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밤하늘을 밝힌 촛불.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순수한 남자 2010. 7. 5. 12:03

밤하늘을 밝힌 촛불.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번호 179420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301  누리 428 (428-0, 18:57:0)  등록일 2010-7-4 19:34
대문 31


밤하늘을 밝힌 촛불,“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하늘을 이고 도리질을 쳐도 4대강 파괴는 더 이상 없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7-04)


7월 3일. 서울시청 광장은 활기찬 시민들로 꽉 찼다. 시민의 힘으로 찾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활짝 꽃 핀 날이다. 4대강 반대집회다. 분위기가 달랐다.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야간집회는 참여한 시민들의 표정부터 달랐다. 이래서 전쟁이 싫고 평화가 좋은 것이다.

▲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도시락을 펴 놓고 정답게 먹는 연인과 아들 딸 손잡고 나온 시민들. 지팡이 집고 나오신 어르신들. 편안한 얼굴들이다. 그러나 할 말이 많은 시민들이다. 질서유지 경찰관도 부드러웠다. 그들도 좋을 것이다. 이게 바로 민주주의 아닌가.

‘4대강 공사 중단, 7·3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엔 2만 여 시민이 모였다. 시민들이 왜 모였느냐고 묻는다면 어리석은 질문이다.

4대강 공사에 직접 참여한 대기업의 직원이 가족에게 한 말이란다.

‘저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자신이 꼭 역사와 민족 앞에 죄를 지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들뿐이겠는가. 4대강 개발을 홍보한답시고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는 관리들도 표정은 영 죽을 맛이다. 머리 똑똑한 그들이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어쩌랴. 바른 소리 해 봤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이익뿐이다. 어디 가서 억울하게 목 날라 갔다고 하소연 해 봤자 돌아오는 것은 못난 놈이라는 비웃음뿐일 것이다. 그래 가만 있자. 그렇게 죽어 산다.

이미 4대강 공사의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됐다.

낙동강 ‘구미보’의 상판에 균열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고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건축전문가다.

김진애 의원은 민주당 4대강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건축 전문가다. 그는 4대강 사업 보가 안전성 검증을 위한 수리모형실험 등을 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돼 부실 위험이 크다고 경고해왔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감리단에게 감리일지 제출을 요구했고 6월 17일자 감리일지에는 '권양대 상부슬래브 균열, 한맥기술에 권양대 구조검토 의뢰' 라고 뚜렷이 균열 사실이 기록돼 있었다.

한맥기술은 보 건설에 관여하지 않는 안전진단 전문 외부업체다. 거짓말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무게가 660톤에 높이가 11미터, 너비가 45미터나 되는 수문 2개를 보조 지지대가 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애초 이 보조 지지대는 설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보조 지지대 설치는 상층부위의 균열이 생기고 붕괴위험이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김 의원은“외부업체에 구조설계 검토를 맡긴 걸로 봐서 수문 시공과 관련해 구조물 안전 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콘크리트 타설 후 3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수문설치 시운전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다보니 부실공사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만약에 사고가 발생하면 어쩔 것인가. 말을 꺼내기조차 두려운 재앙이다. 빨리 먹는 밥은 반드시 체한다. 제트기도 굴러야 뜬다. 아무리 급해도 달이 차야 자식을 볼 수 있다. 설익은 음식을 먹는데 어찌 탈이 나지 않겠는가.

내가 하면 된다는 발상은 60년대 사고다. 4대강이 60년대 토목공사인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반드시 시행착오를 일으킨다.

그것이 한 사람만의 불행이라면 그냥 놔둬도 되지만 4대강은 우리 자손만대의 행복과 직결된 문제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수 천만 국민의 운명을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는 없다.

반드시 국민의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이라 믿는다.

▲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하며 당선된 광역단체장들.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 강운태 광주시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프레시안(최형락)

비가 오락가락 한다. 자리를 뜨는 시민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하나다. 6.2선거에서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이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4대강 중단을 공약으로 하고 당선된 단체장이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 속에 김두관 경남지사가 입을 열었다.

"시민들이 시간을 내서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을 꼭 다녀왔으면 좋겠다. 환경파괴 생명파괴 눈뜨고 볼 수 없다. 생명의 강을 지켜내겠다. 함께 연대·단결해서 우리의 환경을 지켜내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치권력에 의해 고초를 겪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위로의 박수를 보내자고 했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한명숙 총리 가까이 있던 노회찬도 분명히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박수를 쳤는지 보지 못했다. 안희정이 다시 말을 잇는다.

"민주주의와 선거는 바로 이런 맛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이기고, 또 이깁시다. 인간의 가치, 사람의 연대·우애를 중시하는 문화가 대한민국 주류가 되게 합시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일하겠습니다. 국가 균형발전 의지가 세종시를 지켜냈습니다. 4대강을 지키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문득 망상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은평 을에서 7.28 보선에 출마하는 이재오를 국민들은 4대강 전도사라고 부른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4대강을 선전했다. 이런 때 이재오가 나와서 4대강의 당위성을 설파하면 어떨까. 바로 이 자리에는 은평 을에 출마하려는 민주당 후보들과 국민참여당의 천호선 후보도 있다. 투철한 신념의 사나이, 거침없는 행동파 이재오가 한 번 해봄직한 일이 아닐까. 참 별 생각을 다 한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흘러라 4대강, 들어라 민심”

곳곳에 펄럭이는 펼침막 속에 야 4당 대표들이 등장해서 4대강 공사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회찬이 입을 열었다. 문득 다시 망상이 떠오른다. 만약에 노회찬 후보가 한명숙 후보와 연대를 해서 서울시장이 야권으로 넘어 왔다면 4대강은 어떻게 되었을까.

노회찬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꼭 한 마디 그가 해 주었으면 하는 말이 있었다.

‘서울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바로 이 말 한마디다. 이유는 다 알 것이다. 그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했다면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을까. 야유를 보냈을까.

서울의 밤하늘을 밝힌 수만의 촛불은 축제의 촛불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자연을 자연답게 보존하자는 비원이자 소망의 촛불이다. 저 소망이 청와대에는 들리지 않는 것일까. 촛불의 비원이 전달되지 않는 것일까.

2년 전 수십만의 국민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켜 들었다. 할아버지에서부터 할머니 어린이까지 미친 소고기 먹지 않겠다고 촛불을 켜 들고 저항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들으며 잘못을 깨달았다고 했다. 소통의 부재를 반성했다고 했다. 자신의 고백이다.

지금은 어떤가. 국민의 진정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죽어가는 강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인가.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죽어 떠오른 물고기의 시신을 보지 못했는가. 예고된 재앙이나 다름이 없는 4대강 개발이라는 미몽을 청계천과 비교하며 거리낌 없이 삽질을 하는 행위를 용기라고 착각하는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4대강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성공할 수 없는 일이기에 실패할 것이며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며 현실적인 이유로도 가능하지가 않다.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단체장들은 신념을 가지고 반대한다. 4대강 반대는 공약이다. 이들이 반대하면 결코 성공을 할 수 없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지만 그런 방법은 이제 박정희 전두환으로 끝났다.

비극적 종말이 훤히 보이는 4대강 사업이다. 이제 4대강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깨어나서 고통을 느낀다면 한 사람의 고통이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한다면 온 국민이 불행해 진다.

이미 장마로 4대강 공사가 9월까지 중단된다. 강을 파낸 산더미 같은 준설토가 장마로 무너지고 떠내려가면 어찌 될 것인가. 균열이 간 수문이 붕괴되면 어찌 되는 것인가. ‘흘러라 강물’ ‘들어라 민심.’ 얼마나  좋은 말인가. 아무리 불통 대통령이라도 이제 귀를 열어야 한다.

나라 사랑은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같다고 믿는다.

아집도 정도문제다. 한계를 넘으면 스스로 비극을 불러들인다. 

"이명박 정부가 독선과 오만을 버리지 않고 계속 4대강 사업을 고집하면 다시 촛불은 거대한 횃불이 될 것이다. 6.2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심은 이제 자신감을 얻었다.

민심의 요구를 허투루 들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처절한 '레임덕'을 겪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2년 전 촛불이 어떻게, 왜 타올랐는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 김영숙 씨가 한 말이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이 말은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2010년 7월 4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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