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만든 비극’ 남한강 꾸구리의 죽음
[한겨레] 사람처럼 눈꺼풀 있어 눈 뜨고 감는 희귀종
'막고 푸기식' 4대강 공사로 서식처 사라져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이 개울을 막고 물을 품어 물고기를 잡는 것을 본 적 있다. 물이 줄어들면서 팔뚝 만한 붕어나 메기가 미친 듯이 돌이나 흙속을 파고들며 도망치다가 잡혔다. 결국은 어린 물고기까지 깡그리 잡혀 솥에 던져졌다.
요즘 이런 식으로 천렵을 하다간 자연파괴란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법정보호종이 안에 살고 있다면 벌금이나 징역형까지 감수해야 한다.
죽은 물고기는 대부분 누치였지만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준설회사가 파묻은 물고기 속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된 꾸구리 한 마리를 확인했다.
꾸구리는 한강, 임진강, 금강의 물살이 빠른 여울에 서식하는 모래무지아과의 물고기이다. 우리나라 담수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빛의 세기를 감지해 눈꺼풀의 크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 밝은 곳에서는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세로로 길쭉해진다.
이 때문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할 수 있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골재채취와 보 건설 등의 서식처가 사라져 급격히 줄고 있는 희귀종이다.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는 부처울습지, 백석리 섬 등 홍수 때 범람하는 모래섬과 여울이 많아 국내에서도 꾸구리의 주요 서식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12월 이포보 공사현장에서 어류조사를 한 민물고기 동호인 전형배(다음 카페 '어살이' 운영자)씨는 "1시간 동안 3마리의 꾸구리 치어를 확인해 이곳이 번식지임을 알 수 있었다"며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1월 조사에서는 10분에 3~4마리를 확인할 수 있어 개체수가 줄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가물막이를 하는 구역 안에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진강 상류인 경기도 연천군에 건설중인 군남홍수조절댐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4대강 보와 규모가 비슷한 길이 658m, 높이 26m의 군남댐 공사가 지난해 11월 시작돼 가물막이 공사를 하자 연천군 어민들이 물고기가 떼죽음한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민들은 가물막이로 둘러싼 구역의 물고기 수를 100만 마리라고 주장했고, 사업자인 수자원공사는 2만~3만 마리 정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수자원공사가 어류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맡겨 조사한 결과 가물막이로 파괴될 1만8천㎡ 구간의 민물고기 피해규모는 약 25만 마리로 추산됐다. 애초 이 곳에는 40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도 10여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아닌 10종만 확인됐다. 실제 피해 규모는 용역 조사에서 추정한 것보다 클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다. 결국 수공은 어민들에게 2억원 상당의 어류 치어 25만 마리를 방류하기로 합의했다.
임진강의 예를 4대강에 적용하면,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백만~수천만 마리의 물고기가 목숨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나자 여주 준설공사 관계자가 "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내 강물에 풀어놓으려 했지만 너무 물고기가 많아 살릴 수 없었다"고 말한 데서, 공사구간에서 죽어갈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남한강의 이포보~강천보 구간은 한강에서 자연성이 살아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서, 꾸구리, 돌상어 등 멸종위기종의 주요한 서식지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서식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2012년까지 꾸구리와 돌상어의 증식·복원 사업에 착수했을 뿐 공사과정에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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