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회사가 망하는 대는 공식이 있다. 갑자기 매출액이 줄면 매달 발행한 어음 막기가 쉽지 않아진다. 어음을 못 막는다는 것은 회사의 부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회사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어음을 막아야 한다.
이때 나타나는 회사의 대응은 덤핑 수주다. 이윤이 남든 말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수주를 하여 자금의 회전이 원활해져야 매달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덤핑 수주도 한계가 있다. 덤핑으로 인하여 매달 적자폭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음을 지속적으로 막으려면 매달 수주의 양이 점점 더 많아야 한다.
원래 돌아올 어음발행액에 덤핑으로 인한 적자폭 보존까지. 이러한 덤핑 수주 상황이 항구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아무리 덤핑을 해도 수주할 수 있는 양은 기하급수적이 아니라 산술급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다.
덤핑 수주가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양질의 수주가 덤핑 수주한 액수만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난다.
잘 나가던 국가 경제도 망하는 대는 공식이 있다. 국가가 급작스럽게 어려워져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른다. 갑자기 경제가 침체하면 국가는 경제 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첫 번째 방식은 허리띠를 죄는 방법, 긴축 정책을 펴고 금리를 고정 시키고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중에 돈을 풀지 않는다. 두 번째 방식은 첫 번째와 반대다.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고 금리를 내리고 국가가 돈을 푼다. 이것을 인위적 경기부양이라고 하는 데 위축된 경제를 국가가 나서 돈을 풀면서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식은 경제 성장율의 둔화와 경기가 침체하긴 하지만 국가가 부도나진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 삶은 상당히 힘들어지며 국민의 불만이 일어나게 된다.
두 번째 방식은 나라 망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돈을 풀면 당장은 풀린 돈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보이게 된다. 한반도 대운하 같은 대표적인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적어도 돈이 풀리는 5년간은 표면적으로 경기가 상승기류를 이룬다.
대운하 건설로 풀리는 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운하를 축으로 한 운하 구간 구간의 건설 및 개발로 인한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즉 대운하 건설은 운하권 개발의 밑밥 혹은 종자돈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풀리니 당연히 소비가 증대하고 소비의 증대는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대운하를 축으로 한 경제 활성화는 기업으로 치면 일종의 덤핑 수주와 같은 이치다. 당장은 어음 막기를 위해(국가 경제의 위축) 돈을 풀지만 여타 경제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단위 사업에 막대한 돈을 풀어봐야 그 돈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고 따라서 국가가 푸는 돈 플러스 민간에서 푸는 돈이 합쳐지고 일반인, 투기꾼들의 돈이 합쳐져야 한다.
이 막대한 돈이 투입된 결과물은 5년 후에 나타난다. 한강과 낙동강을 잊는 운하가 만들어졌을 것이고 내륙항 주변에 아파트와 상가 건물 오피스텔, 러브호텔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국가, 민간에서 수백조 원에 가까운 돈이 운하 및 운하 주변에 투입됐다면 그 5년간은 분명히 경기 활성화된다. 여기에 혁신도시, 행정수도 이전까지 더해져서 말이다.
그런데 그다음은? 일단 정부는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운하의 건설사 이익 보존을 위해 매년 수조 원의 세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운하 짓는 조건으로 땅 받아 지은 아파트와 상가가 분양되지 않아 거기에 돈 투입한 건설사나 일반인 투기꾼들의 돈 잠김이 일어난다.
또한, 융자로 아파트나 상가를 산 입주자들, 상가나 식당, 러브호텔에 투자한 사람들도 장사가 안돼 역시 돈이 잠길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나. 현금 유동성이 전국적으로 약화되어 신용 경색이 일어난다.
신용 경색이 일어나면 더더욱 시중에 돈이 안 돌아 대출받아 땅, 집, 아파트 산 사람들이 은행 이자를 연체하게 된다. 엄청난 돈 들인 아파트가 분양 안 되면 건설사는 부도난다. 하나 부도나면 줄줄이 사탕이다. 그러면 국가 신용 경색이 일어나고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자금을 빼간다. 그럼 결국 국가 부도다.
덤핑 수주나 인위적 경기부양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는 조그마한 기업이라도 경영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대운하를 빗대어 글을 썼지만,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이 가져오는 피해는 우리들의 상상 이상이다.
강만수 장관이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는데 그 금액이 3조던가? 그런데 그 3조 풀어봐야 거대해진 한국 경제에선 코끼리 비스킷이다. 3조라는 돈,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기 부양한 표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몇조 단위의 경기 부양보다는 스케일 크게 한반도 대운하라는 엄청난 경기 부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조바심에 인위적 경기부양과 같은 독배를 마시는 것은 어음 막아야 한다고 덤핑 수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번엔 3조, 다음엔 5조, 그다음엔 10조, 경기 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은 시간적으론 짧아지며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망할 바에야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기 안정에 전력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 아닐까? 아무런 대책 없이 인위적 경기부양만 호시탐탐 노리는 정부에게 내 말이 통할 리 없겠지만 당장 국민에게 잘 보이려고 결국 나라 말아먹을 정책을 쓸 바에야 차라리 경기 하강을 인정하고 금년 한 해는 경기 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펴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부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부다. 개가 짖건 말건 자긴 할 거 하겠다, 라는 논리가 이 정부에 가득하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부, 이것도 소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독선이자 아집일 뿐이다.
난 정말 이 정부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혹시나 하여 동아일보에서 "미국산 쇠고기"로 검색을 했는데 4월21일 단 하루만 기사가 나오더라. 정부는 독선으로 나가고 언론은 정부 옹호에 급급하고, 비판적인 기사는 아예 기사화 안 하고. 보도를 접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영문도 모르고,
인터넷에서만 난리가 난 이 상황이 금년 한해 지속 된다면, 나는 한국 이란 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어진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백성은 우매하다고 하지만 우매한 죗값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이 상황에서도 이명박 잘한다고 칭찬하는 50~70대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난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어르신들은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라나는 애들은 도대체 어쩌라구요, 살아야 할 날이 수십 년이나 남았는데요."
ⓒ 김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