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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잠수체의 미스터리

순수한 남자 2010. 4. 8. 16:23

괴잠수체의 미스터리
번호 130245  글쓴이 초모룽마  조회 1225  누리 175 (175-0, 6:29:0)  등록일 2010-4-8 11:38
대문추천 11


괴잠수체의 미스터리
(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10-04-08)


1866년은 수수께끼 같은 하나의 사건으로 장식된 해였다. 정말로 누구도 잊지 못할, 설명되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바닷가 주민들을 동요시키고 내륙지방의 민심을 들끓게 했던 온갖 소문은 말할 것도 없고, 그중에서도 뱃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부터 해상에서 많은 선박들이 ‘엄청난 물체’와 만나고 있었다. 이것은 기다란 방추형 물체로서 때로는 반짝거리기도 하는, 고래보다도 훨씬 크고 빠른 물체였다….

저급 신문들은 이 사건을 기회로 온갖 얘깃거리를 지어냈다…. 각종 신문에서는…‘모비딕’에서부터 물경 5백 톤이나 되는 선박을 촉수로 휘어 감는… 크라켄에 이르기까지 상상 속의 온갖 거대한 동물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상상력을 내세우는 기자들에 맞서 과학을 신봉하는 기자들은… 엄청난 글을 써야 했다…. 마침내 적잖은 영향력을 지닌 어느 신문은… 좌충우돌하며 여론을 괴물 쪽으로 이끌어갔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상상력이 과학을 굴복시켰던 것이다….

1867년 3월 5일… 모라비안 호는 어떤 지도에도 나타나 있지 않은 물체에 꽁무니를 부딪쳤다…. 당직 장교들이 급히 배의 후미로 달려갔다. 그들은 바다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배가 침몰한다!”고 외치면서 갑판 위로 뛰어올라 왔던 화물창 선원들의 외침이 없었더라면 선상의 누구도 이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흘수면 밑으로… 매끈한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이 순간부터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해상 사고들은 괴물의 탓으로 돌려졌다…. 대중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바다로부터 이 어마어마한 고래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요구했다. - 쥘 베른


쥘 베른씨! 하느님을 버리고 과학을 새로운 신으로 모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때, 저급 신문들과 그의 떡밥을 문 사람들이, 괴물을 믿고 과학을 무시하는 것에 열 받으셨소?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시오. 당신은 21세기 서해 부근에서 출몰하고 있다는 괴물체의 얘기를 듣지 못하셨소? 훨씬 더 센세이셔널 하고 미스터리한 그 사건 말이오.

당신은, 여론이 들끓고 온갖 얘깃거리가 지어지고, 공상이 과학을 굴복시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들은 모두 괴물의 탓으로 돌려지고, 마침내 대중들이 이 괴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소리친다는 상황 전개가 마치 생소한 것인 양 장황하게 쓰셨소. 댁은 너무 순진한 것 같소.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말이오, 그런 스토리 전개가 무려 50년이나 우려지고 있소. 원인을 알 수 없는 모든 사고를 ‘괴물’ (다른 말로 빨갱이요) 탓으로 돌려도 아직도 혹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요. 지금 서해에서 목하 진행 중인 미스터리가 ‘괴물’의 탓으로 마침내 공식적으로 돌려지게 되면 오랜만에 빨간괴물(괴뢰) 타도 대회가 열릴지도 모르오. 요즘 여기서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요. 꼭 궐기대회가 열리지 않아도 되오. 사람들이 그 괴물을 탓하기만 해도 반타작은 한 것이니.

쥘 베른씨! 144년 전 당시 괴물을 추적하여 그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고자 했던 당신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오. 당신은 유명한 과학신봉자이니. 실제로 저명한 과학자 아로낙스 교수를 원정 추격함 미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탑승시켰더구만요. 혹여 심해 괴물로 밝혀질 경우에 대비하여 작살꾼 네드랜드를 원정대에 합류시킨 건 애교로 봐줄 수 있소. 당신의 준비성 하나는 알아줘야 하오. 괴물추적을 위한 최강의 타스크포스 구성 완료. 화이팅!

추적 결과, 당신은 당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이 최대한 상상해낼 수 있는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밝혀냈소. 그때까지 쌓아온 인간의 지혜를 총합하여 그려낼 수 있었던 해저의 미스터리 괴물체 말이오. 당장은 어렵지만, 곧 실현될 과학의 미래.

실제로 당신이 발견한 괴잠수체는 88년이 지나 현실화됐소. 1954년에 진수된 핵잠수함을 통해 말이요. 영광스럽게도, 당신이 명명한 그 괴물체의 이름을 따서, 미 해군은 그 핵잠함의 이름을 노틸러스라고 지었소. 그만큼 당신의 노틸러스는 대단했던 것이오. 무제한의 자체 동력원, 두터운 몸체, 무서운 파괴력 그리고 빠른 스피드와 은밀한 기동으로 오대양을 제집 드나들 듯이 했던 잠수체, 게다가 그 선장마저 베일에 가려진 정체 모를 존재! 알려진 것이라고는 이름이 네모이고, 그가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나라를 아주 증오 - 신성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강한 - 하고 있다는 것뿐이오.

다 좋소. 하지만, 여기서 당신의 문제점을 하나 지적할까 하오. 네모의 그 증오가 딱히 노틸러스의 미션은 아닌 것 같았소. 다시 말하면, 당신은 노틸러스와 네모의 정확한 목표가 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오. 이것은 결정적 흠이오.

그래서 뭔가 부족하단 느낌이 드오. 노틸러스의 진짜 목적이 뭐요? 신비의 바다여행이요? 아니면 해저 과학탐사요? 그게 아니면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은둔자 소개? 네모의 목적이 그가 증오하는 나라의 함선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노틸러스호나 네모 그리고 그 부하들의 능력이 너무 과장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소? 한마디로 그 엄청난 능력들을 겨우 전함 한 척 가라앉히는 데 쓴다는 게 좀 허전하다는 거요. 그럴 거면, 굳이 해저 면을 걸어 다니면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 대륙을 구경하거나 수에즈의 해저협곡을 한 치 오차 없이 통과하여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지루하게 그려낼 필요도 없었소. 막상 네모가 그토록 증오하는 적국의 전함을 만났을 때, 노틸러스호가 주저주저하면서 전함을 훑는 것으로 상황이 끝나 버렸는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 한마디로 노틸러스는 너무 거창하오.

하여, 여기서 당신에게 노틸러스마냥 과도하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군더더기도 과장됨도 없이 명확한 미션을 깔끔하게 수행해내는 컴팩트한 잠수체 하나를 소개할까 하오. 얕보면 안 되오. 비록 덩치나 두께, 웅장함과 화려함, 지구력이나 작전반경 등등에서 노틸러스에 비할 수 없으나, 그 능력치는 노틸러스보다 훨씬 우수하니 말이오. 요약하면, 당신에게 소개할 이 잠수체는, 기름기 확 뺐음에도 불구하고 신출귀몰하기로는 노틸러스의 뺨을 때린다는 것이오. 더구나, 노틸러스는 미래에 실현될 과학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지금 소개할 잠수체는 현재 실제로 서해바다 속을 유유히 휘젓고 다니고 있소!

노틸러스호를 무시한다고 너무 서운해 마시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당신에게 위대한 과학이란 대체 뭔지, 그것이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무궁한 가능성에 대한 생생한 증거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요. 철저한 과학 제일주의자인 당신도 좋아할 거요. 자, 말이 길어졌는데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이 귀염둥이를 이제 소개하오.

2010년은 수수께끼 같은 하나의 사건으로 장식된 해였다. 정말로 누구도 잊지 못할, 설명되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민심을 동요시키고 들끓게 했던 온갖 소문은 말할 것도 없고, 그중에서도 특히 뱃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었다. 3월 26일 이슥한 밤, 모종의 비밀특수임무를 띤 괴잠수체가 레이더를 피해서 빠른 속도로 그것도 30cm의 시야 확보도 안 되는 깜깜한 바다 속을 엔진과 스크루의 소리와 진동조차 없이 스며 들어와 신종 경어뢰를 발사한다…. 1,200톤이나 되는 초계함은 순식간에 두 동강 나고… 괴물체는 첩보위성이나 이지스함, 그리고 그물 같은 감시망에도 전혀 발각되지 않고 귀신처럼 빠르게 어둔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은밀한 기동과 가공할 파괴력!

게다가 이 잠수체가 쏜 어뢰는 칼로 깎아낸 듯이 반듯한 절단면을 만들어내는 귀신같은 솜씨를 가졌을 뿐 아니라, 화약 냄새도 화염도 없어 승조원에게 전혀 화상을 입히지 않는다. 폭발할 때도 물은 한 방울도 튀기지 않으며 파편도 물론 없다. 그야말로 귀신같은 스텔스 테크놀로지! 또 함체에 직접 닫지 않지 않고 근처에서 폭발하더라도 그 충격만으로도 함선의 쇄골을 부러뜨린다. 심지어 어뢰가 부딪치는 순간 승조원을 기절시킬 뿐 아니라 기억까지 지워버리는 정신파괴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폭발음만 빼면 이렇게 “친환경 녹색” 신병기가 따로 없다…. - 찌라시 종합


더구나 이 잠수체의 선장은 네모의 그런 성스런 분노조차 없었소. 냉정하게 타격을 완수하고 다시 모처로 신속히 복귀한 것이오. 네모처럼 질질 끌지 않았단 말이오. 노틸러스보다 훨씬 미스터리요. 일격필살의 타격력은 기본이고 스텔스, 녹색 친환경, 정신파괴 기능까지! 쥘 베른씨, 어떻소? 과학의 승리를 주장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소?

아, 더 기막힌 게 있소. 이건 진짜 비장의 카드요. 아래 사진을 보시오. 잠수정에 탈부착도 가능한 쾌속정이오. 무지하게 빠를 뿐 아니라, 더 놀라운 것은 여기에 어뢰를 장착할 수 있다는 거요. 만에 하나, 잠수정의 어뢰가 목표를 놓치면 이것을 띄워 목표물에 빠르게 접근, 어뢰를 쏘고 튀는 거요. 이것도 실패하면? 걱정 마시오. 사람이 어뢰를 들고 직접 목표물에 돌진하는 거요. 2차대전 때 일본군이 쓴 작전으로, 좀 수준 낮기는 하지만 성공확률이라는 면에서는 따라올 수 없소.

더 놀라운 게 있소. 이렇게 신출귀몰한 괴잠수체를, 수십 년간 자력갱생을 외쳐야 할 만큼 사정이 매우 어려운 나라에서 만들었다는 거요. 어려울 때 이 정도인데, 사정이 조금 좋아지면 어떻겠소? “암초로 변신하여 잠복하고 있다가 잠수정으로 다시 변신, 공격하고 또 공중으로 날아가다 도중에 둘로 쪼개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함포사격을 받으면 육지로 상륙해서 달리기도 하며, 출항 땐 중형이었다가 작전 중엔 소형이 되고 작전 끝나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리는” 그런 트랜스폼 기능도 쉽게 갖출 수 있을 거요. 트랜스포머라는 영화를 보시면 이해가 쉽소. 그렇다면, 미국이 자랑하는 니미츠 항모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지 않겠소?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요. 너무 충격받지 말기를.

이 괴잠수체가 홀연히 종적을 감춘 2~3일 동안 초계함이 두 동강 났소. 그런데 아직 그 원인이 아직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당근 범인은 기밀행동의 진수, 그 잠수체 아니겠소? 마치 144년 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모든 해상 사고들이 “괴물의 탓”으로 돌려졌듯이 말이오.

쥘 베른씨, 당장 그것을 추적하여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자는 촉구의 글을 쓰시오. 144년 전에도 그랬듯이 다시 추격대를 조직해야 하오. 미 태평양함대에서 최신예 이지스함을 차출하고 아로낙스급 전문가도 꼭 태우시오. 이 임무는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노틸러스 추격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니 각오 단단히 하시오. 아, 노틸러스의 네드랜드처럼 괴력의 작살꾼도 꼭 태워야 하오. 알맞은 사람을 한 명 추천하오. 조갑제 선생이오.

곧 대중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바다로부터 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또 요구할 것이오. 쥘 베른씨, 그전에 저 미스터리한 잠수체와 그 선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시오. 이제 노틸러스 따위는 잊고.

 

(cL) 초모룽마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3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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