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우리 기업이 수주한 것 때문에 엠비 지지율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선전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또 신문과 방송 너나 할 것 없이 ‘엠비어천가’를 읊어댔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한 언론 조사에서는 엠비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려오는 군요.
잘 한건 잘 했다고 칭찬해야 하겠지만, 언론의 사명은 늘 ‘검증’입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 ‘검증’에는 손을 놓고 청와대 띄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청와대는 이를 잘 이용하고 있지요. 조중동과 방송사들은 운영권은 아직 계약도 안돼 있는 상황에서 400억 달러 경제 이익만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원전 수주만 해놓고 원천기술 부족으로 실속은 외국업체에 넘겨주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잘 아시듯, 우리가 원전을 수주한 게 확정된 것은 지난 달 18일께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엠바고를 걸어 이를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사전에 보도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를 해둔 상태였습니다. 결국, 엠비가 아랍에미리트를 다녀온 27일을 전후에야 청와대는 엠바고를 풀었습니다. 마치 엠비가 막판에 기울인 노력 덕분에 원전을 수주한 것처럼 치장하기 딱 좋게 된 것이죠. 언론은 청와대가 바라던 대로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지율 50% 돌파’입니다.
하지만 이젠 독자들이 언론과 청와대에 무조건 이용당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영리한 누리꾼들은 뿔났습니다. 청와대의 엠비 치적 과대 포장에 화가 난 누리꾼들은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을 찾아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40억 달러 가량의 사업을 수주하는 데 기여를 해놓고도 자신의 공을 기업인들에게 돌리는 내용이 담긴 음성입니다. 엠비와 참 비교되는 태도이지요.
대강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난 2004년 11월 5일 노 전 대통령이 MBC 여성시대에 출연합니다. 사회자가 노 전 대통령에게 ‘러시아에서 사업 계약하신 게 40억달러 효과가 있다는데 맞냐’고 질문하자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나가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다 마련해 놓은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우리 기업들하고 공무원들이 다 해 놓은 거죠. (사인만 한) 제가 덕 좀 봤습니다.”
누리꾼들은 이 음성을 듣고 “똑같이 정상회담 거쳐서 사업 수주해놓고 그 공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돌리는 태도에 감동 받았다. 엠비는 왜 이리 다르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찾아내신 건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묵은 음성이 지금 <아고라> 등 여기저기 퍼 날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안이 비슷하다고해서 엠비와 노무현을 억지 비교하는 것은 안됩니만 누리꾼의 노무현 음성 펌질 심리는 분석해볼만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엠비를 싫어하는 누리꾼들이 그의 치적을 깎아 내리고 싶어서일까요. 꼭 그런 이유는 아닐 겁니다.
'노무현 탓'만 하던 언론들이 요즘은 '이명박 덕'만 읊어대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공을 남에게 돌리는 겸손한 대통령이 되라’는 주문을 엠비에게 하고 싶어서는 아닐까요.
엠비가 노무현을 죽였다면, 그걸 되살리고 있는 것도 엠비 자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4년 11월 여성시대 노무현 전 대통령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