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핵심은 노무현의 그림자 지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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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11-8)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건 못 해” “혀를 물고 죽을지언정 그건 안 되지.”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어림도 없지.” 결사적이다. 결연하다. 살벌하다. 섬뜩하다. 얼마나 한이 매쳤으면 저럴까. 왜 저렇게 한이 매쳤을까. 죽기 살기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이처럼 한이 매친 사람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충청도민들이란 생각이다. 대의명분은 없어도 이유가 있고 명분과 이유를 가진 사람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종시를 원안대로는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총리 정운찬을 내 새우다가 이제 전면에 나섰다.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충청도민들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되고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주보고 날라 오는 비행기다. 어인 일인가. 왜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한이라도 매친 것처럼 세종시 원안수정을 하려고 들며 충청도민들은 왜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세종시 원안관철을 위해 몸을 던지는가. 요즘 광화문 앞을 지나가면서 세종대왕 뵙기가 죄송하다. 온화한 모습을 뵈면서 잠시 경복궁 뒤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일구월심(日久月深)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했던 세종대왕을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보면 새삼 명군(명군)이었고 명군(明君)이기도 했던 세종대왕을 그리는 마음 간절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수도이전을 극력 반대했다. 오죽하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했을까. 쿠데타라도 할 용의가 있다는 의미지만 그냥 그렇게 말만 한 것이겠지. 서울시장을 그만 둔 다음 그 생각이 바뀌었다.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온 뒤에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2006년 9월 22일 대전지역 정책전문가들과의 포럼에서 분명히 말했다. 현장 화면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을 염두에 둔 말이다.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기왕에 옮기기로 한 만큼 잘 해야 한다." 행정도시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 그 때가 처음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의 해다. 그 때는 무슨 말을 했을까. “내가 대통령이라면 1만4천여 명의 공직자들이 모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사하고 자녀들도 고등학교까지는 여기서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 대선후보경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명품도시'라는 말도 했다.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명품’도시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왕 시작된 것은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저는 반대할 땐 반대하지만 하기로 맘먹으면 누구보다 잘한다. 진정한 명품도시를 더 빨리, 더 크게 제대로 해 놓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종시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가. ‘세종시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아닌 ‘기업 형 도시‘가 될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무슨 말은 못하느냐고 하면 할 말을 잃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계획대로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야당 주장에 정운찬은 '계획대로'와 '원안대로‘는 다르다‘고 했다. 말장난이다. 거기에다 덧 부쳤다. 나라를 더 잘 만들기 위해 헌법도 고칠 수 있으며 법을 고정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신헌법의 악몽이 떠오른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사안을 수정하고자 한다면 먼저 할 일이 국민 에 대한 사과다. 엎드려 빌어야 한다. 서울시장일 때 ‘행정도시안은 수도 분할’이라고 결사반대했다가 대선 때는 충청 표를 의식해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했던 생각을 180도 바꿔 다시 ‘명품’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과거를 묻지 마세요’란 대중가요가 있어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그래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말은 천금 같지 않은가. 자라나는 애들이 뭘 보고 배운단 말인가. 법은 언제든지 고 칠 수 있다는 생각이고 국민의 반대는 누르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건 정말 아니다. 냉정히 생각해 보자. 왜 이러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에 반대하고 있는가. 노무현이다. 노무현의 흔적은 지우자는 것이다. 노무현이 건재하면 비교가 되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자 촛불에 혼이 났다. 광화문을 꽉 메운 촛불시위를 보면서 노무현의 그림자를 보았을 것이다. 노무현을 국민의 뇌리에서 지워야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는가. 저 높은 데 있는 노무현을 끌어내려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간 노무현을 찾아 봉하로 몰려드는 국민들을 보면서 몹시 마음이 울적했을 것이다. 박연차가 등장했다. 도덕적으로 엉망인 타락한 박연차를 노무현과 엮어 내기만 하면 노무현이 도덕적 파산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했을 것이다. 노무현도 별거 아니라고 국민이 생각해 준다면 얼마나 좋은가.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다를 거 하나도 없다고 국민이 평가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노무현대통령과 관련이 있으면 기업이고 사람이고 모두 털었다. 빨대검찰과 앵무새 언론이 중계방송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 강요된 자살이라고 했다. 자살까지 예상했을까만 이제 노무현은 세상에 없다. 자유스러운가. 마음은 불편하지 않은가. 너무 뜨거웠다. 노무현을 추모하는 열기가 무서웠다. 노무현이 저토록 사랑을 받았던가. 부러웠을 것이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는 삼국지 생각도 했겠지. 요상한 ‘헌재’와 손잡고 미디어 법도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언론은 이제 완전정복이다. 만세. 만세. 만 만세다. 그러나 아니다. 역시 걸리는 것이 있다. 세종시다. 세종시는 노무현 시대가 만든 역사다. 노무현의 그림자다. 행정복합중심도시(세종시)가 백지화 되면 이명박 정부도 백지가 될 것이다. 노무현을 두고 위험한 모험을 하지 말라. 노무현을 지울 생각은 하지도 말라. 노무현은 살아있는 역사와 함께 국민들 가슴 속에서 숨 쉰다.
(cL) 이기명 (칼럼니스트) ※ 이 글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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