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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우리에게도 칼이 필요하다.

순수한 남자 2009. 12. 22. 21:03

[딴지일보] 우리에게도 칼이 필요하다.
번호 104027  글쓴이 언론악법무효  조회 283  누리 193 (193-0, 8:24:1)  등록일 2009-12-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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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ddanzi.com/news/7334.html

[정치] 우리에게도 칼이 필요하다.


2009.12.22.화요일

화성

 

칼은 피를 먹고 산다.

한번 피맛을 본 칼은 그 맛에 빠져 이내 또다른 피를 찾아 날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다른 피를 맛볼 수 없게 된다면 결국 미쳐 날뛰게 된다. 그런 칼의 속성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그 칼의 주인이다.

 

그렇기에 칼주인은 정작 그 칼보다도 마음이 더 급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칼에 피를 묻힌 순간부터 또다른 사냥감을 계속해서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그 칼의 희생자는 자신이 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가카의 집권 이후, 전 정권에 대해 무차별 칼을 휘두르던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칼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칼은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칼이 굶고있는 동안 그 칼의 주인은 얼마나 애간장이 탔을까.

 

피에 굶주렸던 칼은 제세상을 만난듯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피의 향연을 즐길 준비를 하고있고, 그 칼을 쥔 주인의 손목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처음 이 칼이 겨눈 사냥감은 이 칼의 주인, 즉 검찰을 임명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권력이 아닌 국민의 종이 되라고 친히 목줄을 풀어줬더니만 권력의 개가 될지언정 국민의 종노릇은 못하겠다고 검찰이 전 주인에게 칼을 들이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노대통령의 서거로 자신이 맛보고자 했던 피맛을 보지 못한 칼은 오랜동안 칼집에 갇혀있는 신세가 된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칼집에서 나와 겨눈 첫 타깃이 바로 노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명숙 전총리였으니... 하지만, 6개월을 굶은 칼이 과연 이정도로 성에 찰까. 피 냄새만 맡았지 아직 피맛도 보지 못했는데...

 

징징징, 칼은 울며 말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그럼, 배 고픈 칼의 다음 타깃은 누가 될까. 그 '다음' 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왜 '처음'이 한명숙 전 총리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니까.

 

왜 하필 '그녀'가 먼저였을까. 혐의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이고 뚜렷한 물증도 없는데, 더군다나 불과 얼마 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연약한 여인네의 목에 칼을 겨누는 그림도 국민들의 눈에 그리 좋은 모양새로 비춰지진 않을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먼저 타깃으로 삼은 이유를 참여당에 대한 흠짓내기와 이를 이용한 현정권의 비리를(한상률 건, 안원구 건, 도곡동땅 등...) 덮기 위한 카드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고있듯이 저들이 그렇게 단순한 상대가 아님을 감안할 때, 그 이유만으로는 뭔가 20%쯤 부족한 감이 든다. 만약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굳이 한 전총리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더 적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뭐 유시민같은 참여당 간판같은 인물도 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한 전총리를 첫타자로 지명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을 압박하여 4대강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참여당과 민주당의 힘의 균형을 맞춰 야권의 분열을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여권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본다.

 

한명숙이라는 인물의 상징성 때문에 참여당이 타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번 검찰의 칼끝은 민주당을 겨누고 있다

 

생각해보자. 한 전총리의 혐의는 고작 5만불, 우리 돈으로 5~6천만원 정도의 소액이다. 그것도 뚜렷한 증거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진술 하나만으로 전직 총리라는 거물을 체포하고 기소(불구속)까지 할 태세다.

 

국민들이야 사건의 진실이 궁금하겠지만 몇 억, 몇 십억씩 받아먹은 여의도 의원 나리들의 심정도 그럴까. '5,6천만원 정도에 저 정도 거물이 저리될 정도면 나같은 거 손 보는 건 일도 아니겠네...' 라는 걱정부터 드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이고 나발이고간에 '일단은 살고봐야 겠다는 생각', 당신같으면 들지 않겠나.

 

그 효과는 '당연히' 민주당에서부터 먼저 나타났다. 지난 주 월요일인 14일, 이낙연 농식품위원장과 정장선 지시경제위원장이 갑자기 당론을 무시하고  4대강 관련 예산을 소폭 삭감하는 차원에서 합의 통과시킨일이 발생한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변했을리는 없고 뭐 뻔한 거 아니겠나. '앞으로 더 잘할게. 나는 좀 빼주삼'

 

조선일보 사설

 

근데, 구린 사람이 이 둘 뿐일까. 현재 민주당은 4대강 예산심의 문제로 겉으로는 가카와 맞장을 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4대강 예산문제는 저들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협상카드로 갖고있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결코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가카와의 회담을 부르짖고 있는 시점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만나 인사청탁을 하던 자리에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동석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왔고, 이와 비슷한 시간대에 내년도 예산안 협의를 위해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역시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아마도 4대강 예산안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발 양보를 한다는 그 뻔한 헛소리를 앞세워 통과를 시켜 주거나, 여당의 직권상정 강행을 적당히 눈감아주는 선에서 마무리 할 것이다.(날치기니 뭐니 겉으로는 비난을 퍼붓겠지만 안으로는 슬며시 모르는 척 당해주는, 뭐 그런거 있지 않은가) 물론,  뒤로는 더이상 자기 측에 칼을 겨누지 않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받고... 당연히 정세균 대표에 대한 수사도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두루뭉수리하게 끝낼테고...   

 

민주당은 그렇다치고, 그러면 참여당은 하는짓이 예뻐서, 아니면 좀 불쌍해서 이번 칼부림에서 살짝 눈감아준 걸까. 

 

참여당 입장에서는 이번 건으로 검찰의 칼이 자신들을 겨누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불과 6개월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들에게 비슷한 방법으로 잃은 그들이니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 검찰을 비롯한 저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여당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하며 억울해(?)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무릇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가 고만고만할 때 쌈박질을 하게되고, 차이가 많이 나면 힘센 쪽이 약한 쪽을 먹어버리면서 덩치를 키우게 되는 법, 검찰의 입장에서는 어서 빨리 참여당이 힘을 키워서 민주당과 힘겨루기 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야 야권이 분열되고 그 틈을 타서 여권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테니.

 

이런 연유에서 검찰의 다음 타깃에서 참여당은 일단 '보류' 될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 다음은 유시민이라는 얘기가 참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는 '보호막' 차원에서의 경고일 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덕을 본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참여당이다. 참여당의 당원수가 요즘 급증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시민과 참여당의 인지도도 함께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참여당의 기세가 나중에는 위협이 될 수는 있어도(지들이 저질러 놓은 죄가 있으니까) 아직까지는 아닌 것이다. 그러잖아도 표적수사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있는 마당에 연이어서 친노계 사람들에게만 칼을 겨누기란 너무 속보이는 일이기 때문이고, 게다가 참여당의 속성상 밟으면 밟을 수록 더 커진다는 사실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직접 확인을 했으니 지금은 그저 가만히 두는 편이 가장 저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민노당과 진보신당 역시 다음 타깃이 될 수 없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참여정부 시절 그들에게 진 '부채'도 좀 남아있고... 간판 격인 한 두사람을 건들자니 그대로 무너져버릴 것 같고, 그렇다고 아랫사람 몇명을 건들어봤자 티도 날 것 같지가 않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한방에 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테니 일단은 '제외' 시키기로 한다.

 

영계들아 무럭무럭 자라거라

 

그럼 누가 남게 되나? 여당인 한나라당이다.(창조 한국당은 편의상 빼주자) 현재 한나라당은 크고작은 몇 개의 계파로 갈라져있다. 그 중 대부분은 크게 봐서 '범 가카계'로 분류할 수 있지만 친박연대만은 절대 가카의 사람이 될 수 없는 집단이다. 호시탐탐 다음 대권을 노리고 있는 박그네 여사가 있기 때문인데, 이게 가카의 눈에는 영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버릴 수도, 그렇다고 안을 수도 없는...

 

세종시 문제만 하더라도 지난번 미디어법 처리 때처럼 친박연대측에서만 입을 다물고 있어주면 가카의 뜻대로 처리할 수 있을텐데, 이번엔 그때처럼 쉽게 협조할 것 같지 않아보인다. 

 

박그네 여사의 입장에서도 이번 세종시 문제를 잘 못 풀었다가는 차기 대권가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카의 뜻에 선뜻 응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가카의 뜻을 거역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이때 쯤 필요한 건 뭐? 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 빠른 약발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2년에 가까운 가카의 재임기간 동안 그들이 얼마나 많이 해먹었겠나. 없는 죄도 만들어 붙이는 판에 구린네 솔솔 풍기는 사람 한두 명쯤 골로 보내는 건 일도 아닐 터, 이참에 야당에 대한 편파수사라는 여론에 물타기도 할 수 있고 저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얻을 수 있을테니...

 

그들에게 '생명 연장의 꿈'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검찰의 다음 칼끝은 여당, 그 중에서도 친박연대를 향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내년 초 정권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기 전부터 서서히 압박을 가하다가 더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칼을 들이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박그네 여사와 친박연대가 조용한 느낌이다. 강남교회 목사가 박그네 여사를 개니 닭이니 하면서 빨리 잡아먹어야한다고 한 모양이던데 박사모측에서만 열받아서 무슨 구국기도회를 연다고 할 뿐, 정작 친박연대 측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 뭔가 낌새를 챈 것일까.  

 

...... 사실은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다음 타깃은 우리 쪽이 아닐테니 걱정들 마시라는 얘기를 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 사실 다음 타깃이 누가 되던간에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의 꼼수를 바로 알고 저들의 꼼수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싶었다.  

 

저들은 지금 칼을 무기로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해 야권을 분열시키고 여권의 힘은 하나로 모아 지자체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20년 전의 해묵은 노선투쟁이나 되풀이 하고 있으니... 가카와 검찰은 지금 분명 속으로 웃고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그럼 그렇지...'

 

이러는 게 과연 진보와 개혁의 참모습인가. 겉으로는 나라와 국민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자신들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면서 수구 꼴통들이라고 부르는 저들에 비해서 진보와 개혁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 더이상 잃을 것도 없으니 국민들이야 어떻게 되던 간에 이제 정말 제대로 막 가보자는 건가.

 

저들에게만 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분열과 연합의 기로엔 선 지금의 우리에게도 날 선 칼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만 옳다는 이기적인 이념을 베어낼 수 있는 칼,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욕심을 베어낼 수 있는 칼, 주구장창 선명성만 부르짖는 아집을 도려낼 수 있는 칼, 너무도 똑똑하고 너무도 잘난 뇌의 일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낼 수 있는 칼.

 

그 칼을 우리 스스로 들지 못하는 한 더이상 이나라에 개혁도, 진보도, 미래도 없다. 너도 나도 우리도 없다. 미친 칼을 들고 망나니춤을 추는 가카와 그들만이 있을 뿐.

딴지 공식 돗자리보급소장 화성 (mungtung1@hanmail.net)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04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