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은 노조의 방송복귀가 아닌 KBS의 양심복귀를 명령한다.

순수한 남자 2010. 7. 7. 20:25

국민은 노조의 방송복귀가 아닌 KBS의 양심복귀를 명령한다.
번호 180451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345  누리 430 (430-0, 19:59:0)  등록일 2010-7-7 14:13
대문 29


국민은 노조의 방송복귀가 아닌 KBS의 양심복귀를 명령한다
언론자유쟁취투쟁으로 폭발한 KBS 노조, “쪽 팔려 못 살겠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7-07)


‘아무리 바른말을 해도 KBS는 제대로 방송을 안 한다. 앞뒤 잘라버리면 난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런 방송과 왜 인터뷰를 하는가.’

KBS 기자라면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거부당하는 기자의 심정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견디기가 힘들겠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취재현장에서 카메라 기자는 제대로 촬영을 못 한다. 카메라가 망가진다. 얻어맞기도 한다. 도망가는 기자도 봤다.

그들은 기억하고 있다. 참여정부 정연주 사장 시절 신뢰도 1위라는 영예를 달고 폼 재며 취재를 할 때 환영을 받던 기억이다. 조중동이 기자 신분도 밝히지 못하고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취재를 할 때 당당히 KBS의 명찰을 달고 현장을 누빈 기억은 지금 아득한 감동과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박정희 시절 KBS 기자는 출입처 기자실에도 못 들어갔다. 너희들이 무슨 기자냐는 멸시를 당하며 공보관실 한구석에 쪼그리고 있었다. 그때 KBS에는 조정관이란 이름으로 나와 있는 중앙정보부원이 국장실을 발끝으로 툭툭 밀고 닫으며 드나들었다. 그들에게 비굴한 웃음을 던지던 KBS 간부들을 기억한다.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시절 KBS 기자는 시위현장에서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그때 그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시민들에게 한겨레 기자를 팔고 경향신문 기자를 팔았다. 지금 KBS 간부로 있는 기자는 그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자수첩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늙으신 부모님, 처와 자식들, 언론고시 본다고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참고 또 참았다고 한다. 참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면서 눈물을 삼켰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좋아지겠지 하면서 참았다.

언론민주화 투쟁의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90년 투쟁에서는 동료 기자가 목숨을 잃었고 노조위원장은 구속됐다. 그렇게 해서 얻은 언론민주화였고 언론자유고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 김인규 KBS 신임 사장(가운데)이 노조가 출근을 가로막자, 간부·청원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PD저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정연주 사장은 불법적으로 쫓겨났다. 대통령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가 사장으로 앉았다. 언론노조는 어용이었다.

지금 KBS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방송에서 기자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국민의 알 권리는 사라졌다. 리포트를 한 기자 자신도 저게 내가 취재한 기사인가 할 정도라고 한다. 국민의 욕설이 들린다고 한다.

언론이되 언론이 아니고 방송이되 방송이 아닌 오늘의 KBS에서 진실은 실종됐다. 세종시가 제대로 보도되었는가. 천안함이 기자의 소신대로 보도되었는가. 4대강은 있는 그대로 보도할 수 있는가. 영포회 사건은 국민의 관심 밖의 문제인가. 미디어법은 국민이 몰라도 되는 법안인가. 이명박 대통령 기사는 마사지하지 않았는가.

흔히들 조중동을 일컬어 왜곡 편파 과장 은폐의 전시장이라고 말한다. 민주언론운동가들이 그렇게 비난을 해도 조중동은 이제 만성이 되어 반응도 안 한다. 중병이 들었다는 증거다.

KBS는 다른가. 똑같다. 미치는 것은 기자요 PD다. 맨정신 유지가 힘들다. 어느 직업이든 마찬가지지만 방송은 신바람의 직업이다.

KBS 뉴스를 보기 위해 채널을 맞추면 바로 인내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KBS의 뉴스를 보고 예약녹화 해 놓은 MBC를 튼다. MBC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그래도 기자들의 눈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는가.

아니 기자들의 눈이 다른 것이 아니라 간부라는 인간들의 눈이 다른 것이다. 눈이 있되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귀가 있되 제대로 듣지 못하고 머리가 있되 제대로 생각을 못한다. 이게 KBS의 현주소다.

뉴스가 끝난 후 전화를 한다. 잘 아는 기자는 말이 없다. 그냥 죄송하다고만 한다. 죄송의 의미를 안다. 더 말을 안 한다. 그의 고통을 즐길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불쌍하다. 얼마나 꿈 많은 기자였던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남의 집 똑똑하고 귀한 자식들 멀쩡하게 병신을 만드는 데 대한 분노다. 그 과정을 잘 안다. 간도 쓸개도 다 빼 버린 간부라는 자들. 그들이 얼마나 뻔뻔스러운지 잘 안다.

참여정부 때도 줄을 타기 위해 원숭이처럼 재주를 부리던 인간들. 아부 아첨이 통하지 않았던 정연주 사장이기에 기자와 PD들은 마음 놓고 방송을 했다. 수십 년 KBS에 드나들던 나는 참여정부 때 KBS와 발길을 끊었다.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했던 내가 방송국에 드나드는 것이 무슨 오해를 불러올지 어떤 음해를 받을지 겁이 났기 때문이다. 내 딴에는 언론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데 언론사 사장 물망에 이름이 오를 때는 펄쩍 뛰었다. 대통령 후원회장 하던 사람이 언론사에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얼씬거리지 않은 것이 최선이다. 양반은 위험한 곳에 안 가는 것이다. 벼슬 안 한다. 이게 내 소신이었다.

부당한 정치권력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박정희의 5.16쿠데타 총성이 울렸을 때 제일 먼저 점령한 곳은 남산 KBS였다. 당시 군 복무 중이던 나는 현장에 있었다. 당직을 하던 박종세 최두헌 아나운서는 담 넘어 도피했다가 아침 5시 방송이 시작될 때 돌아왔다. 방송을 펑크 낼 수 없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방송은 엉망이 되었다. 국민의 방송과 공정방송은 사전 속에만 있었다. 그런 치욕의 역사를 겪어 온 KBS였다. 유신시절 KBS는 독재의 입이었고 나팔수였다. 나치 독일에 괴벨스라는 괴물이 있었다.

“거짓말 100번 하면 거짓말이 참말이 된다. 거짓말 백번에 한 번 참말을 더 하면 진짜로 참말이 된다.”

이것이 바로 괴벨스가 한 말이다. 지금 KBS 간부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괴벨스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KBS의 굴절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스스로 지성인으로 자처하며 불의를 고발한다는 언론인의 자부심은 버려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아래 무릎을 꿇고 살아야 하는 초라한 자신을 돌아보라. 자신들로 해서 죄 없는 후배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보았는가.

신뢰도 1위라는 명예와 어디를 가든 존경을 받던 KBS의 기자와 PD들이 똥 친 막대가 되어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 가련한 처지가 된 것이 안타깝지도 않던가. 선배는 나이가 많아서 선배가 아니다. 후배를 제대로 이끌어야 선배다. 지금 자신들이 후배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KBS 간부들이 있는가. 사장 김인규는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드디어 KBS가 일어섰다. 정말 이렇게는 못 살겠다고 일어선 것이다. 엄경철 기자와 새로운 노조는 KBS의 일그러진 명예를 되찾고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 대접을 받고 살자 하는 절망적 비원이 그들로 하여금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언론자유를 찾겠다는 결의로 뭉친 것이다.

KBS 현관 계단에 모인 얼굴들을 보면 정연주 사장 시절 빛나던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얼굴들이 보인다. 당당하게 정부를 비판하며 리포트를 하던 기자들의 얼굴이 보인다. 정치권력의 아픈 곳을 가차없이 강타하던 PD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때 그 방송을 보며 얼마나 사랑의 눈길을 보냈던가.

지금 그들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뒤에는 수많은 국민의 뜨거운 박수가 따른다. KBS 노조의 파업을 격려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은 진정 KBS가 지금까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무엇을 해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떡을 해 오는 국민이 있고 파업성금을 보내오는 국민도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던 KBS 질타하는 국민의 채찍이며 질책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특보 낙하산은 어김없이 분란을 일으켰다. 언론의 위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설사 강요된 것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그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더 국민의 질타를 받아야 하지만 이제라도 과거를 씻는 험난한 길을 걷는 것이 대견하다.

YTN의 구본홍, MBC의 김재철, KBS의 김인규, 이들은 모두가 기자 출신이다.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의 비리를 척결하고 어두운 곳을 밝히는 촛불이 되겠다고 다짐한 똑똑한 젊은이들이었다. 청와대의 이동관도 박형준도 문체부의 신재민도 기자출신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허문도도 기자 출신이고 국회의장을 한 김형오도 기자 출신이고 부의장을 한 이윤성도 KBS 기자 출신이다. 청와대 대변인 박선규도 KBS 출신이다. 김은혜도 기자 출신이다. 이동관 박선규 김은혜의 갈등이 보도됐다. 하는 꼴이 가관이다. 욕 좀 덜 먹으려면 보따리 싸야 한다.

지금 KBS의 파업을 보는 그들의 심정은 어떨까.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할 것인가. 비록 동조는 못해도 가슴으로나마 아파해야 인간이다. 김인규가 복귀명령이라는 것을 내렸다. 명령이란다. 웃자.

“30년 숙원인 수신료 현실화 작업이 구체화되는 시기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들이 일터를 팽개치고 떠났다”

“방송을 볼모로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회사에 대한 자해 행위이고 그 결과는 사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파업해 봤자 너희들 손해니 알아서 하라는 협박·공갈이다. 무노동 무임금의 칼을 빼겠지. 블랙리스트 발언과 관련해서 KBS가 김미화를 고소했다. KBS에 정말 할 일 없는 인간들 많다는 생각이다.

“조합원들의 강고한 대오에 놀란 경영진이 주말 파업 대책회의를 갖고 업무복귀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집단 지성과 집단행동의 힘으로 단단한 벽을 뚫자.”

엄경철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가짜가 아닌 진짜 노조위원장이다.

군사독재 시절이나 나치 시대에나 있었을 국무총리실 이인규의 민간인 시찰이 터졌을 때도 KBS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그러면서 시청료 인상이란 말이 나오는가. 아무리 철면피라고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

민주언론 쟁취를 위한 KBS 노조의 투쟁은 국민의 뜨거운 지지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숨죽이고 있던 기자와 PD들의 양심부활은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정부와 KBS 김인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들의 운명이 KBS 사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자는 다 기자가 아니다. 제대로 써야 기자다.
사람은 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다워야 사람이다’

국민과 함께 애증을 담아 보내는 충고다.

 

2010년 7월 7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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