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쿠크(Sukuk)의 역설 - 이자의 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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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공장 부지를 구매하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치자. 세법에 따라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내고 사업을 하는 중에는 꼬박꼬박 부가가치세와 소득 관련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고도 이익이 남았다면 사업은 일단 성공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은행에 돈을 갚을 차례이다. 원금에 더해 이자를 물어야 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이 클수록, 이자는 많아진다. 혹시라도 연체를 하면 연체이자가 붙는다.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은행의 경우에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연체가 되면 연체이자와 원금을 합쳐 새로운 대출을 받고 이에 따라 늘어난 이자를 무는 수도 생긴다. 사업이 실패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사채로 옮겨타면서 마침내 사업자는 이익은 물론 차입을 통해 구매한 공장과 여기에 더해 살고 있던 집, 심지어 보증인의 가산까지 탕진하게 되는 일이 없을까? 우리 옆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적지않게는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당사자 입장인 분도 있을 것이다.
작년에 이명박 정부는 이슬람 자본의 국내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국내 증권사와 은행들의 이슬람식 수쿠크(Sukuk) 기법 금융상품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슬람 금융의 특징은 이자가 없다는 것이다. “상업에 의한 이윤은 허락하고 있으나 고리대금에 의한 이자(利子)는 금한다.”라는 알라의 계시에 기인한 것인데, 이슬람에서 말하는 고리(高利)란 ‘고율의 이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된 원금 외에 부과되는 단 1%의 이자’라도 고리가 된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화폐불임설의 영향으로 중세에 이르기까지 단 1%의 이자 징수라도 죄악시하였는데, 이는 화폐의 목적이 교환에 있는 것이지 식리(殖利)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음을 의미한다. 이슬람 금융은 예금자나 이슬람 채권 투자자들에게 이자가 아니라 이들이 맡긴 돈을 샤리아(이슬람교의 율법이며 규범)가 금지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해 여기서 거둔 수익을 배당한다. 한마디로 투자의 개념이다. 이슬람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합작을 금하지 않지만, 이 경우 이익뿐만 아니라 손실까지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자본가나 노동자 중 어느 한 쪽이 부당한 이득을 보거나 부당한 손실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만일 사업이 이익을 내면 자본 또한 이익의 정당한 몫을 가져야 하고 손해가 날 경우에도 손실 또한 나누어 책임지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자본가들은 부유해지고 노동자들은 더욱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작금의 현실에는 이자가 커다란 병폐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이슬람의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수쿠크 채권에 대한 세제혜택 법안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작년 말에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수쿠크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나아가 이슬람 과격 세력의 테러 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으므로 반대했다는 것인데, 세제 혜택의 형평성은 타당한 지적이지만 엄청난 중동산 원유로 지탱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볼 때 테러 자금 운운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이슬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한 데에 있다.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이슬람식 자본이 확대된다면 서민 경제와 기업의 자금 유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터인데,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금 형평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세제 혜택을 주려 했을까 들여다보자. 이슬람 국가는 세금을 거두지 않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희사(喜捨)·자선(慈善)의 뜻으로 사용되는 자카트는 물론 이슬람 국가 또한 각종 세금을 거두고 있다. 우리와 똑같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법률안 취지는 실물거래 형식을 통해 수익이 배분되는 이슬람의 수쿠크 방식 채권에 대해 내용적으로는 이자 소득이므로 사업에 수반되는 세금은 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 이슬람 자본을 유치한 경우, 수쿠크 방식의 특성상 발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투자나 자산 리스 등 실체가 있는 거래를 통해서만 이익을 얻어야 한다. 예전처럼 금리를 매겨 사업자에게 대출함으로써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건물을 인수해 임대 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사업자와 제휴해 특정 사업에 참여해 배당을 받는 방법으로 이익을 거둔 후에 해당 이슬람 자본에 대해 원금과 수익을 갚고 채권을 회수하면 거래가 종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돈 표면에 ‘수쿠크’라는 이름을 써 달라는 것이다. 이 돈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이자소득으로 간주하여 국내 세법상의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취득세, 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고 이자소득세만 내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도통 이해를 못 할 일이다. 이슬람 금융기법으로는 무라바하(구매자 금융), 이자라(리스금융), 무다라바(신탁금융), 무샤라카(출자금융), 수쿠크(이슬람 채권) 등이 있는데, 논란이 된 방식은 수쿠크 채권이다.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금으로 벌인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얻고자 누군가는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인데,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함에도 대한민국이 정한 세금을 면제해 달라는 법안을 대한민국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은 누워서 떡을 먹겠다는 발상에서 한치도 못 나갔음을 보여준 것이고 이명박 정부가 당시 외화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음을 방증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일이다. 수쿠크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 자금을 일반 금융처럼 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대출을 받은 사업자는 위에 언급한 모든 세금을 내면서 사업을 해야 하고 이익이 나든 안 나든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무지막지한 금융기관들은 단계를 줄여 자신들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더라도 이자소득세만 물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형평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너도나도 수쿠크 방식으로 우회해 자금을 조성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기업가들의 행태들을 생각할 때 불문가지일 듯한 이 법안을 그나마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세법에는 이자소득세가 있다. 비과세 금액을 넘는 이자 소득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이 소득에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개인은 이자소득세 10%와 이에 더해 이자소득세의 10%를 주민세로 내야 하므로 총 15.4%의 세금을 이자소득에서 떼어내 국가에 내야 한다. 법인은 14%의 이자소득세만 내면 된다. 물론 불법으로 또는 음성적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자 소득은 세금을 징수하기 어렵다. 이뿐인가? 대한민국 법원은 법정이자도 허용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게 민사소송 채권에 대해 상환기일까지 연 24%의 이자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지급하라는 판결문이다. 연리 24%라는 금전적 보상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징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연리 24%면 월 2부 이자다. 작은가? 그렇다면, 이자소득세는 많은가?
거대 금융기관들이 이렇게 사업과 관련한 세금에 겁을 낸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사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반증해 준다. 이자의 폐해는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를 살해하면 중형을 받지만, 이자를 이용해 수십, 수백 명을 간접 살해해도 번듯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데에 이슬람의 정신은 유력한 방법임이 분명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경 유착은 그 기회와 정신을 훼손시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금융기관은 지금이라도 수쿠크 채권 발행 등의 방법으로 자본을 조성하고 직접적으로 사업에 나서야 한다. 앉아서 이자만으로 배를 불리지 말고 정당한 세금을 내는 가운데 직·간접적 투자와 사업을 통해 수익은 물론 손해를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금융기관부터 갖출 때에 비로소 공정하고 공평한 경제 구조가 완성될 것이고, 나아가 국가적인 경쟁력 또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의 배분은 능력에 따라, 노력에 따라, 공정하고 공평하게 나누어져야 한다. 이자소득세부터 올리고, 불법적 이자 소득에 대해 중과세하는 것이야말로 그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이슬람 금융은 실질적으로는 금융거래지만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상품, 기계 등 실물 거래를 통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슬람 은행이 주택이나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계약을 맺고 이 사람을 대신해 대금을 매도자에게 지급한 뒤 매수자로부터 대금과 일정 비용을 상환받는 방식이다. 이슬람 금융 거래의 약 75%를 차지하며 서방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매자금융과 유사하다. ◆ 무샤라카(musharaka) 사모펀드와 비슷한 상품. 투자자를 모아 함께 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이 나면 출자비율에 따라 수익을 배분. ◆ 무다라바(Mudaraba) 투자자가 특정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경영기법을 제공하는 사업가와 맺는 계약이다. 사업가는 해당 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돈을 댄 투자자에게 이자가 아니라 계약 체결 시 미리 정해둔 이익배분율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한다. ◆ 이자라(Ijara) 무라바하 다음으로 이용도가 높은 방식으로 리스와 비슷하다. 금융회사가 설비나 건물 등을 구입해 투자자에게 임대료를 받고 대여해준다. 만기가 되면 투자자는 자산을 은행에 반환하거나 재거래를 통해 취득할 수도 있다. ◆ 수쿠크(Sukuk) 이슬람 채권을 가리킨다.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투자금으로 벌인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한다. 코란이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지만, 부동산 투자나 자산 리스 등 실체가 있는 거래에서 창출되는 이익을 얻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무슬림들에게 채권 투자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논가외딴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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