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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시민광장] 발등에 떨어진 또 하나의 방제작업

순수한 남자 2007. 12. 29. 22:00
[펌-시민광장] 발등에 떨어진 또 하나의 방제작업
번호 193517  글쓴이 강원도수호신 (ypkjh)  조회 1884  누리 1204 (1204/0)  등록일 2007-12-29 12:26 대문 35 톡톡 [언론비평] 

발등에 떨어진 또 하나의 방제작업

연말. 고향 친구들과의 망년회...

모친 뱃속에서부터 포탄소리를 태교조로 들으며 태어난 51년 신묘생들. 6.25사변이 뿌려놓은 숱한 모순 중에도 우리 촌놈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고향 산천 곳곳에 널려있던 각종 불발탄이었다.

촌놈들 중에 더러는 팔다리가 찢겨나가는 희생을 피해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딸, 아들 출가도 시키고 위암이나 중풍도 용케 피해서 아직은 술 한 잔 기울일 건강마저 챙겼다.

칭구야, 이래 건강항께 망년회도 하고 울매나 존노! 그렇다. 올해만큼은 처절하게 잊어버리고 싶다. 그래서 1차, 2차, 3차... 급기야는 7080 클럽으로 이어져 70년대와 80년대를 회상하는 분위기로돌진한다. 군부독재정권은 사라지고 노래만 남았다.

모두들 그 시절이 좋았다는듯 하나같이 형광막대를 흔들며 추억을 찬양한다. 말은 바로 하자. 그 시절이 아니고 그 시절의 노래가 좋았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만취가 된 한 녀석이 고함을 지른다.

'무식한 노무현이가 나라를 망쳐 놓았다!'

순간, 처참한 새 한마리가 떠올랐다. 태안반도 해변에서 새까맣게 기름범벅이 되어 죽어가던...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새 한 마리는 영문도 모르고 기름바다에 갇힌 채 죽어가야했듯 본시 심성은 착했던 친구였건만 아침저녁으로 읽은 신문쪼가리가 독서의 전부이다보니 조중동의 바다에 빠져 노무현을 저주하고 있는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덕에 중학교 졸업장밖에 쥐지 못한 주제라 계급적 연대가 무엇이며, 가진 자가, 기득권층이 어떻게 착취 구조에 몰두하는가를 알 턱이 없다 치더라도 그 대척점에 서 있던 현직 대통령을 제 깜냥대로 물고 뜯는, 자가당착적 호사를 누리고 있다.

혼수와 만취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취중에도 나라를 걱정하는 심성이야 나무랄 데가 없는 주사이긴 하다만, 하필이면 울분의 표적으로 난데없는 노무현이어야 했던가!

서해안의 기름찌꺼기는 줄을 잇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닦아내고 있는 중이지만 이 어리석은 자들의 뇌수에 끼어있는 조중동 찌꺼기는 무슨 방법으로 제거해야 할까...

그저껜 자칭 이명박을 지지했다는 호스테스의 잔을 받았다.

"마담은 좋것다"

"왜요?"

"이제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되면 최고급병원에서 우아하게 치료도 받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돈 없는 사람들 우글거리는 일반병원에서 줄 서서 기다릴 일이 없다는 말이지..."

"어머나! 그럼 돈 없는 사람들은 싸구려 병원에만 가야된다는 말이에요?"

"그럴려고 이명박 뽑아준 거 아니었나?"

"우리는 몰랐어요... 그냥 노무현이 미워서 찍었지 누가 그런 줄 알았나요?"

"왜? 선거공약집에 다 나와 있잖나?"

"누가 그걸 다 읽어보나요? 그런데 신문 방송에서는 왜 그런 소릴 안해줬어요?"

"신문 방송이 다 같은 편인데 미쳤다고 그런 소릴 해?"

"그러면 안 되지요. 신문 방송은 공정해야잖아요?"

"그럼 신문방송에서 노무현 욕한 건 공정했나?"

"그건..."

"말해봐. 노무현의 어디가 그렇게 미웠어?"

"........................."

서해안의 기름유출은 재앙이다. 그러나 국민적 열기로 재앙은 극복될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의 위선 역시 재앙이다. 그러나 소리 없이 스며든 이 재앙은 방제할 방도가 막연하다.

훗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참여정부를 물고 뜯은 언론의 재앙적 해악이 얼마나 악질적인가를...

 

-용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