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삽질 좀 작작해라. 논객 밥줄 끊어지겠다!

순수한 남자 2008. 5. 4. 14:02
삽질 좀 작작해라. 논객 밥줄 끊어지겠다!
번호 87482  글쓴이 torreypine (torreypines)  조회 2835  누리 1099 (1111/12)  등록일 2008-5-3 21:17 대문 42 추천


서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된 지난 구정날 독고탁님한테서 메일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객원필진 대우를 해 주겠으니 사양 말았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허걱!" 

우리말로 글 써본 지 20여 년 만에 다시 쓰면서 '읍니다', '읍니다' 한 게 1년도 안 됐는데 객원필진이라니 제 반응이 안 그랬겠습니까? 몇 달 글은 열심히 썼고, 그중 하나는 청와대브리핑에까지 올랐으니 좀 튀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아서 구구절절이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제가 객원필진의 이름값을 못 하면 즉시 짤리는 조건으로 수락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언제부터인가 객원필진 배너의 맨 아래에 'Torreypine의 2MB 꼬집기'가 따라붙었죠. 논객 타이틀이 시험을 쳐서 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논객이 됐는지 몰라도 이 정도면 논객 말석에라도 끼어 앉아도 되는 거 맞죠?

그래도 별로 한 것도 없이 닉이 객원필진으로 올라가 있는 게 부담스러워서 언젠가는 '오해'(이런 데에 그 용어를 써보니 편리하네요.)도 풀 겸, 경위를 한번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Who cares?" 하시는 분들께는 제가 오버한 거니 용서하십시오.

서론이 너무 길어졌긴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오늘 글 제목이 그렇다 보니 제가 제 자신을 논객으로 만들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어쨌든 글만 써 올리면 철자법 틀렸다고 구박받아가며 힘들게 딴 타이틀인데 논객 행세 몇 개월 만에 짤리게 생겼습니다. 광우병 소고기로 나라가 통째로 뒤집혀진 느낌인데 논객이라는 주제에 쓸 글이 없는 겁니다.

이메가는 후보시절부터 굳이 논객뿐 아니고 글쓰기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수량 좋은 샘물처럼 글 쓸 소재를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환상적인 인물이죠. 말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그리고 빤히 들여다보이는 머릿속이 모두 대박 거리니까요.

제가 객원필진 배너를 '2MB 꼬집기'로 한 이유도 그런 제목이면 앞으로 5년은 바꾸지 않고 충분히 우려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메가는 하나도 변한 게 없고, 저도 갑자기 말문이 막힌 게 아닌데 쓸 글이 없는 겁니다. 이메가가 미국방문을 마치고 태평양을 건너고 있을 때 쓴 '캠프 데이비드의 하룻밤과 바꾼 국민건강' 이후로 2주째 글을 못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거라도 써놓기 천만다행이긴 하지만요. 아니면 독고탁님한테 벌써 짤렸을 겁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지만, 논객도 아닌 사람들이 논객이 해야 할 소리를 먼저 다 써 버리니 논객 체면에 뒤늦게 베껴 쓸 수도 없고 그냥 감탄사만 연발하며 논객업 쉬고 있었습니다.

그 '논객도 아닌 사람들' 이라는 게 평소 글 쓰던 네티즌뿐 아니고 중고등학생에 초등학생들까지 동참했으니,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린 학생들과 경쟁하는 모습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학생들뿐만 아니죠. 평소에 사회문제에 관심 없다가, 때 되면 한 번씩 얼굴 내밀어 욕먹는 게 일인 줄 알았던 연예인들까지 웬일입니까? 그중에서도 제일 악질은 이동욱이란 탤런트인데, 이자는 글 자체가 아예 논객을 찜 쪄 먹습니다.

꼭대기까지 차오른 울화통이 미친 소고기를 기화로 한꺼번에 폭발하는 건 알았는데 논객 생각도 좀 해줘야죠. 논객의 위기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런데 불행 중 천만다행인 건 그 위기가 논객에게만 닥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터넷 논객이야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니 그래도 좀 낫죠. 언론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건지 보통 걱정이 아닙니다.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합의서 전문이 올라오면 바로 번역되어서 다시 올라옵니다. 어정쩡하게 있다가 네티즌에게 추월당한 언론은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뒤져서 정리만 해도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에는 어느 때보다도 더 일이 쉬워진 것도 사실이죠.

조중동은 패닉수준입니다. 까놓고 이메가를 도와주자니 사방에서 얻어터지죠. 게다가 과거에 반대 논조로 섰던 기사, 사설이 까발려지죠. 이거 정말 보통사람은 못 해먹을 짓이죠.

이번에 MBC와 조중동간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MBC와 이메가 정권의 위상에도요. MBC가 작심하고 달려들죠? 죽지 않으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누구도 손볼 수 없을 정도의 거물이 되면 이메가도 못 건드리니까요. 정몽준 동영상 때 이젠 끝났구나 했었는데 엄기영이 제글을 읽어 봤나 봅니다.ㅎㅎ

패닉 상태에 있는 건 조중동만은 아니죠.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자업자득이긴 해도 꼴이 말이 아니죠.

그래도 그렇지 이메가가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습니다. 위로부터 시작해서 워낙에 당장 보여주는 거 외에는 생각이 없는 정권 아닙니까. 초장의 경제 관련 무리수로 한두 해 있다가 크게 터질 거라고 어느 글에다 쓴 기억이 있는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네요. 덕분에 본 논객은 크게 헛다리를 짚은 거죠.

논객이 자질이 떨어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메가 정권의 초능력 때문인지… 상식을 벗어나도 정도껏 해야지 정말 논객 해먹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메가야 제발 부탁 좀 하나 하자. 삽질 좀 작작해라. 몇 달 해먹지도 못한 논객 밥줄 끊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