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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순수한 남자 2008. 1. 9. 08:48
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번호 197055  글쓴이 torreypine (torreypines)  조회 5382  누리 687 (697/10)  등록일 2008-1-7 16:41 대문 32 톡톡


대선이 끝나고 해를 넘겼는 데 '대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뚱딴지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다. 이명박 특검은 3달 뒤에 있을 총선에 대한 영향이 지대할 뿐 아니고 이명박 정권의 존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더할 수 없는 정치적 이벤트이다. 그런데 그 중요성에 비해 턱도 없는 대접을 받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개혁세력이 총선에서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아 필자라도 나서서 주의를 환기시켜 볼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특검을 포기하기로 했나?

먼저, 언론을 보면, 특검에 대해 가끔 청와대, 헌재 및 양당의 움직임에 대한 사실관계만 간단히 보도하는 정도다. 검찰의 수사에서 보듯이 누가 수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를 수도 있는데,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이 된 두 변호사에 대해 포탈의 프로필 수준 외에는 알려진 게 없다. 가처분 요청을 받아들이면 특검은 시작도 못해보고 끝이 나는 헌재에 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에 대한 분석을 통한 예측기사 하나 없다. 

반면 헌재는 장석화가 낸 헌법소원과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평소 굼벵이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물 찬 제비처럼 신속히 각하, 기각한다.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하며 안상수가 "적어도 일주일, 열흘 이내에 신속하게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문제는 끝나야 한다."라고 한 주문에 화답할 준비를 갖춘 것이다. 며칠 후면 가처분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

정치권을 보면, 한나라당은 김재정과 이상은을 통해 헌법소원을 내고, 특검법 개정안을 냈다가 법사위 심의도 못 해 보고는 다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등의 공격적인 조치를 차근차근 진행시키고 있는 반면, 민주신당은 한나라당의 공격에 대해 투쟁의지도 별로 없어 보이는 대변인의 방어적인 대응 정도가 고작이다. 아마도 서프라이즈가 특검 관련 글을 대문 상단에 계속 올려놓는 노력이나 민초들이 헌재 게시판에 몰려가는 정도가 투쟁의지를 보여주는 거의 유일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

특검에서 혐의가 입증된다 하더라도 취임을 막을 방법이 없고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기도 어려운데 포기하자는 얘기인가? 법까지 만들어 놓고 포기하면 그 역풍은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은 해봤나? 답답하다. 노 대통령이 오늘 정호영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함으로써, 정 특검은 일주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곧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하나도 빠짐없이 고사했다는데 누가 임명되더라도 여론이 식어 있는 상태에서 수사를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사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까? 여론이 포기한 상태라면 특별검사가 나중에 어떻게 혼자 감당하겠다고 제대로 발표할 용기가 생기겠는가? 정말 답답하다.


운하는 미끼고 진짜는 특검이다

특검이 이렇게 홀대를 당하고 있는 사이에 국민의 관심은 온통 운하, 인수위, 그리고 뒤늦게 따져보는 공약에 집중되고 있다. 인수위의 점령군 같은 행태나 공약을 가지고 갈팡질팡하는 아마추어의 모습은 언론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전에부터 있었던 공약에 대해 이제 와서 금시초문인 양 호들갑인 국민의 모습이 안쓰럽긴 해도 이 또한 언론의 관심을 받을 만하다. 그런데 운하는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일반 지지자들뿐 아니고 한나라당 내부까지 걱정이 태산이게끔 만드는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 반대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꼭 할 거라면 당분간은 공청회 정도 몇 차례 하다가 총선 후에 드라이브를 걸어도 되는 거 아닌가?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사안일수록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 무리수는 어느 누구도 아니고 이명박 자신이 두는 수인데, 그에게 지금 당 안팎으로 부족한 게 뭐가 있다고 이런 무리수를 두어야 할까?         

역시 특검이 무서운 거다. BBK 쪽에서 주가조작 관련해서 뭔가 나온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조항 때문에 재판에 회부되려면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만, 임기 내내 불구 대통령의 처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도곡동 땅과 다스의 차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당선무효를 당할 수 있고 대통령직에서 실제로 내려와야 한다.

이명박으로서는 취임 전까지의 정국이 특검 정국이 되는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아야 한다. 그에게는 특검을 가려줄 막강한 화력의 논쟁거리가 필요하다. 그의 주요 공약이 모두 친재벌, 친기득권 공약이니 총선전에 함부로 꺼내서 점화할 수도 없다. 잘못하면 다른 친재벌, 친기득권 공약 쪽으로 불이 옮겨 붙을 수가 있다. 운하는 어차피 잘 알려져 있는 이슈이고 친재벌, 친기득권 문제라기보다는 환경, 경제성, 난개발 등이 더 큰 문제이니 불을 운하로만 격리시킬 수 있다. 그리고 한두 달 미끼로 쓰다가 총선전에 국민의 뜻이 그렇다면 좀 더 신중히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안심'하고 한나라당 찍으라고 하면 그만이다. 특검은 특검대로 피해 가고 총선은 총선대로 챙길 수 있는 계략이다.


정동영에게 역할이 있다

필자는 특검이 수사만 제대로 하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관건은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여론이라는 환경을 보면 지금 같아선 아니다. 특단의 조치가 신당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신당은 좋게 봐서는 어떤 식으로 선거 참패의 책임문제를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반쪽이 날 총선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더 연연하는 것 같다. 그래서는 희망이 절벽이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정동영과 신당에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 정동영이 특검을 위해 할 역할이 있다. 그것도 대통령 후보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정동영에게 혹시 특검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통령 재선거는 물론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특검 대책단'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단장으로써 이명박의 혐의를 입증하고 취임 전에 기소까지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달라고 요청한다. 역풍을 막겠다고 신당 전체가 불출마 선언을 할 수는 없고,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의 불출마 선언으로 그가 특검 정국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명분은 선다고 본다. 그리고 신당에 특검 투쟁의 구심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마땅한 인물도 떠오르지 않고,  대선 막판에서 보여준 정동영의 불의에 결연히 맞서는 모습으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동영은 대선 후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뒤에서 돕겠다."라고 했다가 바로 "큰 뜻을 이루려는 내 꿈은 쉼 없이 커질 것"이라고 의중을 말한 바 있다. 그가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필자는 그의 은퇴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김한길처럼 위장 은퇴를 하는 것을 원치도 않는다. 단, 정동영은 최소한 상당 기간 일선에서 물러서 있는 게 본인이나 신당을 위해 맞는 결정이고, 그가 특검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복귀의 타이밍도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신당이나 정동영 모두에게 괜찮아 보이는 방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