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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한미FTA 양보론을 보는 미국식 시각

순수한 남자 2009. 3. 17. 13:02

선제적 한미FTA 양보론을 보는 미국식 시각
2009.03.17 07:43 | Crete | 조회 195 | 추천 19 | 반대0 |
따끈따끈한 내용은 아닙니다. 지난 주, 그러니까 3/12에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의 한미FTA관련 몇몇 발언을 경향신문이 조금 선정적으로 기사(출처)를 낸 것이죠. 결론부분에

'미국 측에서 나오고 있는 한·미 FTA 재협상을 피하기 위해 쇠고기나 자동차 문제에서의 선제적 ‘양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라고 말이죠. 인용한 발언을 읽어 보면 황진하 의원의 발언이 과연 선제적 양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냐는 조금 고개가 꺄우뚱거려지지만, 아마도 현재 이명박 정부 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미 FTA를 조속한 시일내에 관철시키기 위해 '선제적 양보'까지 고려하고 있을 거라는 짐작은 충분히 들기는 합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오바마 정부에서 계속해서 한미FTA에 뜨뜬미지근한 발언이 나오거나 아예 재협상해야 한다는 발언이 주요 인사들로부터 나오니,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선 X끝이 타기 시작한거죠. 그러니 이미 작년에 풀어준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에 덧붙여서 아예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도 추가로 풀어주고 자동차 시장 개방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서(-.-;;) 선제적으로 풀어주면.... 그러면 미국이 좀 감동도 하지 않을까?  뭐... 대충 그런 스토리같습니다.

한국식으로 보자면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이죠. 지금 미국도 경제가 어렵고 미정부도 디트로이트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통채로 넘어가네 마네 하는 판에 한국에서 선제적으로 미국 당국자들 귀에 솔깃할 제안들을 알아서 (^_^) 제시하면, 미국측으로부터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ㅎㅎㅎㅎ

사실 미국에 산지 10년이 훌쩍 넘으면서 미국 사람들의 사고방식중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면들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감동시킬 '선제적 양보'에 대한 시각인데 말이죠.... 복잡한 얘기말고 그냥 간단한 사례 하나를 들어서 설명을 드리죠.

요즘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은 인터넷, 케이블 티비, 디지탈 전화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회사중에 가장 큰 회사가 타임 워너 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면 가격표 밑에 작은 글씨로 몇개월 동안만 이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표시가 있습니다.

뭔 소린고 하면, 처음에 다른 회사 서비스를 쓰는 고객을 끌어 오기 위해서 첫 몇달만 저런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6개월이던 12개월이던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원래 가격(-.-;;)으로 되돌린다는 말이죠.

그럼 몇 달 후부터 다시 인상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아야 되느냐? 하면.... 이때부터 미국식의 골때리는 사고방식이 나오는데....

몇 달 후 요금청구서에 예전보다 몇십달러나 더 붙은 액수가 찍혀서 날라오면, 고객상담실로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요즘 광고하는 할인가격으로 계속 서비스를 받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하면... 100명 중에 99명의 고객상담실 직원은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열 받아서 고객상담실 매니저를 바꾸라고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전화를 고객상담실로 하지 마시고, 서비스 해지 담당자에게 처음부터 하시면.... 이야기의 진행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즉 담당 직원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우리 타임 워너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이유가 뭔지 얘기해 줄 수 있겠느냐?"

그럼... 무덤덤한 목소리로 "지난 기간에는 할인 혜택을 준다고 하길래 서비스를 받았는데 이번 달부터 다시 원래 가격대로 받는다길래 예전 회사로 돌아가려고 한다."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듣게 되죠.

"그럼 지금 홍보중인 할인 가격을 너희 집에 그대로 적용시켜 주겠다. 그리고 지난달 요금 청구서에 찍힌 원래 가격도 할인 가격과 차액을 계산해서 다음달 요금에서 빼 주겠다. 그냥 우리 회사 서비스 계속 받아라."

그럼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으면 됩니다. 당연히 다음달 요금 청구서에는 '할인가격 - 지난달 추가 요금액수'가 찍혀 나오죠.

대충 미국식 사고 방식을 소개해 드린 것 같고....

이 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에서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대충 알아 듣겠는데.... 미국식 사고 방식으로 보자면, 작년 그 쌩난리를 쳐가며 선제적 양보를 해준 30개월령 미만 쇠고기 수입 개방이나..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선제적 양보물들을 감사함이나 감동꺼리로 받아 들일 가능성을 좀 적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건 그거고... 새로 협상을 할 때 또 다른 추가 양보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높죠.

특 히나 요즘 미국 정치인들도 그렇게 넉넉한 양보를 해 줄 입장이 아닙니다. 특히나 자동차 산업쪽은.... 분위기가 살벌하죠. 요즘 미국 학계나 재계쪽에서 간간히 보호무역 얘기가 흘러나오는 걸 알고 계시는지요? 물론 보호무역의 첫번째 피해자는 미국이고 미국의 소비자이지만, 역시 정치라는 것이 때로는 어리석은 분위기에 쓸려 가는 경향이 있어서 말이죠.

당장 미국 메이저 자동차 회사중에 한군데라도 문을 닫게 되면, 디트로이트쪽 분위기나 일반 미국인들 마음에 외국 자동차 수입에 대한 거부감이 촉발될 가능성이 제법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오바마 정부가 덥썩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 유리한 한미FTA를 밀어 주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란 말이죠.

어차피 시간이 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도 미국 나름대로 자체적으로 정리도 좀 하고 생각들도 가다듬을... 우리쪽에서 아무리 선제적 양보니 뭐니 난리를 친다고 시간을 절약하기 보다는 양보의 폭과 깊이만 커질 상황이란 거죠.

차 라리 정말 쎄게 밀어 붙이려면, 앞서 예를 들어 드린대로 처음부터 이쪽(대한민국)에서도 서비스(한미FTA) 해약하겠다고 하는 편이 미국쪽의 성의를 북돋고 또 실제 한미FTA 추진 속도를 높이게 될 확률이 높다는 말씀입니다. 막말로 한미FTA를 하면 우리나라만 유리한 건가요? 한때 민노당을 중심으로 농민들과 제약회사 쪽에서 그렇게 난리를 친 이유는 그만큼 그쪽 분야에서 미국쪽에 유리한 구석이 많았다는 얘기인데... 적어도 한미FTA를 늦춰봐야 미국쪽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손해를 보는 건데...

아무튼.. 이정도로....

참... 제가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다고 해서, 또 미국 각지를 유리 방황하며 산 기구한 팔자라고 해도, 미국 전체 국민들의 사고 방식을 꿰뚫어 볼 수는 없습니다. 그저 제가 지나쳐 살아 본 지역의 일부 미국 친구들의 사고방식을 옆에서 지켜 봤다는 것이 더 옳겠죠. 이번 포스팅은 그런 저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감안하고 받아 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발아점: 대미햇빛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