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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남일당성당 추모미사를 마치면서.......

순수한 남자 2010. 1. 7. 15:50

용산참사 남일당성당 추모미사를 마치면서.......
번호 106937  글쓴이 사제단  조회 142  누리 70 (70-0, 5:6:0)  등록일 2010-1-7 11:50
대문추천 5


용산참사 남일당성당 추모미사를 마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2010-01-07)


1년여 만에 아버지 영정 앞에 선 아들, 눈물의 분향소

6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

채 녹지 않은 눈과 영하 14도의 살을 에는 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284번째 마지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미사 중 유가족들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새 없이 흘러내렸다.

이번 미사는‘주날개밑’을 시작 성가로 하여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마지막 미사는 천주교 인천교구 환경ㆍ노동사목담당 장동훈 신부의 강론이 있었다. 오늘 미사에는 민주노동당 이수호 최고위원과 노희찬 진보신당 대표도 함께 자리를 하였고, 지난 10월 용산에서 단식 농성 중 쓰러졌던 문규헌 신부도 완쾌되지 않아서인지 예전처럼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말을 이어나갔고, 이날 미사는 "고 이상림, 윤용현, 이성수, 한대성, 양회성님"의 이름이 남일당건물 하늘 위로 울려 퍼지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면서 끝을 맺었다.

특수공무집행치사등의 혐의로 징역 6년을 받고 수감중인 고 이상림 씨의 아들 이충현씨(전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도 오늘 오후 법원에 의해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미사가 끝날 무렵인 저녁 9시경 용산 현장에 도착하였다.

이충현 씨는 참사 이후 바로 구속이 되어 현재까지 현장에 방문하지를 못하고 있었으나 이번 장례를 위해 처음으로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절을 한 후“열사들의 뜻을 잊지 않고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한편 이충현 씨의 어머니 전재숙 씨는 아들을 부여 안고 “우리 아들”을 연발하며 눈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충현 씨는 장례당일인 9일 자정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이나 법원에 의해 주거지 제한이 걸려있어, 9일 아침 9시 발인은 참석이 가능하나 이후 이어지는 서울역 영결식(낮 12시), 용산 현장 노제(오후 3시), 마석모란공원 하관식(오후 6시)의 참석은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충현 씨의 어머니 전재숙 씨는 아들을 부여 안고 “우리 아들”을 연발하며 눈에서 눈물을 쏟았다. 


고 이상림 씨의 아들 이충현 씨(전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이충현 씨는 “열사들의 뜻을 잊지않고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범대위 범국민추모주간 일정

7일 오후 2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조문 시작

7일 오후 7시 30분,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개신교 추도예배

8일 오후 1시,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기자간담회

8일 오후 2시 / 오후 4시       입관/입관식

9일                           범국민장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성명서]


또 다른 용산참사는 안 된다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284일간의 추모미사를 마치며


1. 2010년 1월 6일, 오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205일간의 천막기도회와 284일간의 추모미사를 마무리한다. 작년 2월 2일 청계광장에서 개막된 시국미사로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했던 총 12회의 전국사제시국기도회와 11월 2일의 서울광장기도회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시민과 교우들, 수도자들과 함께 드렸던 남일당 매일미사는 그야말로 생명존중과 평화애호를 염원하는 대장정이었다.

2. 유가족과 철거민들의 줄기찬 호소와 각계의 노력 끝에 일단 장례식을 거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용산참사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모자란 점이 너무 많다. 정부가 적반하장식의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려 유감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희생자들 앞에 분향하며 사죄를 구해야 마땅했고, 참사희생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심히 모독했던 정부여당의 다수 인사들과 보수언론 또한 깊이 사과해야 마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주민과 임대상인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가로채는 재개발 정책에 근본적인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제2, 제3의 참사가 대부분의 서민중산층을 겨누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3. 문제는 국민의 마음에도 들어 앉아 있다. 국가권력이 살려달라는 생존권 호소를 잔혹한 방식으로 제압했을 때, 그리고 이에 대한 항변을 갖은 궤변과 억지로 무참히 단죄하고 모욕을 주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방관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받들고 섬겨야 할 정부가 주인의 목숨을 빼앗고 삶터를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범죄를 자발적으로 승인해버린 꼴이 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으나 한강르네상스, 뉴타운사업과 세종시, 4대강 등 모두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지을 이 중차대한 사안들에 대해서 정부가 용산참사와 같은 오만과 불손을 되풀이 하지 못하도록 우리 다 같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런 다짐이 아니더라도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서 장례일로부터 참사1주년이 되는 날까지 온 국민이 용산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국민추모기간으로 지내도록 제안하고 싶다.

4. 참사 현장의 천막기도와 매일미사를 통해서 우리는 교회의 정체와 복음 선포에 대해서 새롭게 깨달았다. 길바닥에 마련된 제대 주위로 전국 방방곡곡으로부터 무수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더운 날이나 추운 날에도 미사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로써 교회가 있어야 할 곳은 고난의 현장이며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와 희망을 나누는 실천만이 진정한 복음 선포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춥고 어두운 구석에서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그 곳을 교회의 보금자리로 삼으며 이를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길로 여길 것이다.

5. 다시 한 번 더 호소한다. 감춘 것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검찰은 하루빨리 수사기록 3천 쪽을 공개하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시비를 가려주기 바란다. 법과 원칙은 국가권력기구 자신에게 우선 적용되어야 하는 점을 말씀드린다. 아울러 참사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들과 장례식이 끝나면 감옥에 가야 하는 범대위 관계자들에게도 합당한 선처를 베풀기 바란다.

6. 국민과 모든 신앙인들을 향해 호소한다. 용산참사의 치유와 화해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정부가 말하는 타결이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장례와 보상에 관한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진실 규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한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 될 것이다. 우리 서로 아껴주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나가자.


2010.1.6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06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