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돌아온 MB에게 참모 하나가 보고를 잘못 올려서 엄청나게 깨진 모양이다. 촛불집회에 1만 명 모였다고 하니까 신문에 나온 뻔한 정보 말고 초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 누가 주도했는지를 알아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이 무능하다는 사실은 훨씬 이전부터 다른 사람이 아닌 MB에 의해 증명된 명제이다. MB가 당선자 시절 친히 나서서 전봇대를 뽑은 것을 방방곡곡 자랑한 그 시점부터 MB는 다재다능, 전지전능 유능한 지도자로 스스로를 자리 매김 했고, 그를 보좌하는 모든 인간들-특히 공무원들-은 MB에 의해 뭣도 모르고 눈치나 보며 세금이나 축내는 무능한 등신으로 찍혀 버렸다. 일산의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 때 MB가 일선 경찰서에서 방방 뜨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명제는 재차 확인된 바이다.
MB가 인식하는 세계관, 대한민국관은 이렇게 요약되는 거다. MB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매우 유능하고 도덕적인 지도자인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여 오해를 받고 있는 억울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무능한 보좌진들에 의해 악화된다. 그래서 MB는 이번 주에 만만한 몇 놈 잡아다가 목을 치는 이벤트 쇼를 선보이면 국민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고, 무능한 보좌진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자신에 대한 충성의 도를 가일층 드높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이 가련해서 MB에게 훈수를 둔다. MB의 참모진들은 MB가 시키는 일 이상은 절대로 하지 못한다. 따라서 MB는 촛불집회와 관련해서 참모들에게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오더를 때려야 한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1. 초를 누구 돈으로 샀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기본이다. 그 외 시위참가자들이 먹고 마시는 물과 간식류, 시위현장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를 누가 얼마만큼 지불했는지를 알아낼 것. 여기서 이들이 소비한 음식에 미국산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 이들의 시위는 반미시위로 결론 내릴 수 있다.
2. 1만 명 정도라는 모호한 수치 말고 시간대별, 장소별 시위참가자 숫자를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 계산해서 보고할 것. (여기서 소수점의 의미는 중간에 오고 가는 사람들을 시간 단위로 나누어서 발생하는 것임.)
3. 시위의 효과적 원천봉쇄를 위해서 시위참가자 전원의 교통편 이용 실태를 조사할 것. - 요즘 카드로 버스나 택시 지하철 요금 결제하니까 열심히 후벼 파면 가능한 작업이다. 조직원들의 본거지 파악에 필수적이다.
4. 배후세력 색출을 위해 위에서 조사된 결과를 토대로 각 조직의 계보와 집회참가에 기여한 정도 및 역할 분담 시나리오 및 구체적 행위를 시간대별, 분 단위로 조사해서 보고할 것. (예: A 조직의 조직원 아무개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모월 모일 몇 시에 어디에 도착하여 상부 지령에 따라 몇 분경 촛불을 1회 거양 후 2분 30초 후 상부의 지령에 따라 구호 1회 복창. 이어서 1시간 20분 후 상부의 지령에 따라 사전 지정된 B 코스를 따라 청와대로 이동했다는 식으로…….)
사태의 긴박성을 감안하여 위의 자료들은 24시간 내에 MB에게 보고되어야 한다. 그렇게 못 하면 해당 책임자를 무조건 삭탈관직, 위리안치 시켜서 조직의 영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무도 그렇게 못 하면 유능하고 다재다능한 MB 본인이 스스로 위의 사항을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려주면 소통에 약간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불량 저질 머슴 MB의 계약 위반
오늘날 파국의 단초가 된 2007년 12월. 대한민국 주권자들과 불량 저질 머슴 MB는 계약을 하나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간단했다.
"MB는 대통령에 당첨된 대가로 경제를 살려라."
"경제를 살린다."는 말의 구체적 의미를 '관습헌법'적 시각으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1. 내가 산 아파트 값은 무조건 올라야 하며 종부세 대상에서 무조건 열외일 것.
2. 내가 산 주식은 무조건 상한가를 쳐야 함. (그외 주가가 바닥을 치는 것은 무관함)
3. 내 자식새끼들은 무조건 자사고와 특목고를 거쳐 일류대학과 일류기업으로 가야 함.
4. 3의 실현을 위해 교육시장에서의 돈 지랄을 전면 허용할 것.
5. 일자리를 늘려서 나만 취직이 되어야 함.
6.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악성투기, 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 - 이 명제를 공식 라이센스화 해줄 것.
계약 개시일로부터 백일이 지났다. 계약은 이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 누구에게? 대한민국 상위 1%에게. 하지만, 그를 찍었던 인간들 중 대한민국 상위 1%가 아닌 사람들은 계약위반이라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니들은 멍청했다. 계약서 이면을 잘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몰랐는가? MB의 주전공 과목 중 하나가 “이면 계약”이라는 사실을. 몰랐는가? 당신들이 MB와 맺은 계약은 백일몽(白日夢)에 불과한 휴지조각이라는 진실을.
아무튼, 경제를 살리라고 대통령 당첨시켜 놓았더니 영어 몰입화 교육을 들고 나오면서 고소영, 강부자 패거리에게 완장을 채워놓는다. 그러면서 운하를 후벼 판다고 하고 미친 소 쇠고기를 닥치고 처먹으라고 쌩떼거리를 부린다. MB의 논리대로라면 이 모든 것이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지랄인가 보다.
택시를 전세 냈다. 서울 한복판에서 운전기사에게 부산으로 가자고 했다. 알았다며 기사는 빨리 모시겠다면서 초장부터 대차게 액셀을 밟는다. 시속 200KM. 그런데 창밖을 보니 택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어이, 기사 양반 부산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야 하는 거 아니요?"
"지금 시속 200Km로 달리는 거 안 보여요? 자꾸 말 시키면 사고 나니까 입 닥치고 계세요."
"아니, 내 말은 왜 부산을 가는데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냐니까?"
"이거 아무나 200Km 밟는 게 아니지. 나 같은 프로니까 가능한 거요. 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왜 이리 말이 많아요? "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로 가는 게 제일 빠르다구요."
"최선을 다해서 빨리 모시려고 초고속 과속운전하는데 왜 이리 자꾸 시비야!! 너 죽을래?"
계약 위반자 MB는 자아도취 중이다. 어렵고 힘겹게 고속도로를 200Km로 달리고 있는 고독한 레이서…… 오로지 그 모습 자체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그의 뇌리를 지배하는 의식수준으로는 승객의 불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백일몽(白日夢)에서 깨어나고 있건만 단 한 사람만이 꿈에서 벗어나길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는 거다. 아니, 깨어나면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기에 그저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망상과 착각으로 점철된 백일몽을 천년만년 이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게 보다 진실에 가까운 모습이리라.
지금의 시점. 국민적 분노는 이미 맹목적 증오로 악화되는 중이다. 그러나 증오의 구체적이고 궁극적인 대상은 공권력으로 수백 겹 보호막에 쌓여 있다. 해소될 수 없는 맹목적 증오가 사회적으로 축적되면 종극에 이르러 이상 성격자의 증오범죄로 터져 나오고 만다. 한 인간의 아집과 독선에 의해 불특정 다수가 증오범죄에 노출되는 악몽 같은 상황이 현실화된다는 거다.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한 또 다른 사회적 폐악이다. 나의 의지나 동의와 무관하게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권력의 강요에 의해 치명적 질병의 원인이 되는 먹거리를 무차별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상황. 충분히 증오범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쇠고기 문제를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다. 백일몽에서 깨어난 국민들이 현실과 MB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터져 나오는 지극히 생리적이고 자연적인 반응일 뿐이다. 따라서 생리적이고 자연적인 처신만이 이 파국을 수습할 수 있다. 모두가 아는 답인데 백일몽을 깨지 못하는 단 한 사람만이 답을 모른다.
사족) 백일몽(白日夢) - 대낮에 꿈을 꾼다는 뜻으로, 실현될 수 없는 헛된 공상을 이르는 말이지만 글 제목의 백일몽은 동음으로 장난을 쳐서 "백일 동안의 꿈"으로 한자를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