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입만 열면 '비즈니스 프렌드리'다. 굳이 한국어로 바꾸자면 사업친화적인데 정작 그가 해온 일을 보면 그 말의 뜻도 모르는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만 봐도 그렇다.
수입협정문을 보면 비즈니스의 기본도 안 되어 있다. 비즈니스는 거래이다, 주고받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이번 협정의 관계는 소비자와 생산 또는 판매자와의 관계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생산자가 판매자의 요구와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온갖 짓을 다 한다. 쇼를 하라면 쇼를 할 것이고 아양을 요구하면 아양도 다 떤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천만에다. 미국사람들과 비즈니스 해보시라. 그들은 애초부터 간도 배알도 없는 동물로 보인다. 물론, 사인이 끝나거나 거래관계가 망가진 다음에는 돌변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 협정문에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애초부터 거꾸로다. 소비자의 권리는 간데없다. 판매자의 이익에만 맞춘 기본상식에도 어긋난 협정을 해놓고, 거기에 국민들이 분노하자, 구걸하다시피 해서 추가 서한을 받았다고 좋아라 하는, 이런 비즈니스 마인드도 있나 싶다.
어떤 모자란 사람이 100원짜리 물건을 1,000원에 사왔다. 그것을 본 옆 사람이, 한심해서 다시 무르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해주었다. 그러자 이 사람 100원 깎인 900원으로 사오고는 좋다고 한다. 이런 사람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뭐라 부르나. 답은 생략하겠다.
일방적으로 손해인 협상서류에 사인하는 경우가 있다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이면계약으로 뒷돈이나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주종관계, 즉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강제로 사인하게 만드는 경우밖에 없다. 막말로 뒷구멍으로 뭘 받아 처먹었거나 아니면 주인과 종 또는 노예 관계일 뿐이다.
어제의 이명박 대통령 담화문에서도 과거 10년의 탓으로 돌리는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미관계를 협상의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관계 즉, 공정함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표준관계까지 올려놓았다. 그런 표준마저 망가뜨린, 국제사회가 비웃을 엉터리 협상을 해놓고는 한미관계의 복원이라고 외치고 있다.
위험금지부위(SRM)에 대한 수정도 그렇다. 구걸하다시피 해서 추가 서한으로 받은 것인데, 그의 담화내용에 의하면 괴담을 근거로 해서 추가 서한을 받아온 셈이다. 애초의 협정문이 괴담인지, 추가 서한이 괴담인지, 담화가 괴담인지 헛갈린다.
그리고 담화문 중에,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점을 문서로 보장받았습니다."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그런데 협정문은 물론이고 추가 서한 어디에도 '미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와 똑같다'는 내용은 없다. 그가 꿈에서 보았는지 기도 중에 계시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비슷한 표현조차 없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일국의 대통령이 꿈이나 기도응답으로 국정을 하겠나. 그렇다면, 이 수수께끼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비즈니스 세계로 풀어보자.
어느 회사에 사장이 있고 부하직원이 있다. 부하직원이 올리는 서류에, 어이 이상 없지 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서류 작성한 부하직원은, '아, 네, 사장님 문제가 있는 서류입니다.' 하겠는가, 당연히 '문제없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사장은 도장을 찍는다.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다시 말해, 이번 협정문과 추가 서한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결론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바지사장이거나 한글이 까막눈인 사장이 둘 중의 하나다. 그렇지 않고는 도무지 해석이 안 된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 이야기에 이어 FTA비준을 강조하고 있다. 은근슬쩍 쇠고기 협상과 FTA를 연계하고 있다. 만일 그렇게 믿고 있다면, 매우 순진하신 것이다. 비즈니스가 그 정도 수준이라면 초자, 영어로는 비기너, 일본말로는 시로도 이다. 쇠고기 협정문에 FTA 연계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단순히 립서비스에 넋이 나가 도장을 찍어 주었다면 그는 비즈니스 운운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부시 정부는 레임덕이다. 레임덕과 얼리덕의 협정이라, 그 협정 제대로 될까. 미국은 온 나라가 대통령 선거에 정신 팔려 있다. 지지도가 역대 최저인 부시 정부는 끝물에 하나라도 성과로 남기려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또한, 의회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인기도 없고 잘못했다가는 책임을 뒤집어쓸 사안인 FTA를 민주당이 나서서 할 리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국회에서 서둘러서 추인한다고 해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의 FTA협정으로 순서가 밀려서 한미 FTA는 내년 후반기에나 토론이 시작될 것이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미 의회의 누가 감히 미 대통령 선거 전 의회승인을 장담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 사회라면 립서비스도 함부로 못해줄 상황이다. 바라건대, 당신이 하는 비즈니스라는 말, 비즈니스맨들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고 모욕이니 제발 그만 하길 바란다.
끝으로, 그는 나라의 CEO를 자처하고 있다. CEO의 미덕이 있다면, 그 자리가 잘못된 자리,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으면 일찍 내려오는 것이 맞다. 그것이 자신에게 물론이고 지켜보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