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천의 아리랑

순수한 남자 2008. 8. 12. 23:31
고시철회 2008-08-12 23:27:57 / 읽음: 6 / 추천: 0
최현진의 '아날로그 카페'

천의 아리랑

                                  김승희

1가슴속의 피아노

 

누구나 한 번은 떨어지고 싶어 한강으로 간다.

가슴에 피아노 한대를 질질 끌고

한강 다리를 취중 횡단

, 이 미친년아, 너 죽고 싶어?

흠뻑 쌍욕을 먹어본 적이  있다.

죽고 싶으면 저나 혼자….. 환장….

뒤통수에 따라오는 빛나는 쌍욕의 훈장을 끌고 강가에 서면

 

 

 

그런 떨어지는 것들이 모여 강물이 숨을 쉰다.

이렇게 많은 피아노들이 한강에 떨어졌는가.

달을 주렁주렁 매달고 미친 피아노들이 숨을 쉰다.

강물은 숨결,숨결은 이야기, 누군가의 숨결, 산맥의 이야기.

오늘 밤에도 누군가

한강 물 속에서 녹슬고 부서진 벅찬 피아노의 탄식을 듣는다.

 

 

사랑이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나의 가슴 안에 있는 아리랑이

너의 가슴 안에 있는 아리랑을 알아보는 것이다,

1890년대 후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네 번의 조선 여행

중에 알아보았다

조선 백성들의 존재 이유는

오직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들에게 피를 공급하는 것뿐이라고.

아리랑이 있었고 아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요

서로 가시를 내밀어 부비며 쑤시며 마구 찔렀어도

다만 흘러 내리는 피가 더웠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너의 가슴 안에 있는 아리랑이

나의 가슴 안에 있는 아리랑을 만났을 때

모든 피아노에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있듯

생소하지 않아서, 혈연처럼 참회처럼

온갖 독극물과 피와 쥐약과 정액에 시체 방부제까지 섞인

더러운 한강 물 속으로 뛰어들려다가

잠시 멈춰

네 가슴의 녹슨 피아노를 손으로 어루만지듯

미친 아리랑을 피아간에 아득하게 들어주는 것이다.

 

 

*짧은 해석::아리랑은 배신당한 심장을 다독이는 노래이며, 사랑의 고통까지 삼켜버린

          체념의 노래다 .벼리고 벼린 칼날의 부드러움,설움과 상처를 거쳐 치유로 되돌아 오는 노래다 오랜 세월 각자의 음율로 끝없이 변주 되었지만 하나의 노래로 스며드는 천의 여인들의 노래다.피아노는 강물로 가라 앉으면 아무 소리도 낼 수없다.

          하지만 피아노는 그런 상실을 이겨내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구 손꾸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