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시민의 최근 지지율, 그리고 그에게 부족한 것
(서프라이즈 / 서영석 / 2009-08-12)
글쓰기를 재개합니다.
그간은 못쓸 사정이 있어서 못썼고, 이젠 쓸만한 여유까지는 아니지만, 심적인 고통의 터널은 어느 정도 지났기에,아니면 오히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그냥 놀다가 다시 글쓸 때 가장 힘든 점은 대체 뭘 쓸까하는 점이에요. 사실 독자대중은 내가 뭘쓰든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데도, 글쓰는 당사자인 저는 이것 저것 재게 되고, 그러다 보니 괜스레 여기저기 사이트만 쏴다니기를 거듭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때 가장 시간 덜 걸리는 건 서프라이즈를 훑어보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무슨 미디어법인지 뭔지 그 탓인지 서프라이즈를 봐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어요.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뭐 이런 데를 돌아다녀는 보는데, 글쎄 아직까지는 감이 잘 오지 않네요.
눈에 띄는 뉴스는 국군 기무사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의해 발각돼 개쪽 팔고 있다는 정도? 뭐 삽질 정권 치하에 있다고 하지 않을까봐서 해명이라는 것도 완전 삽질 수준이어서 개망신을 당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네요.
이명박 지지율이 어떻네 해도 이런 삽질이 있는 한 별로 기대할 게 없는 거죠(물론 MB 똘마니들 사이에서의 일이긴 하지만.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MB지지율이 어떠하든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아요. 아직도 남아있는 천연기념물 명빠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이런 삽질은 이 정권이 갖고 있는 구조적 본질적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개선해 볼 여지마저 없다는 점도 참 그들에게는 뼈아픈 일일거에요.
어떻든 이럴 때 글 쓰기 위해서는 뭐, 눈에 띄는거 아무거나 쓰는게 좋아요. 그래서 8월 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가운데 차기대선 후보 지지도를 갖고 한번 썰을 풀어볼까 해요.
물론 주제는 유시민이죠. 그래도 글쟁이들한테는 젤 매력적인 소재잖아요. 왜냐구요? 잘 읽히잖아요.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고...
괜히 다른 얘기 하긴 없기에요. 나, 유시민하고 전혀 친하지도 않고, 교류도 완전 없어요. 분명히 밝히는 거에욧, 난닝구 제위들! 그럼 렛츠 고~~~
유시민의 최근 지지율, 그리고 그에게 부족한 것
리얼미터 8월 12일 조사가 흥미롭다.
박근혜가 33.9%로 1위를 차지했고, 유시민이 17.1%로 2위, 정동영이 11.2%로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정몽준(8.9%) 이회창(5.2%) 손학규(5.0%) 김문수 (3.9%) 오세훈(2.8%)였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현직 대통령은 아니지만 박정희를 박정희 대통령으로 부르듯이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하지않고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하겠다) 사후 유시민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물러난 대통령이면서도 생전에는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사실상 정치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후계자 격인 유시민의 지지율을 사실상 가로막는 역할도 어느 정도 했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서거 이후 노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 그의 진가에 대한 확인 등등에서 야기된 친밀도는 자연스럽게 유시민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권에서는 그나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하고 있는 오세훈과 김문수가 명함이라도 내밀어보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그 인물이 그 인물이기 때문에 유시민-정동영-손학규 트로이카 중에서 유시민이 약진하는 것은 뭐 그렇게 새삼스런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동영이나 손학규 진영 입장에서는 이런 얘기가 기분나쁠지도 모르지만...
내가 주목하는건 유시민이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조금씩이나마 그 이전 조사보다 지지율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이 아니다. 신문에서는 잘 보도되지 않고 있는 여론조사의 세부적인 내용들이 나의 눈길을 오히려 끌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성별, 연령별, 정당별 지지도가 세부적으로 나와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건 연령별 지지도다.
유시민은 20대 연령층에서 지지율 1위다. 박근혜를 앞지르고 있다. 30대 유권자들에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보였다.
20대 유권자에서는 유시민(23.9%) 박근혜(20.9%) 정몽준(14.7%) 손학규(8.6%) 순이었다. 30대 유권자에서는 박근혜(29.3%) 유시민 (29.0%) 정동영(8.3%) 김문수(6.6%) 순이었다.
이런 추세로 보면 유시민이 적어도 20대와 30대 연령층에서는 1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두번째 눈에 띄는건 민주당 지지자의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유시민이 31.6%로 정동영의 27.3%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사실 정동영의 지지율(전체 11.2%, 민주당내 27.3%)은 그야말로 야권에서의 반노-반유 점유율을 의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노 대통령이 민주당 국민경선 중반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전체 지지율조사에서 이회창을 근소한 차이로 꺽고 1위로 올라서자 그 다음날인가 치러진 광주 경선에서 노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던 사례에서도 보듯이, 정동영의 지지율은 결국 막판에 가면 야권 내부에서 '될만한 후보'를 밀어줄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호남당의 호남후보로 대결했던 두번의 대선(YS-DJ, 이명박-정동영)결과에 대한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칠 다음 대선에서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유시민이 계속 약진한다면 결국 정동영의 지지율은 유시민에게 흡수될 공산이 크다.(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일지 모르지만..)
사실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 이미 유시민에 대한 지지율(31.6%)이 정동영에 대한 지지율(27.3%)을 앞서기 시작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광주-전남에서는 반노-반유성향이 상당부분 희석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이 워낙 삽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게다가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초대형 삽질까지 마다치 않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MB의 집권 2년차에 유시민의 지지율이 이 정도로 급신장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막판 국민경선에서 급부상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유시민은 현재 정치활동을 공식적으로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언론의 주목도도 형편무인지경이다. 친호남 색채가 강한 한겨레신문도 뭐 그리 유시민에 호의적이지 않다. 민노당-진보신당 색채가 강한 경향신문의 경우 노 대통령 서거 전에는 반노-반유적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라면 차기 대선에서 일단 상당한 기대주로 올려놓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나의 총평이다.
그에게 부족한 건 뭘까. 노 대통령과 유시민의 차이이기도 한 것이지만, 노 대통령 서거전까지 유시민에게는 '권력의지'가 없었다. 그가 민주당내 후보 경선에 나갔다가 선배 이해찬에게 양보하고 물러난 것도 당시 상황을 보면 뭐 어쩔 수 없었던 정황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권력의지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력의지. 어떤 덜 떨어진 전직 대통령은 중학교 때 책상에 '대통령'이라고 써놓았다고 하더라만(사실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한다), 덜 떨어진 것은 그 자신이었지 책상머리에 대통령이라고 적어놓을 정도의 권력의지인 것은 아니다.
유시민은 그의 최근 베스트셀러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이 신문사의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대통령의 코드 인사 그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여러분 회사 사장님은 신입 기자를 뽑을 때 지원자의 철학적·정치적 입장이나 언론관을 무시하고 뽑느냐고. 문제는 코드 인사 그 자체가 아니다. 대통령의 철학적·정책적 코드가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것인지, 공직을 받은 사람들이 정말로 그 코드에 맞는 능력 있는 인물인지, 그걸 따지는 것이 옳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이런 어법을 흉내내 얘기한다면, 권력의지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권력의지를 가진 그 대통령감이 과연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인물인 것인지, 그런 능력을 갖춘 인물인지 따지는 게 옳다는 얘기다.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유시민은 노무현의 계승자다. 무슨 기념사업이니 추모사업이니 하는 것들은 곁다리일 뿐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계승해 그것을 정치권에서 실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시민은 강력한 권력의지를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물론, 국민들에게 보여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고 있는 점이 현재로선 가장 아쉽고, 그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다행스럽게 그의 책 '후불제 민주주의'에는 그의 권력의지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서 이같은 권력의지가 더욱 심화-강화되기를 기대한다. 다음 대선도 마치 이명박-정동영 싸움처럼 맥없이 끝나서야 나같은 옵저버들이 너무 심심하지 않겠는가. 권력의지가 꼭 삽질만은 아니란 점도 보여주는 후보로서 유시민이기를 기대한다.
(cL) 서영석
덧붙임 : 블로그 시험판으로 하나 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인데, 네이버면 어떻습니까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놀러오세요 (http://blog.naver.com/sir0413)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7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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