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정동영의 연대 소식을 들으면서 이명박만 이길 수 있다면 내 쓸개를 빼준다고 했었다. 그 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동영에게 빼준 쓸개를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제 나는 소위 쓸개 빠진 인간이 되었다.
압도적이라는 표현
과반수가 넘지 않았다는 것에 한 편으로 안도했다. 50%가 넘으면 그 지지율을 믿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 주위에 너무 많다. 당선자가 저지를 일에 대한 것은 대선과정에서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언급이 될 것이다.
권력의 주위에 기생하면서 꼼수를 피우는 사람들은 역사 이래 항상 존재해왔다. 특히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권은 이를 악용하여 희생양을 만들어 이용하였다는 것은 역사를 살펴보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경제라는 논리에 도덕과 윤리를 버린 사람들이 어떤 것에 환호하면서 5년을 보낼지 오늘 아침 하늘처럼 우울하고 먹구름이 낀다. 압도적이라는 것은 힘을 의미하며 제대로 되지 않은 힘은 사고치고 저지르는 방향으로 간다.
역동하는 젊은 힘은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어서 사고를 쳐도 수정이 되고 원숙함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잘못된 노인네의 힘은 잡스런 쪽으로 발달하기 십상이어서 노인들은 지혜가 있어야지 힘이 넘치면 곤란한 것이다.
누가 견제를 할 것인가
돈의 논리에 완전히 매몰되어 버린 시점에 진실을 알리고 지켜야 될 입장인 언론은 이미 대세에 기울어져 버렸고 법이나 검찰에 기대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그나마 종교계가 이 일을 해주기를 바래야 하는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개신교는 이명박의 부정에 압도적인 지지를 해 주었다. 도덕과 윤리의 모범이 되어야 할 개신교가 가장 부정한 후보에 열광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 재앙수준으로 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학자들은 어떨 것인가? 온 국민의 신뢰를 받는 학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직 듣지 못했다. 대학교수들은 효율적이고 세계적인 학교로 탈바꿈을 하는 과정에 논문을 만들어내느라고 정신이 없다. 어느 정도 질 좋은 논문을 만들어 양적 성장을 한다는 것은 좋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이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시민단체는 5년 내내 실용정부의 정책에 휘말려 대립각을 세우고 싸우느라 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많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을 하겠지만 과거 10년 동안의 위상과 동일할지 의문스럽다.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적인 재정 능력을 가진 단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현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는 항상 희생양을 요구해왔다. 5공 정부가 광주사태가 필요했듯이 이번 실용정부는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스스로의 잘못을 씻기 위해서라도 몸부림을 칠 것이다.
이른바 청소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5공 정부가 삼청교육대를 위시하여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깨끗한 사회를 만들면서 경제적으로 윤택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기업에 손을 댈 수 없으니 기업이 아닌 다른 단체의 돈의 흐름에 손을 댈 것이다. 언론, 검찰, 종교, 학교, 시민단체 중 누가 목표가 될 것인가? 각자의 힘의 논리에 밀리는 곳에서 사고가 날 것이고 그곳으로 국민의 비난이 쏟아지도록…
각종 사건과 사고가 인재와 자연재해가 맞물려 5년 내내 이어질 것이다. 적당한 먹이를 항상 국민에게 공급을 하면서 간다면 국민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할 것이다.
사족보다 좋은 족발
이런 일들이 나 혼자만의 상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쓸개 빠진 인간의 푸념으로 들렸으면 좋겠다. 내 쓸개는 없어졌으니 곰쓸개 하나 구해서 자근자근 씹으면서 5년을 보내야 되겠다.
그리고 막연한 글보다는 더 구체적인 글을 쓸 수 있도록 가시로 자신을 채찍질을 하면서 새로 공부를 해야겠다. 진실은 잊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무시가 되지만 주어진 사람에게는 무엇보다도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