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해서는 안 된다.-

순수한 남자 2009. 11. 30. 09:43

-국민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해서는 안 된다.-
번호 99718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661  누리 223 (223-0, 6:33:0)  등록일 2009-11-30 06:10
대문추천 23


국민의 인내를 더 이상 시험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인내에도 끝이 있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11-30)


거짓말은 천성인가. 신뢰를 얻기란 그토록 힘든 것일까.

신뢰는 정직으로부터 시작된다.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제아무리 옳은 말을 하고 아름다운 수사를 써도 믿지 않는다.

불신의 결과는 무섭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생활에도 불신을 받으면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가 없다.

보통사람이 받는 불신은 한 사람만의 불행으로 끝이 난다. 그러나 지도자의 경우라면 매우 심각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가.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방송을 보았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관심 있게 보았을 것이다.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보았을 것이다.

세종시는 과거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해서 통과시킨 법률로서 건설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 수도 없이 국민과 약속한 일이다.

지금 반대가 극심하니 직접 국민을 만나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것이다.

방송매체 모두가 총동원됐다. 예정시간보다 훨씬 초과했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은 얼마나 솔직하게 털어놓았는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해가 서로 얽히고설켜서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진실이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찬반이 있다. 국민들도 그렇다. 그러나 대통령이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자기 나름대로 진정으로 말했다고 생각했을 ‘국민과의 대화’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왜 이럴까.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은 자기 할 말만 했고

국민들은 대통령이 하는 말만을 들어야 했다. 진실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얼마나 진정을 담았는가. 국민들은 이미 판단을 했을 것이다. 어느 칼럼니스트는 ‘차마 더 들을 수가 없어서 TV를 껐다’고 한다.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했다. 사실인가. 아니다. 대화는 없고 설교만 있었다. 대통령 혼자의 얘기만 있었다. 이런 걸 원맨쇼라고 한다. 대통령은 정력적으로 혼자서 얘기했다. 아니라고 할 것이다.

모두 함께 대화를 했다고 할 것이다. 질문자가 있고 사회자가 있고 시민들이 있었고 그들이 질문하고 대통령은 답변을 했고 이것이 대화가 아니고 뭐냐고 할 것이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란 말이 있다.

이 말을 빌리자면 ‘대화면 다 대화냐 대화다워야 대화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부처주기 아까운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은 그렇다 치고 제법 바른말 한다던 김호기 교수는 왜 거기 앉아 있었는가. 사회자는 뭐 하고 있었는가.

시간 없으니 짧게 하라는 주문을 하면서 대통령은 왜 마음 놓고 시간을 쓰도록 놔뒀는가. 배려인가. 무서워서인가.

대통령은 질문에는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쉴 새 없이 자기 할 말만 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속 보이는 질문을 질문자들은 늘어놓는다.

“내복 입느냐”는 질문이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인가. 모두가 불쌍했다. 방송을 하는 사람이나 국민이나 모두 불쌍했다.

이건 대화가 아니었다. 차라리 ‘국민에게 하는 대통령의 설교’라고 이름을 붙였으면 어울릴 뻔했다.

잘해 줬으면 했다. 솔직하게 정직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에게 털어놓기를 바랐다. 설사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뽑힌 대통령이고 5년 동안 임기가 보장됐다.

그가 잘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지를 하고 안 하고는 개인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잘해 줘야 국민이 편안한 것이다.

그런 대통령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직성을 보고 투표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는 경제를 살린다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절대다수가 반대하는데 밀어붙인다면 민주주의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닌가. 독재자만이 자기 마음대로 한다.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사과했다. 부끄럽다고 했다. 처음이 아니다. 촛불 때도 사과했고 소통의 부재를 반성한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도 사과했다 부끄럽다고까지 했다. 국민이 믿을 것 같은가. 이미 약발은 다 떨어진 것이다. 또 한 번 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약발이 다 떨어진 대통령의 말. 큰일이다. 이것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대통령의 말은 권위가 없어졌다. 대통령의 말이 두려울지는 몰라도 승복이 안 된다. 믿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어디 한두 번인가.

2차 대전 후 민주주의가 가장 빠르게 발전했다는 대한민국이다. 그런 대한민국의 언론은 꼴이 뭔가.

이미 ‘땡전뉴스’라는 치욕을 안고 살아가는 방송이다.

이제 다시 그런 시대로 돌아가는가. 언론인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부끄러움의 대명사다. 지금 한국 언론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을 2008년에 47위, 2009년에는 69위로 발표했다. 1년 사이에 22등이 떨어지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

파프아뉴기니아(56위)보다 낮고 부탄(70위)보다는 한 단계 높다. 이래도 언론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KBS 정연주 사장을 온갖 모함으로 강제 추방한 국제적 추태는 언론사에 전설로 남을 것이다.

손석희 교수의 100분 토론 하차. 김재동의 하차.
‘미디어 악법’의 날치기 통과. YTN사장 낙하산인사와 노조탄압.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국민은 안다.

한국의 인권은 어떤가.

“지난해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인권 순위에서 한국은 120개국 중 58위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사태.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1등을 하는 것도 있다. 자살률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등으로 최고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벌거벗은 모습이다. 국민 1인당 빚은 어떨까. 곧 4천만 원이 된단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사업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호불호로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

연기군민의 저항은 결사적이다. 4대강 사업도 반대는 극렬하다. 아무리 영산강에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행사를 해도 그 숨은 의미를 국민은 간파한다.

왜 반대를 하는지 구구한 설명은 이제 국민도 지겨울 것이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한다. 이회창 총재의 표정은 심각하지만 국민들은 웃는다. 의원직 사퇴가 애들 장난인가. 최소한의 진정을 보여라. 국회의원들의 쇼에는 이제 신물이 난다.

믿을 것 같은가. 아무도 안 믿는다. 의원직 사퇴서 쓰고 의원회관 방 빼고 국회에서 떠나야 한다. 보좌관과 비서들 모두 내 보내야 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사퇴서 한 장 달랑 당대표에게 맡기고 할 일은 다 한 것인가. 구역질이 나서 볼 수가 없다.

2시간 가까이 ‘대통령과의 대화’를 보면서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저렇게 막무가내 한 대통령과 격렬하게 반대하는 국민과의 간극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공사판처럼 밀어붙이면 국민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끔찍한 생각이다.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겁이 나는 것은 2시간 동안 자신이 필요한 말만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국민의 뜻은 전혀 개의치 않는 섬뜩한 오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인기를 끌 생각도 없다는 대통령이다.

지지하지 않으면 인기를 끌 수가 없다. 그러면 지지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인가. 어떻게 정치를 하겠다는 말인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면 민주국가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도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권력자도 국민이 거부하는 것을 강제할 수 없다. 

풍선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터진다. 인내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우리는 그 실례를 역사에서 많이 목격했다. 

그것은 불행이다. 그런 불행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인가. 국민들의 마음이 갈 갈이 찢긴다. ‘대통령과의 대화’가 분열을 부채질 했다고 느끼진 않는가.

‘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난 후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진정성을 담아 말을 하는데도 야당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몽준도 가세했다. 그는 "대통령이 진심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는데 야당이 정략적 공격을 계속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정몽준이 진정성이라고 했는가. 말이란 ‘해야 될 사람이 해야 될 말을 해야만 말이 된다.’ 정몽준이 그런 말을 하니 기가 막힌다.

대선 하루 전날 온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람이 누군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진정성을 말한다. 국민을 무엇으로 아는가. 국민은 다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세종시에 대해 원안대로 가겠다고 얼마나 많은 다짐을 했는가. 다짐, 또 다짐을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진정성을 말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왜 일방통행인 ‘대통령과의 대화’인가. 공개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공개기자회견은 곤란한 질문 때문에 겁이 나서 피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한나라당이나 대통령이나 정몽준이나 진정성에 대해서는 할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내가 노무현후원회장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정 우리는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통령을 다시 한 번 가질 수 있을까.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대통령을 언제나 다시 볼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나 너무나도 그립다.


2009년 11월 30일

 (cL)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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