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그 순수한 저열함...

순수한 남자 2008. 5. 23. 16:56
그 순수한 저열함...
번호 100305  글쓴이 강남 아줌마  조회 3500  누리 1637 (1637/0)  등록일 2008-5-23 11:46 대문 92 추천


지금은 서로 바빠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중딩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다.

머리도 좋지만 악착같은 성격으로 항상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았고,
놀 때는 빗자루를 기타 삼아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를 신나게 외치던 밝은 친구다.

언제나 즐거운 그 친구가
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사실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밥걱정, 학비 걱정하지 않고 살았던 나는
밥을 굶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이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방학 때면 늦은 아침에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늦잠 자는 나를 깨우는데
아침 겸 점심으로 차려오는 밥상을 같이 먹자… 고 하면
아직 밥 안 먹은 사람이 어디 있냐며 거절을 해서
그러려니… 하고 혼자서 먹었다.

우연히 그 친구가 세끼 중 한 끼는 굶는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는
혼자 먹으면 밥맛 없다며 무조건 숟가락을 쥐여주었다.

그 친구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고,
차마 아는 척할 수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 식량 원조에 관한 기사를 보고
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거창하게 대북관계니, 인도적 지원이니… 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우위에 선 쪽의 화법으로선 가장 저열하다.

석 달 동안 그의 인간성이 얼마나 비열한지 파악했다… 생각했는데
나는 그 비열함이
오랫동안 사기업에서 야심 많은 인간의 성공을 위한 방편에다가
무식함과 개인적인 욕심이 합쳐져 굳어진 걸로 생각했다,

…… 도와줄 것은 도와준다. 부시에게도 도와주라고 했다.
북한이 조금만 열면 잘할 텐데 비난을 한다.
그걸 고치라는 것이다.
비난하고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
고맙다는 마음이 있어야 발전한다.
개방만 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배로 올려준다……

초딩도 할 수 없는 주옥같은 말씀이다.

가끔 장애우 친구를 도와주는 어린 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대면,
'친구가 돼서 좋아요. 도움이 되어 저도 기뻐요.
몸은 불편하지만 착하고 좋은 친구예요'라고 말한다.
어딘가에 기부를 하고 후원을 하는 사람들은,
내 작은 도움이 조그만 희망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라고 한다.
그들이 위선적인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원조는
단순히 같은 민족에 대한 동정심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고,
국제적인 역학 관계에서도 우위에 서는 길이기도 하다.

서로 뻔히 아는 그런 역학관계를
거지에게 동냥하듯…
아니 거지도 이런 식이면
찬밥 담긴 깡통 상대방 얼굴에 던지고,
침 뱉으며 돌아설 것이다.

아들 입학 선물로 뭐 하나 사주겠다고 해도 끝내 거절하는
경우 바르고 깔끔하지만
한번 화났다 하면 입이 거친 내 친구에게

'고맙지? 넌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게 문제야.
그런 마음만 있으면 니 아들 등록금 한번 내줄 텐데,
친구들한테도 너 도와주라고 내가 다 말해뒀어.'라고 한다면

'야 이 X 아 어디서 돈 자랑 하고 있어.
당장 굶어 죽어도 니 도움 안 받아.
죽기 전에 내 눈앞에서 꺼져…' 할 것이다. 틀림없이…

그는 인간으로서 기본 소양 내지는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순수하게 베풀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남의 돈으로라도 베풀어주면 감사를 받는 게 당연하고,
물질적으로 감사받을 때 보람을 느낄 그런 사람이다.

하는 꼴 봐서는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 국민의 강한 저항으로 문제가 되는 정책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경제가 살아나 다들 성군이다 라고 찬양할지라도
보수니, 진보니 정치적인 노선을 떠나서
그 저급한 인간성의 바닥을 본 나는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다.

작은 바늘구멍으로 전체를 보는 느낌…
설사 그동안 모든 정책을 잘 해왔더라도
나는 이 기사 하나로 그의 모든 것을 판단했을 것이다.

갈등도 망설임도 섞이지 않는 순도 100%…

저열하고 비열하고 야비하고
아주 질이 나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