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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굴삭기에 무너진 비운의 천년 고도

순수한 남자 2010. 7. 21. 23:11

4대강 굴삭기에 무너진 비운의 천년 고도
번호 184802  글쓴이 4대강  조회 3115  누리 596 (596-0, 27:74:0)  등록일 2010-7-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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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굴삭기에 무너진 비운의 천 년 고도
(시사IN / 이오성 / 2010-07-21)


참혹했다. 삼천 궁녀가 패망한 나라의 왕을 따라 꽃처럼 투신했다는 옛 이야기가 서린 충남 부여 낙화암에 오르자 한눈에 들어온 건, 금강의 풍광이 아니라 굴삭기 다섯 대와 덤프트럭 대여섯 대였다. 그중에는 웬만한 공사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50t짜리 초대형 덤프트럭도 있었다. 금강변에서 퍼올린 준설토를 인근 적치장으로 최대한 빨리 옮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대담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4대강 사업에 부쩍 속도를 올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명승지 바로 앞에서 보란 듯이 강바닥을 파는 줄은 몰랐다. 여행자들이 왕복 5,500원 배삯을 내고, 산길 200m를 허위허위 올라 낙화암에서 만나는 풍경은 그저 대규모 공사판이었다. 구드레나루터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여기 산 지 50년이 넘었는데, 옛날에는 강물이 이곳 주차장까지 차오를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 대청댐과 금강 하구둑이 생기면서부터 이렇게 물이 줄었다”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몇몇 여행자들은 “4대강 사업을 하는 줄은 알았지만, 여기까지 파는 줄은 몰랐다. 배삯에 입장료까지 내고 올라와 이런 풍경을 봐야 하나”라며 혀를 찼다.

▲ 낙화암에서 바라본 금강 전경. 굴삭기와 덤프트럭 여러 대가 부지런히 강바닥을 파내어 준설토를 나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금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30여km 오르면 만나는 충남 공주시의 명소 공산성 앞도 그랬다. 강바닥은 완전히 파헤쳐져서 군데군데 큰 웅덩이만 보일 뿐, 이곳이 금강 본류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기야 금강에 설치되는 보 3개 중 하나인 금남보가 버젓이 공주시 한가운데 건설되는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여강길에서 만난 섬뜩한 표지판

늦은 밤, 공산성 위에 올라 바라본 금강 풍경은 더욱 처참했다. 여기저기 쌓인 흙더미의 모습은 흡사 누런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 천 년 고도가 굴삭기에 의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사에 무심한 여행자는 뒤늦은 방문을 참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된 한강·낙동강 등이야 더 보탤 것도 없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 신륵사 주변에는 그야말로 ‘산더미만 한’ 준설토 적치장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신륵사 건너편, 이름도 어여쁜 ‘금모래·은모래 유원지’의 ‘모래’도 이미 많이 사라지고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생태 탐방로인 ‘여강길’ 일부도 덤프트럭에 길의 주인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여강길 산책로 한쪽에는 “상기 지역은 공사 관계로 인하여 여러분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가족을 위해서라도 필히 출입하지 말라”는 섬뜩한 경고 표지판이 서 있다.

▲ 충남 공주의 명소 공산성 앞도 대규모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한다. 밤에 공산성에 올라 강을 바라보면 흡사 누런 파도가 치는 것 같다. ⓒ시사IN 조남진

애당초 경부운하의 핵심 구간이었던 낙동강도 4대강 사업으로 비경 여러 곳을 잃었다. 낙동강 3대 누각의 하나로, 고려시대에 세워진 관수루(경북 의성) 바로 옆에서는 낙단보 공사가 한창이다. 낙단교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낙단보와 관수루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준경 낙동강지키기부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의 말마따나 그 광경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다’. 재두루미·흑두루미·고니 등 희귀 조류의 서식처였던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도 이미 제 모습을 잃었다. 지난해 KBS <1박2일>에 소개돼 전국적 여행지로 다시 각광을 받는 경북 예천 회룡포 역시 상주보가 건설되고 나면 제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우리라는 게 전문가 견해이다.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강변에는 유난히 망초 꽃이 무성했다. 을사늑약이 맺어지던 해(1905년)에 유난히 많이 피어 ‘나라를 망친 꽃’이라는 악명을 뒤집어쓴 이 비극의 꽃이 왜 4대강 공사장 주변을 에워싸며 피는 것일까. 꽃이야 그저 제 필 때를 알고 스스로 핀 것일 테지만, 굴삭기 굉음이 요란한 강변에서 망초 꽃을 바라보는 여행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 경기도 여주 영월루에서 바라본 남한강. 신륵사 주변에 만들어진 거대한 준설토 적치장이 저 멀리 보인다(사진 가운데 뒤쪽). ⓒ시사IN 조남진

▲ 경북 상주와 의성 사이에 있는 낙단보 공사 현장. 낙단보에서 겨우 100m 거리에 고려시대에 창건된 누각 관수루가 서 있다. ⓒ시사IN 조남진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7884#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8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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