리 별로 안 나옵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펀더맨털이 강화됐다는 의미이고 그 이유는 바로 집권 내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개도국 시절 10% 성장 어쩌고 같은 것은 더 이상 한국 경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위적인 경기부양으로 과도한 경제 성장률이 나온다면 얼마 못 가 극심한 인플레에 시달릴 공상이 큽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아무리 올라야 6%를 넘지 못합니다. 그것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 경제의 실제상황입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예측치 5.1%에 플러스 알파 0.2~3 정도가 최고치라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았느냐, 틀린 지적 아닙니다. 양극화는 분명히 심화되고 있습니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을 사회주의 체제화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극단적 방법이죠.
두 번째 방법은 현 직접세를 최하 EU 수준으로 높이는 겁니다. 양극화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이상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세금 올리려고 하면 한나라당 이하 수구 언론들이 난리가 납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세금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이 공약은 그야말로 포플리즘일 따름입니다. 재원 마련도 없이 막연하게 세금만 줄이겠다, 경제를 8% 성장시켜 세수를 증대하겠다는 등 70년대 개도국 때나 써먹을 만한 공약을 내 놓고 있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국민의 의식이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만으론 결코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결국,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돈이 필요한 것이고 그 돈을 국민이 더 부담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해소됩니다. 세금은 줄이자고 하면서 양극화는 해소해 달라고 하면 정부는 대책이 없습니다.
물론 몇 가지 미진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나라당이 주창하는 것처럼 경제, 민생 파탄 난 적도 없고 현재의 경제 상황상 당분간 삽시간에 와해 될 일도 없습니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포플리스트 대통령이 집권하여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 내 놓고 경제를 난도질하는 것인데 국민이 이 점만 현명하게 대처하면 될 것 같습니다.
5년 내내 욕먹는 와중에 할 일은 다 했습니다. 경제 안정됐고 한반도 평화의 구체적 방안도 만들어 놨고 핵 문제도 거의 해결 국면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거의 사라졌죠.
퇴임 몇 개월 앞두고 이제야 대통령 취급해 주는 수구언론이 초장부터 태클만 걸지 않았다면 한국은 저만치 더 나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5년 내내 사실을 왜곡하고 폄하하던 행태가 지속된 와중에 만들어낸 참여정부의 성과가 이 정도라면 언론의 협조를 받은 참여정부는 과연 얼마나 더 큰 성과를 냈었을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참여정부 집권 5년 동안 한국은 경제, 외교적으로 더 이상 약소국 취급을 받지 않는 나라가 됐고 그 어떤 나라와도 당당한 외교를 해낼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노 대통령을 보며 난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대통령을 잘못 뽑지는 않았구나, 저 사람은 정말 국가를 많이 생각하는구나, 나의 이런 생각을 더욱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저질스럽고 막말하는 깜 안 되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를 경영할 충분한 자질과 능력이 있고 그 증거가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겁니다.
정말 노 대통령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