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서한] 서울중앙지검, 장기석 부부장 검사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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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0-01-07)
작년 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원칙도 소신도 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던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 대해 확정되지도 않은 혐의는 물론 사소한 가십거리 조차 언론에 유포하면서 사회적, 인격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고통을 주고 정신적 파탄에 이르도록 하여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인격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저는 그에 분노하여 작년 6월 2일자로 상기 세 피의자에 대하여 피의사실공표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자 조사 조차 하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어제, '장기석 검사' 발신명의로 처분결과통지서를 보내 오신 것입니다.
검찰이 통지해 온 내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기에 법 절차에 따라 항고하겠습니다. 고발장은 단독으로 제출하였었으나, 변호사를 선임하고 의논하여 항고장을 제출할 것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따질 것은 따져봐야겠습니다.
고발사건에서 반드시 고발자를 조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어떤 사건입니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몰아간 법적 도의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 달라는 고발입니다.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졌습니까? 임채진, 이인규, 홍만표 그들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까? 피의사실을 공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과정은 어땠는지, 언론에 흘려줬다는 소위 '빨대'는 누구인지 수사해 봤습니까?
참으로 허탈합니다. 그리고 분노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사건에 대해 '죄가안됨' 코멘트 넉자 달랑 적어온 통지서를 받아든 '한 사람의 국민'이 느끼는 심정이 어떨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노 대통령께서 서거하시고, 학계.언론 뿐만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심지어 법조계 내부에서 조차 제도 개선 마련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임기가 남았있던 임채진 검찰총장은 왜 중도 사퇴를 했습니까? 중수부장은 왜 옷을 벗었습니까?
법전에는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판례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형법은 '무엇이 범죄인지를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를 규정'한 법률입니다. 한마디로 칼과 같이 무섭고도 명쾌한 법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법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형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임의로 적용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것은 참으로 위험한 행위이며 법 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형법 제126조 어디에도 '공익'에 관한 조항이 없습니다.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피의사실을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그것을 끝입니다. 거기에 무슨 곁가지 해석이 필요합니까?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처벌하는 이유는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수사단계에서 공표하지 못하게 해서 개인의 명예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 단순히 그 수준의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아닙니다. 피의사실 공표죄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이 수사 도중에 피의자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여,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피의자의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법 조항에도 없는 '공익' 운운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은 사실이나 무혐의이다'라는 검찰의 논리는 그 자체로서 불법적 법적용이며 권한남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형법307조(명예훼손)이 형법126조(피의사실공표)보다 더 중하고 무거운 행위여서 별도 조항으로 '위법성의 조각'을 명시하고 있을까요?
형법에서 정한 처벌조항을 '공익'을 내세워 무죄로 만들 수 있다면, 공공적 이익에 합당한지 여부에 따라 살인도 무죄요, 내란도 무죄요, 방화도 무죄입니까?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흉악범이라고 아무나 가서 칼로 찔러 죽이면 무죄입니까? 공익에 합당하므로 무죄입니까? 이런 유치하고 황당한 질문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검찰은 도대체 '법(法)이란 것'을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단순히 이 사건을 배당받은 담당 검사이다 보니 통지서에 이름 석자 들어간 것 뿐이고, 이 사건 자체가 워낙 정치적이고 검찰 내부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담당 검사로서 수사하거나 판단한 것도 없고, 상부에서 결론내린 결과만 통과했을 뿐이라면, 그래서 그랬다 라고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앞으로 두 번 다시 '장기석 검사' 이름 석자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죄을 지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하자는 것이 사법처리의 목적인 줄 압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지었을 경우 죄를 지은 만큼만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인권보호인줄 압니다. 세상에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질서유지를 위함이고 사람은 누구나 그 경계선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이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집행하는 검사님 같은 분들도 계시는 것이지요. 사법적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것은 또 다른 불행을 잉태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정해 보시지요. 만약 누군가 장기석 검사 당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참으로 해서는 안 될 몹쓸 짓을 했는데도 사법처리되지 않고, 오히려 사법이 보호를 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법을 부숴버리고 싶지 않겠습니까? 죄를 지은 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그것으로 아픈 상처와 고통이 아물기에 충분치 않다 하더라도, 그 단죄를 받아들이고 평범한 사회로 복귀하는 것, 그것이 성숛한 민주사회의 질서인줄 압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단죄는 지속적인 진행형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다름아닌, 법을 준엄하게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사람들이, 그 책무를 망각하고 마치 법이 자신의 소유물인양 농단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0년 1월 7일 사건 2009년 형제 152504 고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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