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해라. 전쟁과 평화. 너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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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5-27) 레마르크의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살아 있는 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사랑하는 여인의 편지를 읽는 병사에게 저격병이 총을 쏘고 병사는 기도한다. ‘이 편지를 다 읽을 때까지만 쏘지 말라.’ 총알이 날아온다. 그의 손에서 편지가 떨어지고 개울물에 흘러 흘러 사라진다. 그의 죽은 영혼이 물길을 따라가며 연인의 편지를 읽을까. 20대 초 이 영화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살아난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 그 처참한 비극의 현장, 폐허의 잿더미 위에 암울하게 떠도는 젊은 영혼들의 호곡 소리가 가득한 그곳, 그것이 전쟁이다. 모든 것의 끝이다. 천안함에서 죽어 간 우리의 자식들, 그들 하나하나마다 어떤 역사가 있을까. 어머니의 사랑이 연인의 사랑이 친구의 우정이 묻어 있는 편지가 그들의 마지막 손안에 쥐어져 있지는 않았을까. 6·25때 겪은 포성이 잠결에 환청처럼 들려온다. 전쟁이 바로 눈앞에 온 듯 소름이 끼친다. 전쟁을 할 것인가. 해라. 그 대신 할 말이 있다. 군대를 면제받은 자들은 법의 이름 뒤에 숨는다 해도 그들의 자식들만은 반드시 전쟁에 내 보내라. 너희들이 면죄 받은 전쟁에서 다른 젊은 애들과 똑같이 싸우고 다치고 죽는 그런 모범을 보여라. 후방에 있으면 전방으로 보내라. 외국유학 중이면 귀국시켜라. 그래야 너희들의 진정성을 국민이 믿는다. 우리는 지금 경제 대국이라고 한다. 정부가 그렇게 말한다. 세계 10위권이라고 한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되는가. 냉정하게 생각하자. 권력을 쥔 자들도 돈을 많이 가진 자들도 땅을 많이 가진 자들도 다 함께 생각하자. 한나라당의 정몽준이 말했다. “이제 천안함은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 정치에 이용했다는 고백이다. 왜 이용했는가.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안다. 그 결과 온 것이 무엇인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25일 단 하루에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 4,000억 원, 코스닥 시장에선 4조 5000억 원 등 총 28조 9,000억이 날아갔다. 남북관계가 좀 더 악화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20%만 적용되어도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무려 193조 원의 자산이 사라진다. 한국경제는 신인도에서 부정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유럽의 금융 악화와 한국의 북풍이 연계돼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타격을 받아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이 초래된다. 어느 정신 나간 외국인이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한국에 투자를 한단 말인가. 투자했던 것도 모두 찾아가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제인 출신이 아닌가. 모른단 말인가. 알면서 그런단 말인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한은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다. 1조 5천억의 직접 투자 손실과 연간 2조 8천억 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된다. 남한의 협력업체 손실까지 포함하면 무려 6조 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하고 특히 26만 명의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을 찍는 표가 우리 국민 다 죽이는 전쟁으로 돌아온다.” “국방부 장관이 언급한 자위권은 최소한 국지전 발발을 뜻한다.” “국지전이 일상화된 한반도가 한나라당이 말하는 지속적이고 안정된 평화의 나라인가.” “중간평가 성격을 띤 지방선거에서 패배를 모면해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수많은 젊은이와 국민들의 목숨을 제물로 바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그대로 그냥 둘 수 없다.” 이정희의 절규가 가슴을 친다. 유시민의 절규가 처절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자들, 자기들은 권력 쓰고 빽 쓰고, 핑계 대서 군대 안 가 놓고, 자식들도 군대 안 보내 놓고 선량한 우리 국민 자식들이 다 군대가 있는데, 전쟁의 불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불장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전쟁이 좋으면 당신네 자식들부터 군대 보내란 말이야!” 한나라당과 정부의 강경대응이 한계를 넘어 ‘전쟁 위기’로 치닫자 결심을 하고 ‘전쟁준비’에 비판한 것이다. 남의 염병(장티푸스)이 내 고뿔(감기)만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자식이 군대에 가서 무슨 일을 당하든 내 자식 손가락만 안 다치면 된다는 것과 같다. 젊은 시절 군대 안 간 애들 폼 잡고 다니던 꼴을 기억한다. 고관대작들의 자식들이었다. 아예 외국으로 유학 보냈다. 군대에 가도 국방부나 육군본부 같은 소위 편한 곳에 근무했다. 자기 자신이 군대 안 간 것은 당연하다. 전쟁 중에 이승만이 지시로 고등학생들이 관제 휴전반대 데모를 했다. 그때 혈서 쓰던 친구 놈이 있었다. 애비가 정부 고위관리였다. 혈서 쓰는 것을 지나가던 군인이 보고 한마디 했다. “이 새끼야. 니가 일선에 가서 싸워.” 지금 군대 면제된 국가안전회의 일부 구성원들은 그때 무엇을 했을까. 그들의 자식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국민의 오해와 실망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은 헷갈린다. 무엇이 진실인가. 언론이 진실을 알려야 한다. 기자라는 인간들에게 대답을 요구한다. 너희들 뭐 하는 인간들이냐. 너희들이 아는 진실은 무엇이냐. 신문을 도배하고 뉴스를 뒤덮는 화면이 진실이라고 너희들은 믿느냐. 너희들이 쓰고 너희들이 찍어 만들어 내는 뉴스를 보면서 지금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겁에 질려 떠는 줄 아느냐. ‘우리는 이렇게 쓰고 싶어 쓰는 줄 아느냐. 누구는 이렇게 보도고 싶은 줄 아느냐.’고 변명을 늘어놓을 테냐. 너희들은 박정희 독재 때도 그렇게 대답했고 전두환 독재 때도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어디 가서 명함 내밀고 기자라는 대답이 나오는가. 취재하겠다는 말이 나오느냐. 언론학자들 대답 좀 해라. 민주언론 아무리 토론해도 소용없다. 당신들이 가르치던 제자들이 바로 기자다. 핸드폰 뚜껑 열어라. 제자들에게 전화해라. 제대로 보도하라고 야단을 쳐라. 모가지 떨어질까 봐 못한다고 하면 이렇게 대답해라. 한 놈이 덤비면 간단히 처리하지만 모두가 덤비면 모가지 못 자른다고. 설마 언론학자들도 모가지 날아갈까 말 못하는 것은 아닌가. 전쟁 나고 종군기자 하면 멋질 줄 아는가. 총알은 기자라고 봐 주지 않는다. 처자식을 생각하라고 해라. 애인을 생각해서 바른 대로 보도하라고 해라. 국민에게 묻는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쟁을 조장하는 인간들의 욕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정몽준이 천안함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자고 요구했듯이 그들의 공포조장 이유는 명백하게 밝혀졌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표다. 선거에서 행사하는 한 표다. 정치하는 놈들은 모두가 그놈이 그놈이 아니다. 그중에 좋은 놈도 있다. 모두가 도둑놈인데 투표해서 뭘 하느냐는 소리는 하지 말라. 도둑놈이 아닌 정치인도 있다. 그를 가려내야 한다. 열 번 도둑질한 놈과 한 번 도둑질한 놈은 다르다. 한 번 한 놈이 좀 낫다. 선거가 성인군자 뽑는 대회가 아니지 않은가. 민주주의는 차악의 정치다. 덜 나쁜 놈 선택하면 잘하는 것이다. 택시를 타 봐라. 한 마디만 물어보라. 요즘 살기 참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된다. 기사 분이 하차 명령 내릴 것이다. 이것이 민심이다. 누가 누군지 모르면 알아야 한다. 옆에 사람한테 묻고 자식한테 묻고 아버지한테 물어라. 애인한테 물어라. 요즘 투표 안 하면 키스도 안 해준다고 한다. 키스가 문제가 아니다. 신발 거꾸로 신어라. 그런 인간들 절대로 애인자격 없다. 야당 정치지도자들도 대답 좀 해 봐라. 당신이 정치를 몰라서 그런다는 식의 대답은 지겹도록 들었다. 솔직히 대답해라. 그렇게 무서운가. 좌빨이라는 색칠이 그렇게 겁이 나는가. 그렇다면 정치를 그만둬야지. 정치는 하고 싶고 그래서 노무현 정신은 죽도록 우려먹으면서 왜 절절매는가. 정치공학이라고? 이게 정치공학이냐. 386들 뭐 하냐. 박정희 전두환 때도 목숨 걸고 싸웠다. 이제 나이 먹어 기운이 달리는가. 처자식들이 걱정인가. 당신들이 비실거리면 당신의 자식들이 사람 노릇 못하고 살게 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존경할 것이다. 왜 존경하는가. 열두 척의 배로 수십 배의 왜적을 물리쳤다. 야당의 사람이 없는가. 있다. 다만, 사람 같은 사람이 없을 뿐이다. 노무현 팔지 말라. 노무현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3당 합당 당시 의원총회에서 김영삼을 규탄하던 노무현의 동영상이 있다. 그게 쇼로 보이던가. 쏘아대는 최루탄을 피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노무현이 거짓이었던가. 전쟁은 정말 무섭다. 정말 싫다. 전쟁을 겪었기에 더욱 무섭다. 손자 손녀 재롱떠는 것을 보면 더욱 무섭다. 저것들이 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이 되면 어쩌나. 우리가 잘못 해서 저것들이 제 명을 살지 못하고 죽으면 어쩌나. 가슴이 터진다. 하루에 칼럼을 두 편씩 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내가 연설을 잘하니 선거유세를 다닐 것인가. 돈이 많으니 후원금을 억수로 많이 낼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재주라고 글 쓰는 것밖에 없다. 글이라도 부지런히 써야지. 글이라도 써서 노무현 정신을 알려야지. 한밤중에 일어나 글을 쓰다가 눈물을 펑펑 쏟는다. 누가 보면 미친 늙은이라고 정신병원에 데리고 갈 것이다. 정말 싫다.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들은 한 가지를 명심해라. 이 나라는 너희들의 것만이 아니다. 너희들의 조상들이 살아왔고 우리의 조상이 살아왔고 우리 모두의 자손만대가 살아갈 땅이다. 제발 빈다. 애원한다. 권불 10년이라고 하지 않더냐. 권력은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쥐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백 년 천 년 권력 누릴 생각을 말라. 전쟁 터지면 그나마 권력도 잃는다. 목숨도 잃는다. 너희들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판하지 말라. 하느님이 벼락을 내린다. 국민이 하늘이다.
2010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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