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몰랐던 일입니다. 그건 386입니다.
글 감사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고, 이 글을 읽는 것도 오늘 처음입니다. 일단 읽고 이야기합시다.
내가 대통령 노무현을 좋아하게 된 청와대 뒷얘기
- 리버타운
저는 99학번인데 올해 겨우 졸업을 합니다. 2000년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IMF 이래로 지속된 이자폭등으로 인해 실패했고, 빚에 시달리다 못해 2001년에 온 가족이 짐을 싸들고 OO로 몰래 도망을 갔습니다. 아버지는 심한 당뇨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정신까지 놓아버리셔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식당에 들어가 일했고, 저도 한동안 성인나이트 밴드에 들어가서 키보드를 연주하며 일했습니다. 재빨리 돈을 모아 어머니가 수선집을 할 가게라도 얻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실 수선집을 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자궁수술을 받아야 되어서….)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법원에 가서 상속포기신청을 해서 3억에 가까운 빚 문제를 종결지었습니다. 한 2년간 제가 상속포기를 한 사실을 모르는 여러 곳에서 고소장이 계속 날아와서 그걸 처리하느라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 후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와서 군 면제를 받게 되었고 직장을 구했습니다. 고졸인데다가 변변한 기술도 없어 월 80~110만 원 받는 계약직 같은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래서 구한 첫 일자리가 OO공항 검색요원이었습니다.
소속은 한 아웃소싱 업체였고, OO공항 내 화물청사에서 항공화물에 대해 보안검색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입니다.
보안검색이라는 업무를 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있는 한국공항공사에서 일주일간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특이한 법률을 알게 되었는데,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은 공항공사에서 직접 실시하고, 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은 항공사가 담당한다."
그리하여 저는 XX항공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 생각을 해보세요. 항공사 직원이 항공화물에 대한 보안검색을 담당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의 예상과 꼭 맞게도, 첫 출근 하는 날부터 XX항공 과장님은 검색요원들의 검색업무에 지나친 간섭을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하여 탑재금지를 시킨 화물을 제가 사무실에 들어간 사이 그냥 실어버리더군요. 하지만, 대들었다가 짤리기라도 하여 당장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게 되면 한동안 또 생활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비행기에 싣는 물품들이 거의 과일과 농산물 위주여서 찝찝하지만 참았습니다.
하지만, 과장님의 행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어느 날인가는 "그냥 실으라"며 지시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안 되겠다 싶어 나름대로 전투태세에 돌입합니다.
먼저 건교부 홈페이지를 찾아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답신을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난데없이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공항 내 경찰에서 제가 있는 사무실로 전화한 것이었습니다. "OOO씨죠? 왜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닙니까?"라며 저를 몰아세우시더군요. 하하……. 대한민국 경찰이 그랬습니다.
알아보니 당시 건교부장관이 인천공항공사 사장이었더군요.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제가 잘못 뛰어들었던 겁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행정자치부 홈페이지였습니다. 그곳 민원게시판에 비밀글로 글을 올렸습니다. 답신이 왔는데 매우 형식적인 "감사드린다."라는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으나 과장님이 이 사실을 알고 계시더군요. 헐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알릴 곳을 찾다가 총리실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잠시 물러나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치 중립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던 고건을 찾았던 겁니다. 이번에는 공항에 난리가 났습니다. 감사가 내려오고 과장님도 초 긴장하시고……. 그러나 더욱 어이가 없던 사실……. 감사를 하러 올 때 총리실에서 먼저 언질을 주고 내려온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제가 근무할 때 먼저 과장님이 저에게 "대답 잘해"라며 주의를 주시고……. 곧이어 감사팀이 오더니 형식적인 질문을 몇 개 하고는 가더군요.
그러던 중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왔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찾아 신문고에 그때까지의 정황을 올렸습니다. "대한민국의 보안체계가 이래서 되겠느냐?"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죠. 물론 어떻게 되나 보기 위해 비밀글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때 1년 계약이 만료되어 저는 다른 직장을 구해서 옮겨갔습니다. 이후의 소식은 같이 근무하던 형과 누나들에게 듣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예상외였습니다. 청와대 측은 저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해 칭찬과 따뜻한 말이 포함된 답신을 보냄은 물론이고 대구공항이 발칵 뒤집히는 사태를 벌여놓습니다. 과장님은 매일 매일 본사로 불려 올라가고 감사팀은 불시감사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매우 발 빠른 조치였고, 확실하게 사태를 마무리 짓더군요. 그 후 대구공항은 철저한 검색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한 4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또 모르죠. 이 일로 저는 과장님께 "고소하겠다."라는 협박도 당해야 했습니다. ㅎㅎ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청와대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되었고, 저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라던가 인터넷 보안문제 등의 안건으로 건의하면 1,000자가 넘는 상세한 답신이 옵니다. 제가 제시한 건의사항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과, 지금까지의 진행상황, 앞으로 어떻게 저의 의견을 수렴할지, 청와대는 어떤 방향으로 그 문제를 가지고 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더군요.
그리고 제가 어려웠던 기간동안 기초생활대상자가 되어 매월 60만 원의 생활비를 지급받았고 건강보험 면제, 각종 생필품 지급의 혜택을 받았고, 운전면허 학원도 공짜로 다녔지요.
김대중 정부 때 학자금 대출 신청을 했을 때는 부모님의 대출 건 때문에 아예 대출이 안 되었는데 참여정부 때는 부모님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제 개인의 신용으로 대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복학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죠. 사실 학자금 제도가 없었으면 앞길이 막막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저는 서서히 참여정부 마니아가 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서민 중에서도 극빈층에 있었고 아직도 남의 집에 얹혀살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이 서민을 위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참여정부의 서민을 위한 정책들의 진정성은 제가 뼛속 깊숙이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민경제'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서민경제가 파탄이 났다'며 자신들을 찍어달라고 핏대를 올리며 떠들어대는 한나라당과 그 앞잡이들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요즘 노무현 정부를 비난하고 또 비난하고 있습니다. 탄핵 사태가 수습된 이후 "이래서는 대통령을 못 해먹겠다."라고 했는데, 저도 노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이건 대통령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저는 언행이 대통령답지 못합니다……."
(중략)
이하 노무현이 씁니다.
-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일부를 잘랐습니다.
- 이 글에서 칭찬받을 일을 한 주역들은 아마 386이라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 386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하나 한 때는 너도나도 386이라 자처할 만큼 퍽 자랑스럽게 쓰이던 이름입니다. 그런데 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부터 모두가 기피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청와대에 들어와서 실세가 되어 권력을 농단하는 아마추어 철부지 개혁가들로 몰렸고, 한 편으로는 스스로 386이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의 실망스러운 처신으로 별로 다르지도 않으면서 잘난 척하는 얼치기 정치인으로 몰렸지요.
- 그러나 저는 아직도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들은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삐 풀린 권력의 발가벗은 모습을 보았고, 빼앗기고 짓밟히는 사람을 보았고, 숨죽이고 눈치를 보며 모멸감과 치욕을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비록 복잡하게 뒤엉긴 현실에서 많은 인간적 한계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들은 온몸으로 불의에 항거했고, 정의를 위하여 스스로의 미래를 내던졌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의 승리를 맛보았던 사람들입니다. 비록 완전하지 못해서 비판의 도마에 올라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민주주의와 도덕적 이상에 있어서 그 어떤 세대도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들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 참여정부 동안 노무현과 함께한 386들이 한 일은 저도 일일이 들추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능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할 수 없었을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있어서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그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 386은 특정인, 특정 집단의 이름일 수 없습니다. 그 시대의 아픔을 옴 몸으로 견디고 거부하고 투쟁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저는 386이라는 이름이 생긴 때부터 저 또한 386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저 때문에 386이 당한 수난에 대하여 미안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 이 글을 추천합니다.
여러분, 미안합니다. 여러분의 글에 일일이 의견을 달고 싶습니다만, 감당이 안 됩니다. 3월 11일 아침, 의견을 올려보려고 글 몇 개를 내려받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묻어 두었다가 이제 잠시 자투리 시간을 벌려서 글 하나를 추천합니다. 지금 시각은 17:00입니다.
'시민주권운동', 앞으로 제가 여러분에게 함께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은 운동입니다. 이 개념을 저보다 잘 설명한 글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시민주권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할 것입니다. '귀족권력', '시장권력',이라는 개념과 대비해서 생각해 보면, 개념이 좀 더 명료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권력'과 '시민주권'은 다른 개념입니다. 이후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장차의 토론을 위하여 우선 아래의 글을 한 번 읽어보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빠른 시간 안에 토론이 가능한 사이트를 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주권운동 - 이념
- 다불어
노무현 대통령이 이임하신지도 언 보름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일이 벌어졌고 그분의 인기나 지지도는 식을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기이한 현상을 두고 혹자는 온라인 대통령 노무현, 오프라인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인터넷이 오프라인보다 더 친숙해서 오프라인 대통령보다 온라인 대통령이 더 친숙하지요.
저는 그분의 사진만 봐도 울컥합니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죠.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고 새로운 인물과 정책을 볼 때마다 울분과 아쉬움이 더해 갑니다, 만일 그분이 계속 계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을 하면 울컥하는 마음이 더 해집니다. 일단 지나간 것은 접어 두고 그분이 제기하신 시민주권운동을 이념적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시민주권운동이라는 용어는 세 가지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첫째, 시민입니다. 시민이 누구입니까.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유일무이 존재가 시민입니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시민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국가입니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서 법을 만들고 납세를 하고 국방을 담당하지요. 그래서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입니다. 시민의 존재를 빼고 시민사회 즉 국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둘째, 주권입니다. 주권이 뭐입니까. 주권은 주인의 권리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은 주권자가 만든 겁니다. 주권은 시민으로부터 나오고 시민에 의해서 행사되고 변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의 모든 권능은 주권에서 나오고 주권이 없는 권능은 부정될 수 있는 권능입니다. 주권은 인간의 천부인권처럼 민주적으로 합의된 시민의 권리입니다. 주권은 시민의 제일 종속변수입니다.
셋째, 운동입니다. 운동은 사물과 현상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운동은 새로운 것을 향하는 움직이며 항상 정반합의 원리에 따라 끊임없이 사물과 현상을 변화시킵니다. 물리적 운동은 목적의식 없이도 일어날 수 있지만 사회운동은 합목적인 움직입니다. 즉 가치를 가진 다수의 움직임이 사회운동입니다. 사회운동은 가치를 지향합니다. 보수적 가치의 운동도 있고 진보적 가치의 운동도 있습니다. 그것은 모인 다수들의 가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민주권운동은 시민들이 모여 주권을 되찾는 운동입니다. 시민은 항상 올바른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시민주권운동은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운동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시민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입니다. 이를 막는 세력은 보수 내지 수구적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하신 시민주권운동은 그래서 진보적 가치, 특히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들이 주인의 권리를 찾는 합목적적인 움직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지향하는 모든 시민들은 시민주권운동의 주체이고 당신과 나는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입니다. 시민주권운동의 이념은 진보이고 특히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우리들의 진정한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