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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원전수주와 대통령의 업적 평가

순수한 남자 2010. 1. 15. 19:36
MB의 원전수주와 대통령의 업적 평가
번호 108259  글쓴이 Crete (Crete)  조회 1952  누리 480 (620-140, 25:86:19)  등록일 2010-1-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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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원전수주와 대통령의 업적 평가
(서프라이즈 / Crete / 2010-01-15)


일단 뒷북이기는 하지만 MB의 원전수주 건을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혹자들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은 꼴 아니냐고 하지만,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가 수출분야, 특히나 왕정국가에 수출되는 물건에 관심을 보이고 직접 전화까지 했다는 것 자체는 칭찬을 받으면 받을 일이지 결코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이번 원전수주의 영광을 모두 독식하는 것(靑 "옛날 같으면 꽃가루 뿌리고 카퍼레이드할 일"-"MB 아니었으면 불가능")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데는 좀 이견이 있지만, 원래 세상일이라는 것이 연구 개발 쪽보다는 마케팅 쪽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이 당연한 법이죠.

자~~ 사설은 이 정도로 하고….

그럼 과연 대통령의 업적은 어떻게 평가해주는 것이 옳을까요? 요즘 보면 제 눈에는 거의 비슷한 업적에 서로 다른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봅니다. 인터넷 상의 거친 키보드 워리어들은 물론이고 주류 언론사의 기자들의 기사도 마찬가지죠. 전/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와 자신의 정치적 선호도에 따라 비슷한 결과물에 서로 상반된 잣대를 대는 것이 옳을지…. 그런 질문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아크로(theacro.com)에 새로 등장하신 '점말'님께서 인상적인 글을 올려 주셨습니다. ‘노무현의 업적이 뭘까요?’ 라는 글인데…. 그분이 하시고 싶은 얘기는 지난 노무현 정부시기에 제대로 된 업적이 없다는 것이고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비어천가를 부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서 답답하다는 말씀이죠.

그래서 이번 MB의 원전수주와 한데 묶어서 전임대통령들에 대한 업적 평가는 어떤 식으로 하는 것이 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MB가 입술까지 부르터가며 팔아먹은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은 원래 개발시작이 1992년까지 올라갑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시기인 2001년 12월 개발이 완료되죠. 기술 개발만 완료되었다고 끝은 아니고…. 이후 지속적인 노무현 정부의 지원으로 신고리 3, 4호기에 적용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출처: 아시아경제)

이전 군사독재정부라고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특히나 YS, DJ, 노무현 정부시절 제1차(97~01), 2차(02~06), 3차(07~11) '원자력종합진흥계획'을 수립해서 원자력기술 개발을 국가계획 차원으로 격상시켜 경수로형 신형핵연료개발은 물론이고 각종 원자력관련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출처 1: 국가기록원 나라기록 - 원자력진흥종합계획) (출처 2: 전자신문 - 2011년까지 2조 4,357억 원 투입하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 확정. 2007년 1월 31일)

이렇게 일취월장하는 원자력관련 기술이 있으니 당연히 팔아먹으려는 시도도 왕성했죠. 2006년에 이미 2억 달러 어치 이상을 수출했고 2007년에는 전년도 대비 2배 이상인 4.4억 달러의 원자력 관련 수출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이런 수출 증가에는 정부차원의 지원 노력도 만만찮아서 2007년 3월에는 '정부/민간 합동 원자력 기술 수출지원단'이 발족되어 민간 기업들의 각종 수출 노력에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원래 원자력 관련 수출이라는 것이 민간 기업 독자적으로는 해결하기 곤란한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한발 앞서 길을 열어주면 많은 도움이 되죠. (출처: 대한민국정책포탈 공감 코리아 - 과학기술부 원자력국 원자력협력과 주호성 주무관 07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전 해외진출 추진 지시 (2006.11.28)'도 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얘기들이고요. (출처: YTN 동영상 - 노 대통령, 원전 해외진출 추진 지시)

그런데 이렇게 승승장구 잘 나가던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 개발에 한차례 시련의 시기가 옵니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과학기술부를 전격 폐지했고 대덕 연구개발 특구 내의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 경영효율화 카드가 제시된 것이죠. 즉 인력감축이 시작된 것입니다. 당장 2008년 10월부터 11월에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가 시작되죠. (출처: 디지탈타임즈 - 대덕특구 출연연 "또 구조조정 악몽이…" 2008.11.30)

사실 이런 식의 정부출연연구소의 인력감축은 IMF 시기 가혹할 정도의 인력감축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동감하겠지만 원자력 관련 기술이라면 이제 국내 기술이 외국 어디에 나가서 무시당할 수준이 아니죠. 따라서 국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연구원의 경우, 외국으로 나가면 국내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명시적인 형태는 아니라도 암암리에 기술 유출이야 피할 수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더불어 연구소 생활을 해 보신 분이면 동감하시겠지만, 저런 식의 위로부터의 하향식 인력감축 계획들은 연구소 내의 연구분위기를 정말 침체시킵니다. 따라서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한 인력감축 지시는 많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번 UAE에 원전을 수출할 때, 우리 측의 큰 장점은 경쟁상대보다 20%나 낮은 건설단가 말고도 엽기적으로 높은 원전 이용률이었습니다. (출처: 한수원, 원전 이용률 93%… 세계 최고 수준 '자랑' - UAE 원전 수주 '숨은 공신' 평가)

그런데 이 높은 원전 이용률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운영과 정비 그리고 점검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원전 근무자들의 노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죠. (출처: 신년 혹한에 구슬땀 흘리는 '원전 근무자의 하루')

그런 상황에서 2009년 이명박 정부에 의해 주도된 '공기업 선진화 방안 추진'으로 당장 작년 한 해 '한국수력원자력(국내 20여 원전 운영회사 겸 신규 원전 건설회사)' 한곳에서만 1천 명의 인원 감축 계획이 발표되었죠. (출처)

물론 경영이 방만하고 효율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저런 식의 인력감축을 동반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 추진이 합리적인 접근일 겁니다. 하지만, 2009년 10월에 있던 국감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요구한 사항들이 그리 잘 납득되지는 않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구미을 국회의원인 김태환 의원의 발언 내용을 직접 들어보시죠.

국감에서 김태환(한나라당, 구미을) 의원은 “신월성 원전 1.2호기 시운전 2단계에 필요한 정원 175명 중 현재 확보된 인력은 33.7%인 59명에 불과하다”며 “인원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운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시운전 발전팀의 경우, 신고리 원전에는 32명이나 신월성 원전에는 3명에 불과하다”며 “원전의 안전 운영은 시운전의 안전성으로부터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원전과 국민의 안전확보 차원에서 현원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출처: “한수원 인력감축 정책이 원전안정성 위협한다” 2009.10.15

즉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이 지난 2008~2009년 사이 국내 원전수출 경쟁력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해 보죠.

대한민국의 발전이란 장강의 흐름에 각각의 대통령은 맡은바 시기에 일정부분의 공헌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악을 써도 그 흐름 자체를 180도 돌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임자가 남겨 놓은 것들, 즉 공이 되었건 과가 되었던… 남겨진 흔적들 위에서 작은 돌 하나를 올려놓거나 내릴 뿐이죠. 거기다 대고 어떤 대통령을 구국의 영웅으로 또 다른 대통령은 업적이 하나도 없는 대통령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눈앞의 현란한 공적(?)과 별로 티도 나지 않는 차세대를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을 얼마나 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우리나라 시민들도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냥 눈앞에 던져진 뉴스 조각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맡겨 놓을 일은 아니죠.

아무튼, 전임과 현임 대통령의 태도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쿠스틱 마인드님의 포스팅(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노무 현 대통령의 차이?)에서 염치불구하고 내용을 좀 빌려오겠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송승환 : 러시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그러는데 그날 사인하신 게 40억 불 효과가 있었다, 이런 얘기도 저희가 들었거든요.

노무현 대통령 : 아무래도 정치하는 사람이니까 약간은 부풀리죠. 저는 액수로 따져보진 않았는데 비슷하게 또 그렇게 얘기하는데요. 어떻든 우리 기업들이 이미 나가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다 마련해 놓고 그다음에 기업들 요청에 의해서 우리 정부에서 가 가지고 또 다 준비해놓고 하는데 대통령이 한 게 있다면 가서 마무리하는데 협상도 하고 이렇게 하는데 마무리를 빨리해야 또 다음 일로 넘어가는 데 안 되고 있던 일들이 많이 있죠. 대통령 온단다 이러니까 이게 몇 달씩 걸리던 일이 깔끔하게 빨리빨리 정리되고 해서 그래서 묶어서 서로 도장 찍고 또 그때 안 된 것은 대통령끼리 만나서 빨리하자고 대강 얘기해놓으면 그 뒤에 일이 좀 빨리 되고 이런 것이죠. 그러니까 대통령이 한 게 아니고 우리 기업들하고 공무원들이 다 해놓은 거죠. 제가 덕 좀 봤습니다.

출처 : 2004년 11월 5일 MBC 여성시대 출연 중에서


고노무 현 대통령의 경우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금년에 대한민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최초로 원전을 수출하는 등 커다란 경제적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면서 "새해에는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국제사회 주역으로 미래를 선도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회견 후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기자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장에 있던 한전 관계자들에게는 "죽다 살아난 기분이 어떠냐"며 초반 수주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 기자단과 참모진의 잇단 축하 인사를 받고는 웃으며 "내 입술이 부르튼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일보 - MB "원전시대 도래… 한국 진출 기회 커져" 중에서

자기 자랑, 즉 이미지 세일즈도 실력입니다만, 이명박 정부의 이번 원전 수출을 홍보하는 언론들의 기사를 보면 손발 정도가 아니라 창자가 다 오그라들 정도입니다. 지난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씹어 대는 것이 온 국민들의 놀이였고 진중하게 각 사안을 시민들에게 차분히 설명해 줘야 할 언론이 오히려 그 놀이의 리더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들과 실제로 현장에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수고한 공무원들을 배려하고 더불어 시민들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묵묵히 원자력기술 개발을 국가계획차원으로 승격시켜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바를 성실히 수행해 차세대에게 먹고살 거리를 마련해 놓은 대통령들이, 자기 PR에 주력하고 눈앞의 경영효율 증대로 장기적인 기술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보다는 역사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렇다면 우리나라 발전의 장강이 조금은 더 시민들이 살기 좋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 시기 원전기술 개발에 노력한 정부들을 싸잡아 무능한 좌파정권이라고 매도하고 자신들이 집권 후 저지른 원전기술 개발의 부정적인 조처들은 깨끗이 잊은 채 원전수주의 달콤한 과실만 챙기겠다는 태도는 좀…. 그렇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현장을 담담하게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언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딸랑이들로 바뀐 현 세태도 그렇고…. 충분히 전후 사정을 알 법한 논객들도 자신의 정파성에 휘둘려 영 엉뚱한 글들만 쏟아내는 것도 그렇고….

다 써 놓고 나니 좀 우울하군요.

 

(cL) Crete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0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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