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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좌절케 하는가?

순수한 남자 2007. 10. 16. 17:57
누가 우리를 좌절케 하는가?
번호 134328  글쓴이 독고탁 (dokkotak)  조회 5987  누리 792 (917/125)  등록일 2007-10-15 19:08 대문 12 톡톡


우리를 좌절케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결과를 보셨습니까? 김근태 연출, 정동영 주연의 3류 드라마에서 어떤 감동을 느끼셨습니까? 저는 자궁이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저 장면만큼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기어코 오늘 보게 되고야 마는군요.

세상일은 언제나 우리가 뜻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언제나 원칙대로 적용되어 간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한 일이기에 그것을 바랐던 것이 어쩌면 과욕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괴감이 큽니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겼던 원칙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실감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손 놓고, 넋 놓고 앉아 있어서 될 일입니까?


1. 정동영의 승리인가?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경선위원장 명의로 발표를 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의 손을 잡고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 앞에서 환하게 웃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정동영 후보의 수락연설이 진행중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에서 승리를 한 것 같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이 무엇일까요? 그가 경선과정에서 저질렀던 적지 않은 불법과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관련기관의 조사와 판단이 남아있을 테지요.

그러나 저는 그에 대해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론을 가져오든, 설사 정동영이 선거법 위반으로 대선후보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저는 별로 감동을 받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활과 같습니다.

정동영의 불법을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여러 번에 걸쳐 존재했어야 합니다. 첫째, 경선룰이 불법을 저지를 수 없도록 짜여졌어야 합니다. 둘째, 만약 불법과 부정선거가 발견되었을 경우 당 지도부 및 경선위원회 차원에서 후보자격을 박탈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마지노선입니다.

이미 이만큼 결론을 내려놓고 나면, 정동영의 후보자격을 박탈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전체 동력의 저하를 가져와서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실 것입니다. 아무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 유보입니다.

정동영이 승리했습니까? 그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생각인지 몰라도 저의 생각은 아닙니다. 저는 그가 '불법과 부정선거를 통해 승리의 자리를 빼앗은 것'으로 규정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를 바탕으로 지금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려고 합니다.


2. 누가 '경선불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자포자기의 심정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포자기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우리는 우리의 후보들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달려갈 때, 그곳엔 함정이 있고 부비트랩이 있고 절대로 승리할 수 없는 속임수가 도사리고 있음을 준엄하게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후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줄줄이 그곳으로 흡인되어 들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 왜 우리는 강력하게 저항을 했는지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미 다 아시지 않습니까? 궁금하면 과거 자료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우리의 후보들이 그곳에 몸을 던진 순간부터 우리는 혼돈에 빠진 겁니다.

국민은 부모와 같습니다. 지지자는 부모와 같습니다. 우리가 잘나서 부모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안아주고 품어주고 보살피고 키워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인 겁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최소한 수년에서 십수 년에 걸쳐 우리는 자식 기르듯 우리 후보를 키웠기에 우리는 부모소리 들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 자식이 수렁에 빠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연히 자식을 구해내기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간단한 원리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을 구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겁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우리의 자식들이 어려운 지경이 되었고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수렁'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것이 제약이 되고, 제한이 되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그것을 인정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되었어야 합니다. 투명하고, 깨끗하고, 부정부패 없는 경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인정할 수도 인정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은 경선불복이 아닙니다. 경선불복이 되려면 손학규, 이해찬 후보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 경선과정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경선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탈당을 하여 독자적으로 출마하는 것이 경선불복입니다.

어떤 사람도 우리 지지자들에게 경선불복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럴 권리를 가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경선불복에 관한 이야기를 할 사람들은 그에 앞서 부정부패선거에 대한 답을 먼저 구해야 옳습니다.

우리는 정동영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경선불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경선불복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후보들이 결과를 부정하고 다시 출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도 경선불복이라는 어휘는 없습니다. 우리 지지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의 선택을 할 자유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개념혼동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3. 우린 이제 겨우 1막 1장의 커튼을 내렸을 뿐

오늘 오전 '1막 1장 : 혼돈(混沌, Chaos)'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 과연 몇 막 몇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막 1장 :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 혼돈(混沌, Chaos)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막 2장 : 장외후보들의 선전 및 단일화 과정
1막 3장 : 대선
2막 1장 : 정당 및 정계개편
2막 2장 : 여·야 당내 세력주도권
2막 3장 : 총선

자, 이렇게 펼쳐놓고 보니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2막 3장이 끝나야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 겨우 1막 1장을 보셨을 뿐입니다.

아직 총선을 이야기하기엔 이릅니다. 그러니 2막은 천천히 생각하고 1막 중심으로 생각하십시다. 이제 곧 1막 2장이 펼쳐지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민주개혁세력은 1막 1장에서 문을 박차고 나가야 하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가장 비겁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기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최선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얻지 못하면 차선을 구해야 하고, 그것도 얻지 못하면 차악을 택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악을 면해야 하는 끊임없는 과정 그것이 바로 정치 아닌지요.

정동영 후보는 1막 1장의 (자칭)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그는 1막 2장에는 출연하지 못합니다. 1막 2장에서는 정동영, 그에게 할당된 대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대본은 누가 만드는 걸까요. 우립니다. 우리가 주는 겁니다. 한나라 지지자들이 아닌 민주개혁세력이 대본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4. 1막 2장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경선 결과에 실망한 분들이 장외후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장외후보 중 국민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문국현 후보를 이야기합니다. 김혁규 후보, 강운태 후보, 김원웅 후보를 이야기합니다. 이수성 전 총리, 김병준 실장, 진대제, 강금실 전 장관도 거론합니다.

옳습니다. 그분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분들이 정동영 후보보다 자질이 떨어집니까? 자격이 모자랍니까? 정치 경륜이 짧습니까? 부정부패 측면에서 그보다 뒤떨어집니까?

그렇든 그렇지 않든, 그분들께도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것이 원칙이고 상식 아닌가요? 제 생각이 틀렸습니까?

누가 1막 2장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그에 대해서는 관심없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듯이 살아 움직이는 정치판 속에서 자신의 역량과 자질 그 모든 것을 걸고 이겨내는 분, 바로 그분의 몫입니다.

그러면 누가 1막 2장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1막 2장에는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발붙일 공간이 없습니다. 객석에는 모두 우리들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1막 1장에서는 대본을 쓸 수도 없었고, 배역을 정할 수도 없었고, 무대장치와 조명조차도 우리가 할 수 없는 그저 초대받은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관심 있는 배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박수를 치는 역할이 우리에게 주어졌던 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연출자의 짜여진 각본으로 흘러갔습니다.

이제 1막 2장은 우리가 만드는 무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역을 우리가 정합니다. 대본도 우리가 만듭니다. 단, 우리가 만든 대본 이상의 에드립은 그들만의 무한 경쟁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평가할 것입니다.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우리가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5. 문국현 후보를 이야기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아, 이제 문국현 후보나 지지해야겠다'라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문국현 후보가 그래도 가장 나아 보인다.'라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홧김에 서방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에 대해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있었는데, 이번에 좌절된 실망감으로 인해 '에라이~' 하는 심정으로 지지한다 어쩐다 하는 그런 천박한 말씀은 하시지 말란 뜻입니다.

논객 독고탁 개인에게 묻는다면, '그분에 대해 통 모르겠다.'라고 하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고민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그분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고, 그저 보편적으로 제게 와 닿는 정보와 느낌을 판단하게 되는 탓도 있을 터입니다.

그러나 아직 저에게 '깊은 임팩트'로 와 닿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정책을 모두 모아 놓고 계시다는 정도, 딱 한 번 그분의 연설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분의 지적처럼 대선 후보의 연설이 아니라 대학교수의 강연 같았던 느낌, 그분의 정체성을 묻는 미디어의 질문이 늘어난다는 점.. 등이 제가 갖고 있는 전부입니다.

조금은 그분에 대한 비호감을 말한 것 같아 문후보 지지자 분들께 죄송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지금 현재 장외후보분들 중에서 제일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견제구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핵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누구든, 어느 후보든 민주개혁진영의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혹독한 검증을 할 기회를 상실해 버렸고, 원천 차단되어 버렸고, 왜곡되고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억울합니다.

이제 1막 2장에서는 우리가 혹독한 검증을 해내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 혹독한 검증을 이겨낸 분이라면 일단 그만큼의 위상을 인정해 주자는 데에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을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에게 우리가 혼신의 노력으로 검증한 장외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검증을 받도록 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연대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을 책임지는 것은, 정말 가혹하고 혹독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에 동의하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검증시스템을 마련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합니다.

 

ⓒ 독고탁


덧글 : 우리 사고와 판단의 중심에는 노무현의 사상과 철학이 있습니다. 그것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그 가치를 존중하고 지켜내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은 부유(浮遊)하고 방황(彷徨)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곳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존재할 수 있는 결사체가 필요합니다.

어렵게 어깨와 어깨를 맞댄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결사체를 이루어내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시민주권 사수를 위한 소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의 사상과 철학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는 토양을 지키고 가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