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스크랩] 그 많던 다슬기는 어디로 갔을까?

순수한 남자 2010. 4. 23. 15:40

환경 지키이 최병성 목사님의 글 입니다.

라디오인 www.radioin.kr 에서 매주 목요일 우리의 환경 이야기 방송도 하신답니다

목요일 저녁 8시부터 ..

  
▲ 멀쩡한 계곡에 자연형 하천 공사를 하는 현장 버들치가 살던 계곡에 자연형하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썩은 녹색 그 자체입니다.
ⓒ 최병성
4대강

알록달록 산을 수놓던 단풍잎도 다 떨어지고 숲의 모든 나무들이 겨울 침묵 속으로 빠진 요즘, 오히려 녹색이 쑥쑥 번성하는 신기한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안양시 수리산의 자연형 생태하천공사 현장입니다.

 

숲이 우거져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수리산 자락을 흐르는 수암천입니다. 안양시에서 지난해부터 수암천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공사를 하였습니다. 하천 바닥을 파서 산속 계곡을 운동장처럼 넓혔고, 하천 둑에 돌 축대를 쌓고 그 돌 틈에 철쭉과 조팝나무를 심었습니다. 이게 안양시가 수암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만든 공사입니다. 

 

  
▲ 하천바닥을 포클레인이 뒤엎은 현장 석축을 쌓는 자연형 하천을 만들기 위해 하천 바닥을 포클레인이 뒤집어 놓았습니다.
ⓒ 최병성
4대강

산속 계곡을 자연형 하천으로 만든 결과, 추운 겨울인 이때에 하천 바닥은 녹색으로 무성합니다. 곳곳에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부착성 조류가 하천 바닥을 가득 덮고 있습니다. 

 

나무토막을 주워 청태를 들춰보았지만 얼마나 두텁게 자라있는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치 누군가 초록색 군용 담요를 하천에 깔아 놓은 듯합니다. 하천 바닥이 추위에 얼지 않도록 담요를 덮어준 것도 아니고, 산속 계곡에서 파래를 양식하는 것도 아닌데 하천 바닥은 녹색 천지입니다.

 

  
▲ 녹색 담요? 파래 양식? 아리송합니다. 산속 계곡에 녹색 담요을 덮어 준것인지, 아니면 파래를 양식하는 것인지 참 아리송합니다. 하천 바닥을 파헤친 결과 계곡 물이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최병성
4대강

  
▲ 담요가 되버린 부착성 조류로 인해 죽어가는 하천 하천 바닥이 죽음으로서 부착성 조류가 심각하여 마치 담요처럼 하천 바닥을 뒤덮고 있습니다.
ⓒ 최병성
4대강

담요처럼 두터운 부착성 조류 덩어리를 들추자 코를 들 수 없을 만큼 악취가 진동을 하였습니다. 하천이 썩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과연 자연형 생태하천 공사는 녹색을 쑥쑥 자라게 하는 대단한 공사입니다. 단 녹색은 녹색이되 죽음의 녹색이라 문제입니다.

 

  
▲ 녹색 천국 자연형 하천공사 자연형 하천 공사 결과, 녹색으로 하천이 가득합니다.
ⓒ 최병성
4대강

 

  
▲ 수질 정화 기능을 상실한 하천 하천 바닥을 파헤친 공사가 이뤄진 곳은 상류에도 수질 정화 기능을 상실하여 물속에서 부착성 조류가 심각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 최병성
4대강죽이기

자연형 하천 공사로 사라진 청정 계곡

 

이곳의 자연형 하천공사를 하기 전에 하천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시겠지요? 지난 해 공사 전에 이곳을 산책하며 물이 맑고 아름다워 찍어 놓은 사진입니다. 만약 이 증거 사진이 없었다면 아마 제가 거짓말한다고 했을 것입니다.

 

포클레인으로 하천을 뒤집기 전에 수암천은 맑은 계곡 물이 흐르고, 그 물 속에 버들치들이 여유로운 몸짓으로 노닐고 있었고, 놀랍게도 하천 바닥이 까말 정도로 다슬기가 가득한 청정 계곡이었습니다. 버들치와 다슬기만이 아니라 도룡뇽 또한 가득한, 살아있는 하천이었습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 청정 계곡을 자연형 하천으로 만드는 공사를 하여 녹색 융단을 깔아놓은 썩은 하천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자연형 하천 공사가 멀쩡히 살아있는 아름다운 계곡을 죽음의 계곡으로 파괴한 것입니다.

 

'자연형'이란 이름을 붙인다고 모든 것이 다 자연을 살리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역시 '녹색'과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고 있지만, 결국 살아있는 4대강을 죽이는 구호에 불과할 뿐입니다. 

 

  
▲ 버들치와 다슬기가 가득했던 살아있는 계곡 자연형 하천공사를 하기 전에는 이처럼 버들치와 다슬기가 가득했습니다.(까만 점 같은 것이 다슬기입니다) 그 어디에도 녹조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연형 하천 공사 덕에 이 아름다운 생태는 사라지고 녹색만이 가득합니다.
ⓒ 최병성
4대강

  
▲ 도룡뇽 알과 갓 부화된 개구리 올챙이들 이곳 수암천은 물이 맑아 버들치만이 아니라 도룡뇽 또한 가득할 정도로 살아있는 하천이었습니다. 그러나 하천 바닥을 파헤치는 공사로 인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 최병성
4대강
 
하천 바닥을 파면 하천이 죽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

 

안양시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하여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만들었건만, 하천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천의 생명은 하천 바닥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천 바닥에는 수많은 수서 곤충과 미생물이 살아갑니다. 이들이 하천에 있는 영양물질을 분해하여 늘 맑은 물이 유지되게 하는 것입니다. 하천 바닥에 살아가는 수서곤충과 미생물들은 인간에게 맑은 물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천연 수질 정수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 하천 청소부인 다슬기 다슬기는 하천 바닥을 오가며 바닥의 유기물을 먹어치우는 청소부입니다. 다슬기가 사라지면 강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 최병성
4대강

많은 사람들이 건강식으로 즐겨먹는 다슬기 또한 하천 바닥의 소중한 청소부입니다. 다슬기는 뾰쪽하고 딱딱한 껍질에 갇혀있는 느림보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늘 하천 바닥을 돌아다니며 바닥에 쌓인 유기물들을 먹어 치우는 놀라운 살아있는 정수기입니다. 다슬기가 영양가가 많은 것은 이렇게 하천 바닥에 쌓인 유기물을 먹고 자라기 때문입니다.

 

하천은 단지 물고기만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입니다. 사라져가는 반딧불을 볼 수 있으려면 다슬기가 꼭 필요합니다. 반딧불 애벌레는 하천 물속에 들어와 다슬기를 먹고 자랍니다. 다슬기가 사라지면 먹이를 잃은 반딧불이도 사라 같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 모래를 먹었다 내뿜고 있는 민물 조개 강물 속에 사는 민물 조개 역시 수질을 맑게 하는 청소부입니다. 바닥의 모래를 먹고 뱃는 과정에 오염물질을 청소하는 것이지요. 지금 조개가 모래를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장면입니다. 기막힌 순간이 카메라에 찰칵되었습니다. 이렇게 강의 생명들은 강의 수질을 맑게하는 중요한 역활을 합니다.
ⓒ 최병성
4대강

모래와 자갈이 필요한 이유

 

강물 속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물고기와 저서 생물들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강바닥에 있는 자갈과 모래에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갑니다. 이들은 하천 바닥에 있는 유기물들을 먹고 분해하여 물을 맑게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강바닥에 모래와 자갈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수질 정화하는 자갈 실험 자갈을 넣은 어항은 수질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정인석님의 '인간 중심의 자연관 극복'이란 책에서 찾았습니다)
ⓒ 최병성
4대강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두 개의 어항에 한쪽은 물만, 다른 한쪽엔 물과 자갈을 담고 똑같이 산소 기포기를 통해 산소를 넣어 주었습니다. 차이는 단 하나, 자갈이 있고 없고 뿐입니다. 얼마의 시간이 경과한 후, 두 개의 어항엔 놀라운 차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산소만 불어넣어준 어항은 수질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갈이 있는 곳의 어항엔 BOD와 암모니아성 질소가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수질이 맑아진 것입니다.

 

어항 속에 물이 맑아진 이유는 자갈 표면에 붙어 자라는 미생물들이 물속에 오염물질을 분해했기 때문입니다. 하천에 모래와 자갈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안양시가 자연형 하천을 만든다고 하천 바닥을 파헤침으로 하천 생태계를 완전히 망친 것입니다. 무자비한 포클레인 바퀴 아래 물속에 살아가는 버들치와 다슬기와 도롱뇽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낙엽을 분해하는 수많은 수서곤충들과 사람 눈엔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파괴되어 자연 스스로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상실케 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이 4대강 죽이기인 이유

 

정부가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22조원의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여 4대강사업을 추진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대로 4대강 사업이 완공되면 4대강은 정말 녹색이 될 것입니다. 단 녹색은 녹색이되 안양 수암천처럼 죽음의 녹색이 될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을 평균 6m 깊이로 파내고, 20~40km 거리마다 보를 세우는 일입니다. 강바닥을 파내는 4대강 준설의 결과는 강을 죽이는 일입니다. 안양 수암천 사례에서 보았듯이, 강의 생명은 강바닥에 있기 때문입니다.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파내어 강이 지닌 자연 스스로의 정화 기능을 파괴한다면 강이 죽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과학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기본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정수장에서 강에서 취수한 물에 '응집 약품 투입'-'응집침전기'-'급속여과기'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사람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물로 만듭니다. 이때 강에서 취수한 물을 맑게 하기 위해 여과기를 통과하는데, 이 여과기란 물을 모래에 통과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 정수장의 모래 여과기 정수장에서 물을 맑게하기 위해 모래를 통과시킵니다. 강의 모래는 강에서 여과 기능, 수질 정화기능, 생태계 보존 기능을 하는 강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강에서 모래를 파는 것은 강을 죽이는 일입니다.
ⓒ 최병성
4대강

 

이처럼 정수장에서조차 강물을 맑게 하기 위해 모래를 사용합니다. 강의 모래와 자갈은 강물을 맑게 하는 여과 기능과 모래와 자갈 표면에 미생물을 살게 함으로써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 그리고 모래와 자갈을 터전 삼아 다양한 물고기와 수서 곤충 등의 많은 생명들이 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강의 근간인 모래와 자갈을 파 없애는 것입니다. 4대강사업이 '4대강 죽이기'라 말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준설하면 강이 죽는다는 것은 환경부가 더 잘 알고 있다

 

강바닥을 준설하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은 누구보다 환경부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05년, 국토해양부가 한강 상류의 홍수를 예방한다며 한강 준설을 계획하자, 환경부는 한강 바닥을 파내는 준설이 수서 생태계를 파괴하여 자정 정화 기능의 저하를 가져와 수질이 악화된다고 반대하였습니다. 환경부가 국토해양부에 한강 준설사업을 반려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천 밑바닥에는 저서생물, 박테리아 등에 의한 유기물 분해 작용과 각종 오염물질의 환원 작용 등 궁극적으로 하천정화 기능으로 이러지는 다양한 작용이 일어남. 따라서 하상을 준설할 경우 수질 정화 기능의 상실이 예상, 상수원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됨."

 

'녹색'이라는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시작하는 4대강사업은 기초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4대강 죽이기에 불과합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과학은 없습니다. 물을 확보한다며 강바닥을 깊이 파고, 20~40km마다 보를 세우는 이런 미친 나라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강바닥을 파고 보를 세우면 강의 생명이 파괴되고 수질이 악화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 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4대강 사업 관련 세미나에서도 홍사덕 의원은 "수량 확보와 홍수조절을 위해서 준설하고 보를 설치하는 등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한 외국 사례가 있나"라는 질문에 4대강 사업 찬성론자로 이날 강연을 맡은 명지대 윤병만 교수는 "사실 이렇게 대규모로 하는 사업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고 대답했다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강의 준설로 강 스스로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파괴하고, 보를 세워 물이 흐르지 못하면 그 결과는 물이 썩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입니다. 4대강 사업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생명의 강을 죽이는 미친 짓이 분명합니다. 

 

한 입으로 두 말 하며 거짓말이 판치는 세상이 서글프다

 

요즘은 한 입으로 두 말 하기가 유행입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며 본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국가의 100년 대계를 위해 세종시는 절대 원안대로는 안된다고 한 입으로 두 말 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라고 비난하던 사람이 총리가 되자 친환경 사업이라고 서슴지 않고 한 입으로 두 말 하고 있습니다.

 

한강을 준설하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모래를 준설한다 할지라도 홍수가 예방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던 환경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준설하고 보를 세우는 4대강 사업이 친환경 사업이라고 한입으로 두말하며 4대강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강바닥을 파면 강이 파괴된다는 기본 진리가 정권에 입맛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뿐입니다.

 

4대강에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맑은 산속 계곡이 자연형 하천공사로 인해 녹조류만 가득해졌듯, 아름답던 4대강 역시 조만간 가짜 녹색 공화국 이명박 정부에 의해 썩은 녹색으로 신음하게 될 것입니다. 아~ 포클레인의 무자비한 삽질 아래 신음하는 4대강의 생명들이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저 신음 소리와 함께 제 눈에도 눈물이 흐릅니다.

 

신이시여, 고통받는 강의 생명들을 굽어 살펴주옵소서! 

출처 : 사람사는세상
글쓴이 : 사람사는세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